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계에서 ‘담적(痰積)’ 또는 ‘담적증후군’은 위장 외벽이나 복부 조직에 비정상적인 담(痰)이나 노폐물이 쌓여서 조직이 경화되거나 기능이 저하된 상태가 전신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개념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
일부 진료 현장에서는 소화불량, 트림, 속쓰림, 복부 팽만감뿐 아니라 두통·어지럼·만성 피로·기억력 저하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된 경우 담적증후군 진단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담적이라는 개념은 전통 문헌마다 쓰임새와 해석이 다양했고,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비판도 있어 왔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최근 다수의 문헌연구와 진단 인자 분석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엔 한국 전통의학 개념인 ‘담적증후군’을 현대의학적으로 체계화한 연구가 세계 최초로 SCI(E)급 국제학술지 Healthcare (IF=2.7)에 2025년 9월 게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위담한방병원 최서형 원장(대한담적한의학회 회장)이 주도한 ‘담적증후군(Damjeok syndrome·DJS) 연구가 세계 최초로 국제 학계에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번 연구는 ‘상복부 단단함’과 ‘만성 소화불량’을 동시에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담적증후군 환자군(16명)과 건강 대조군(15명)을 비교 분석했으며, 환자들은 평균 58개월 이상 증상을 겪고 있었다.
가장 흔한 임상 증상은 상복부 팽만감이었고, 두통·피로(87.5%), 불안·우울(81.3%)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되는 비율도 높았다. 이는 담적증후군이 단순히 위장 장애에 그치지 않고 전신적 불편감을 수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혈액 및 생체지표 분석 결과, 담적증후군 환자군은 ▲중성구 수치가 낮고 ▲심박변이도(HRV) 지표에서 부교감신경 기능이 저하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혈중 세로토닌 대사물인 5-HIAA 농도가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나(p=0.01), 연구진은 상복부 경직이 장기 내 기계적 스트레스를 유발해 세로토닌 대사를 촉진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이번 논문은 담적증후군을 현대의학적 생체지표와 연결한 첫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소규모(31명) 여성 대상 연구 ▲단면적 설계 ▲통계 유의성 완화(p<0.1 일부 적용) 등의 한계가 지적된다.
연구진 역시 “이번 결과는 탐색적 수준에 불과하며, 향후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과 기전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담적증후군은 한의학 임상에서 소화불량, 복부 팽만, 두통, 피로, 불안 등을 포괄하는 증후군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이번 연구는 담적증후군의 실체를 규명하는 작은 단초가 될 수 있으며, 전통 개념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는 학술적 전환점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향후에는 객관적 진단 지표 확립, 치료 전후 비교 연구, 그리고 서양의학적 기능성 소화불량과의 차별점 규명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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