전통 한방 처방으로 널리 알려진 공진단과 쌍화탕이 현대 의학의 검증을 거쳐 만성 피로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부산대학교 한방병원과 한국한의학연구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 따르면, 두 한약은 서로 다른 측면에서 피로 증상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Integrative Medicine Research』 2024년 3월호에 게재되었으며, 만성 피로 환자 90명을 대상으로 공진단, 쌍화탕, 위약(가짜 약) 3개 군으로 나눠 4주간 복용한 뒤 신체적·정신적 기능을 평가했다. 연구진은 국제적으로 검증된 건강 설문 도구인 ‘SF-36’을 통해 환자들의 피로 관련 기능을 정량적으로 측정했다.
공진단, 사회적 기능 개선에 유의미한 효과
공진단 복용군은 4주 후 ‘사회적 기능(Social Functioning)’ 점수가 위약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향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적 기능은 대인 관계 유지나 사회활동 참여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피로와 연관된 심리적·정신적 쇠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연구를 이끈 박지훈 부산대학교 한방병원 교수는 “공진단은 예로부터 기혈을 보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약으로 사용되어 왔다”며 “이번 임상을 통해 만성 피로로 인한 사회적 위축이나 심리적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객관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진단은 《동의보감》 등 고전 의서에 등장하는 고급 한약으로, 녹용, 사향, 당귀, 산수유 등을 주성분으로 한다. 조선시대에는 왕실과 상류층에서 주로 사용됐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기력 저하, 노화, 집중력 감소 등을 호소하는 중장년층의 보약으로 여겨진다.
쌍화탕, 정서 및 신체 기능 개선에 도움
반면, 쌍화탕 복용군은 4주 차에 ‘정서적 역할(Role Emotional)’ 항목이, 6주 차에는 ‘신체 기능(Physical Functioning)’ 항목이 각각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역할은 감정적 피로와 우울, 스트레스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이며, 신체 기능은 걷기, 계단 오르기 등 기본적인 일상 활동 능력을 평가한다.
쌍화탕은 기와 혈을 함께 보강한다는 뜻을 가진 전통 한약으로, 황기, 숙지황, 당귀, 백작약, 감초 등으로 구성된다. 주로 피로 해소, 면역력 강화, 월경통 완화 등에 사용되어 왔으며, 서민층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대표적 한방 보약이다.
이번 임상 결과는 쌍화탕이 정신적 소진뿐만 아니라 신체적 활동 능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가 됐다.
부작용 없이 안전성도 확인
두 한약 모두 4주간의 복용 기간 동안 심각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실험실 검사에서도 간기능, 신장기능, 염증 수치 등 주요 지표에 이상이 없었으며, 전반적인 안전성이 입증되었다.
연구진은 “한방 약제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임상 연구가 더욱 확대되어야 할 시점”이라며 “환자의 증상 유형과 생활 패턴에 맞춘 맞춤형 한약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전통과 과학의 결합이 만들어낸 성과”
한의학계는 이번 연구 결과를 전통 약재의 효능을 현대적으로 입증한 의미 있는 사례로 보고 있다. 특히 기능별로 다른 효능을 보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진단이 대인 관계나 심리적 피로 완화에, 쌍화탕이 육체적 피로와 감정 소진에 보다 효과적인 경향을 보인 만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방 전략을 달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한의학 박사 김은정(대한한의학회)은 “이제는 전통의학도 과학의 언어로 설명되고 입증되는 시대”라며 “공진단과 쌍화탕 모두 현대인의 복합 피로 증후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완·대체의학적 자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 한의학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고 있으며, 향후 공진단과 쌍화탕의 단독 또는 병용 사용에 대한 장기적 효과 연구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의타임즈 AI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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