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지금 보험보다 조금이라도 싼 곳으로 옮길 수 없느냐”는 한의사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보험료를 비교하는 것은 당연하다. 같은 보장을 더 저렴하게 받을 수 있다면 굳이 비싼 보험을 유지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실제 상담을 해보면 자신의 보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현재 보험이 Occurrence인지 Claims-Made인지, Claims-Made라면 Retroactive Date가 언제인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보험은 가격을 비교하기 전에 이 구조부터 확인해야 한다.
▲ 싸게 바꿨는데 과거 진료가 무보험?
Occurrence Policy는 치료 당시 보험이 유효했다면 나중에 보험을 해지하더라도 해당 가입기간에 이루어진 진료에 대해서는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Claims-Made는 일반적으로 클레임이 접수될 때 보험이 유효해야 하고, 문제가 된 진료 역시 증권에 명시된 Retroactive Date 이후에 이루어졌어야 한다.
Claims-Made를 같은 보험사에서 계속 유지하면 기존 Retroactive Date가 이어지기 때문에 과거 진료에 대한 보장관리가 비교적 간단하다. 문제는 보험사를 옮길 때다. 새 보험사가 기존 Retroactive Date를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과거 진료의 보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2021년부터 Claims-Made 보험을 유지하던 한의사가 2026년 더 싼 보험으로 옮겼다고 하자. 새 보험의 Retro Date가 2026년부터 시작됐다면 2027년에 2023년 진료와 관련한 소송이 들어올 경우 새 보험에서는 해당 진료를 보장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공백을 막는 방법이 Prior Acts 또는 Nose Coverage다. 새 보험사가 기존 Retro Date를 이어받는 것이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기존 보험사의 Tail Coverage를 검토해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을 혼자 처리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영어를 잘해도 Retro Date, Prior Acts, Nose Coverage, Tail Coverage 등의 조건을 보험사에 확인하고 실제 변경까지 진행하는 것은 낯설 수밖에 없다. 보험사마다 용어나 절차가 다르고 일부는 에이전트를 통해 처리하도록 안내하기도 한다.
반면 임상을 시작한 지 2~3년 정도 됐거나 파트타임으로 환자를 많이 보지 않은 한의사라면 보험사 이동이 상대적으로 단순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옮기려는 보험사의 기본적인 특징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 그렇다면 어느 보험사가 좋은가
많은 한의사가 “어느 회사가 제일 좋으냐”고 묻지만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재무건전성과 Policy Type뿐 아니라 자신의 진료내용과 근무형태에 맞는 보험인지 함께 살펴야 한다.
▷AAC(American Acupuncture Council): AAC의 가장 큰 장점은 침구 분야에 특화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보험 인수사인 Allied Professionals Insurance Company는 2026년 6월 AM Best 등급이 A(Excellent)로 상향됐다.
Claims-Made와 Occurrence를 제공하며 Claims-Made를 장기간 유지할 경우 Occurrence로 전환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침과 한약 등 다양한 한의치료를 하는 한의사라면 비교해볼 만하다.
▷CM&F: CM&F는 100년 이상 의료전문직 보험을 취급해온 프로그램으로 한의사 상품은 MedPro Group이 인수한다. MedPro Group의 AM Best 등급은 A++(Superior)로 재무건전성이 강점이다.
Occurrence Policy이기 때문에 Tail 부담을 피하고 싶거나 여러 장소에서 근무하는 한의사에게 장점이 있다.
▷HPSO: HPSO는 Aon Affinity가 운영하고 CNA 계열사가 보험을 인수하는 의료전문직 보험 프로그램이다. 한의사 Professional Liability 상품은 Claims-Made 구조이며 Prior Acts를 신청할 수 있다.
대형 보험사의 재무력이 장점이지만 보험사를 이동할 때 Retro Date 관리가 중요하며, 미용시술 등 특수치료를 하는 경우 실제 보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MIEC: MIEC는 1975년 설립된 의료전문직 배상책임보험사로 현재 Acupuncture Select를 운영한다. 2025년 공개자료 기준 Net Admitted Assets는 약 4억6천만 달러, Policyholder Surplus는 약 2억2,800만 달러이며 AM Best 등급은 A-(Excellent)다.
Acupuncture Select는 Claims-Made이지만 prepaid tail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향후 Tail 비용까지 고려하는 한의사라면 비교해볼 만하다.
▲ “어디가 제일 싸요?”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보험료가 싼 것은 단점이 아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저렴한 보험이 유리하다. 문제는 정말 ‘같은 조건’인지 확인하지 않고 가격만 비교하는 것이다.
필자가 보험을 바꾸려는 한의사의 증권을 볼 때도 보험료보다 Declaration Page의 Policy Type, Retroactive Date, Coverage Limit, 피보험자와 법인, 진료장소 및 시술내용부터 확인한다.
특히 보험사를 변경한 경험이 있거나 직원·Independent Contractor가 있거나, 여러 장소에서 진료하거나, 한약·미용침·MTS 등 일반 침 치료 외의 시술을 한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보험을 바꾸려면 현재 Declaration Page와 갱신 견적서를 먼저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몇 백 달러를 아끼면서 기존 보장을 유지할 수 있다면 바꾸는 것이 맞다. 그러나 보험료를 줄이려다 수년간의 과거 진료에 대한 보장까지 잃어서는 안 된다.
말프랙티스 보험은 가장 싼 회사를 찾는 쇼핑이 아니라, 내 진료의 과거와 현재를 끊김 없이 보호하도록 설계하는 일이다. (보험증서 점검 및 문의: insurance4acu@gmail.com)
※ 보험사의 등급·상품구조 및 보장내용은 2026년 8월 확인 기준이며 실제 발행 증권과 주별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가입 또는 변경 전 최신 증권을 확인해야 한다.
조남욱 기자(한의사, 말프랙티스 보험 프로바이더 CA P&C License 449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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