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 백호탕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백호탕(白虎湯): 석고32 갱미26 지모12 감초4 ×1~2
▲ 소아의 백호탕증
백호탕증 소아는 대개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지치지 않고 놀아댄다. 엄마가 감당이 안될 정도로 활동적이고 다이내믹하고 넘쳐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한다. 진료실에서도 쉴 새 없이 떠들고 돌아다니고 부산하고 산만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쉬지 않고 떠들어대며 주의력이 결핍되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 도저히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하다.
물론 엄마가 보기엔 활발한 것으로 보이겠지만 선생님이 보기엔 통제가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 활동 항진증)라고 진단받기도 하는데
바로 백호탕증이다. 백호탕을 투여하면 과잉행동 양상이 진정되는 경우가 많다.
백호탕증 아이는 자신의 넘쳐나는 에너지를 모두 발산해야 한다. 탁 트인 자연 속에서 해 뜨고 나서 해질 때까지 하루 종일 정신없이 뛰어놀아야 한다. 과거엔 그랬겠지만 현대엔 그렇지 못하다. 좁은 공간에 줄을 맞춰 앉히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말도 못하게 하며 수업에 집중하게 한다. 하지만 백호탕증 아이에게 그게 가능하지 않기에 ADHD로 진단받게 되는 것이다.
체온이 떨어져야 잠이 오고 수면이 유지된다고 하는데 백호탕증 환자는 체온이 쉽게 상승해 잠이 잘 안 오고 수면이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백호탕증 불면의 기전이 마치 여름 열대야에 잠을 못 이루는 경우와 비슷하다.
백호탕증 유소아들의 경우엔 잠을 잘 안자고 자다가도 잘 깨고 우유 등 음료를 달라고 보채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아이들의 잠투정, 야제, 불면에 백호탕이 탁효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 백호탕증-잠꼬대∙몽유∙급성염증
백호탕증 성인은 대개 잠을 잘 자는 편이지만 대개 하루 수면시간이 길지 않은 경우가 많다. 5시간 전후로 자고 나면 피로가 풀리고 또 하루를 거뜬하게 생활한다.
우리는 잠을 자는 동안에 피로를 풀고 에너지를 보충한다. 그런데 백호탕증 사람은 에너지 효율이 워낙 좋아서 조금만 자도 금방 에너지가 고속으로 충전되는 것이다. 그래서 잠을 많이 잘 필요가 없고 조금만 자도 금방 피로가 풀리고 에너지가 100% 충전된다.
백호탕증 사람은 워낙 체력이 좋고 피로 회복력이 좋아서 대개 잔병이 없어서 한의원에 잘 오지 않지만 간혹 엄마나 부인에게 붙잡혀서 마지못해 한의원에 오는 경우가 있다.
▷잠꼬대: 체온이 이상 항진되는 병적인 상태에서 간혹 불면이 나타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잠꼬대가 심한 경우가 많다. 마치 깨어 있는 것처럼 남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잠꼬대를 하기도 한다. 이 역시 체온 상승으로 옅은 잠을 자기 때문이다. 필자는 백호탕증 환자의 잠꼬대 역시 섬어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몽유: 백호탕증 환자에게는 때때로 몽유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필자에게도 증례가 있다. 10세 남아였다. 4살 이후 계속 몽유가 있었다. 자다가 1~2시간이 지나면 ‘와악’ 고성을 지르고 깨어나 일어나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혼자 중얼거리거나 아빠와 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소변도 보다가 다시 잠에 드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 밤일을 기억을 못한다.
부모는 처음에 무척 놀랐는데 몇 년간 몽유가 거의 매일 일상적으로 지속되다 보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지내고 있었다.
이 아이는 백호탕 정증이었다. 형색성정도 실열증의 양적 성향자였고 강인형, 소곡선기형, 중열후병 등이 모두 있었기에 백호탕증의 섬어발광형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백호탕을 처방했고 복용 후엔 몽유가 소실되었다.
그 외 백호탕의 혹증으로 신체 국소의 급성염증으로 인한 발적, 열감이 보이는데 급성염증상이 보이는 피부질환, 근골동통질환에 응용되는 경우가 있다.
▲ 경향성
백호탕증 자는 오열, 다한출, 다음수, 호냉수, 식욕왕성, 소화양호하며 소변정상 혹 다음수로 인한 빈뇨가 나타날 수 있다. 대변정상이나 변비도 드물게 연변경향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변비인 경우가 많다.
심부온도 상승으로 장내수분이 고갈되어 변비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대변이 단단하여 대변을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변폐+복만번조는 심하지 않다. 대황증의 변비가 아닌 것이다. 드물게 연변설사경향인 경우가 있다. 그러나 냉물로 인한 한리가 아니다.
혹 과식하면 설사를 한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백호탕증의 설사는 심부온도를 저하시키기 위한 자기관장으로 야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수면양호 혹 낮은 정도의 수면불량이 나타날 수 있다. 공복, 체열의 상승, 뇌신경흥분 등으로 잠을 자려 하지 않고 잠이 쉽게 들지 않으며 잠을 자더라도 중간에 자주 깨어나는 경우가 있다.
평소 수면시간이 짧은 경우가 많다. 잠을 적게 자거나 하룻밤 정도 새도 크게 피로하지 않다.
이처럼 백호탕으로 관해되는 빈뇨, 변비, 불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체증상의 신증은 오한·궐냉,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이다.
▲ 빈용병류
정인적방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증의 범위가 매우 넓다. 방증만 맞으면 여하한 병증이라도 득효를 기대할 수 있다. 초심자도 유니크한 증례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질환: ADHD, 틱, 간질, 몽유, 야제, 양광, 조울증, 불면 등.
▷피부질환: 두드러기, 지루피부, 아토피.
▷근골동통질환: 척추관협착증, 외측상과염, 경추디스크, 원인불명의 협통, 전기 감전이후 손저림 등.
▷부인과질환: 생리전증후군, 갱년기 열감+다한출 등.
▷필자의 증례: 이 밖에도 필자는 당뇨병, 공복 시 저혈당 쇼크로 인한 어지럼증 실신, (체열의 상승으로 인한) 어지럼증, 소아 열경기, 실신, 원인불명의 시력상실, 안면 펄스형 경련, 과음 후 잇몸종통, 원인불명의 심한 구취, 수족다한증, 폭발적 다한출, 변비, 빈뇨, 발기부전, 정력감퇴 등 다양한 병증에 대한 수많은 증례가 있다.
▷강해: 백호탕은 정인적방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증의 범위가 매우 넓다. 필자조차도 백호탕이 치료할 수 있는 병증의 범위를 아직 다 모를 정도다. 추후 백호탕의 증례를 좀 더 축적하고 고찰해 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백호탕증은 유니크한 병증을 주소로 오는 경우가 많다. ‘몽유를 해요’, ‘틱이 있어요’, ‘구취가 심해요’, ‘얼굴 근육이 떨려요’ 등 특이한 병증을 주소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백호탕을 집증할 수 있다면 기효를 기대할 수 있다. 백호탕증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방증을 숙지한다면 초심자일지라도 유니크한 증례를 얻는 경우가 많다.
이 밖에도 백호탕은 지루성 피부, 아토피, 건선, 습진 같은 다양한 피부 병증에 적효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백호탕으로 치료되는 두드러기가 있다. 두드러기는 GI tract의 문제가 r/o된 뒤 석고, 복령, 반하를 단서약물로 접근하기도 하는데 백호탕이 선방되어 탁효를 보일 수도 있다.
▲ 타 처방과의 감별
*월비탕(越婢湯): 석고16 마황12(~8~6) 대조11 생강6 감초4 ×1~1.5
간혹 근골동통 질환에 백호탕이 적효하지만 월비탕과 감별해 써야 한다. 백호탕과 월비탕은 모두 실열증자이다. 비만, 체력강, 면색 짙은편 적갈흑, 오열경향, 다한출, 식욕왕성, 소화양호 등을 보인다. 또한 그리고 환부 국소의 급성염증으로 발적, 열감이 보이기도 한다.
두 처방의 감별은 백호탕증 방증유형(강인형∙소곡선기형∙중열후병형∙섬어발광형) 유무이다. 이 유형이 월비탕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마황이 배오되어 마황의 신증이 없고 마황을 쓸 수 있다. 백호탕은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고질병(소증) 백호탕증 자가 졸병(시증) 외감으로 호흡기 감기가 온 경우라면 월비가반하탕이나 마행감석탕 등 마황+석고 조합의 처방들을 쓸 수 있겠다.
조현창 원장(TEM,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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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탕과 월비탕의 감별법>
백호탕 | 월비탕 |
실열증 비만, 체력강, 면색 짙은편 적갈흑, 오열경향, 다한출, 식욕왕성,
소화양호, 환부 국소의 급성염증으로 발적, 열감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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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탕증 방증유형(강인형∙소곡선기형∙중열후병형∙섬어발광형)이 보인다. | × |
△ | 마황의 신증이 없고 마황을 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