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는 부자사심탕(이하 부사탕)과 황련탕의 비교를 통해 임상에서의 감별 포인트를 정리하고자 한다.
부사탕은 네 가지 약물로 구성된 간결한 처방이지만 그 효과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특히 근골동통질환에서 뛰어난 효능을 보이며 ‘최소수의 법칙’에 부합해 근골동통질환인데 적방이 부사탕이라면 그 환자가 거의 나을 것으로 판단하고 처방 가능하다.
부사탕은 근골동통의 병인 중 한(부자), 열(황금), 신(황련), 혈(대황)을 다스릴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다방면에 활용한다.
실제로 필자는 경추·요추 디스크, 척추관 협착증, 손목터널증후군, 족저근막염, 아킬레스건염, 테니스엘보우, 퇴행성 관절염, 수지관절통, 슬관절통, 산후풍 등 여러 근골계 질환을 치료한 경험이 있다.
▲ 두 차방의 접점
소증 삼황사심탕 환자가 근골동통을 주소로 내원하는 경우, 주목할 점은 해당 환자가 근골동통이 생기기 직전에 부자증(오한, 궐냉)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노화로 체열이 떨어지면서 부자증이 나타나 근골동통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당연히 부사탕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같은 증상 환자가 여전히 오열 경향을 보인다면 어떻게 접근할까? 삼황사심탕은 이론적으로 정인적방에 가깝지만, 필자 경험상 근골동통엔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대신 대황감수탕을 합방해 사용하면 유효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 임상에서는 대황감수탕을 사용하다가 감수로 인한 속쓰림을 호소하면, 감초를 적정량 배오하여 조절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필자는 이런 근골동통 외에도 두통, 어지럼증, 이명, 혀 마비감, 속쓰림, 복통, 복만감, 족냉감, 경폐, 하혈, 피부 발진 등 다양한 증상에 부사탕을 투여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 부사탕∙황련탕의 혼동
임상 초심자들은 종종 부사탕 환자에게 황련탕을 투여하는 실수를 범한다. 두 처방은 외형적으로 매우 유사하며, 차팅(문진 내용)도 거의 동일해 보지만 자세히 보면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 변비와 오한·궐냉의 정도, 식욕 상태에 따라 감별해야 한다.
황련탕은 가장 자주 쓰이는 처방 중 하나이나 부사탕은 상대적으로 빈용도가 낮아서 초심자는 황련탕을 줄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 필자도 그런 실수를 많이 저질렀다. 부사탕 환자에게 황련탕을 주면 변비가 더 심해지고 속쓰림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비로소 부사탕을 확인하고 바로잡곤 했다.
초심자는 부사탕의 성향을 잘 읽지 못하고, 황련(양적 성향)이 아닌 복령(음적 성향)을 집증하는 경우도 있다.
거칠게 말하면 황련은 불의 병, 복령은 물의 병이다. 황련은 얼굴이 붉고 상열감, 피부 예민, 찰과발적 등이 보이는 반면 복령은 부종, 소변불리 등 수습의 사인이 보인다.
하지만 부사탕 환자를 복령 쪽으로 접근하면 적절한 처방을 찾기 어렵다. 이들은 잠도 못 자고 추위를 심하게 타며 소화도 안 되고 변비도 심한 경우가 많다. 복령 계열에서는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처방이 없다. 결국 복령에서 빠져나와 황련 계열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
▲ 감별 핵심 세 가지
두 처방 모두 허한증에 기울어 있는 경우가 많다. 부사탕 환자도 황련탕 환자처럼 체력이 약하고 수척하며 면색이 옅고 음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 황련탕은 양적 성향에 가까우며 입면장애형 불면과 번조의 양상을 동반한다. 오한·궐냉이 있으면서 소화불량, 변비 경향, 흉만이나 심계 같은 흉부 불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처럼 차팅이 유사하기 때문에 디테일한 문진 없이는 감별이 어렵다.
변비의 정도가 가장 중요한 감별 포인트다. 황련탕은 변비 경향이 있긴 하지만, 대황을 써야 할 정도의 심한 변비는 아니다. 반면 부사탕은 대황이 포함되어야 할 정도로 심한 변비를 동반한다. 환자들은 보통 “하루 이틀만 대변을 못 보면 배에 가스가 차고, 더부룩하고 답답해서 미칠 것 같다”고 호소한다. 대변을 본 뒤에도 잔변감이 심하게 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떻게든 매일 대변을 보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오한·궐냉의 정도도 중요한 참고점이다. 황련탕에는 계지, 부사탕에는 부자가 배오된다. 두 처방 모두 추위를 타는 환자에게 쓰이지만 부사탕 환자가 훨씬 더 심하게 추위를 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임상에서는 양쪽 모두 “추위를 정말 많이 탄다”고 표현하기 때문에 감별이 쉽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누가 봐도 부자를 써야 할 정도로 심하게 추위를 탄다”면 그게 감별의 힌트가 될 수 있다.
식욕의 정도는 부차적인 감별 포인트로 활용한다. 황련탕은 이중탕 베이스이기 때문에 소화도 잘 안 되고 식욕도 없는 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욕이 확 떨어진다고 말한다. 반면 부사탕은 대황이 배오되어 소화는 안 되더라도 식욕은 있는 편이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해 버린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 임상 조문
“心下痞 按之濡 其脈關上浮者 大黃黃連瀉心湯主之 「心下痞而復惡寒」 汗出者 「附子瀉心湯主之」” –
“명치가 막힌 듯하면서 추위를 탄다면 부자사심탕으로 주치한다.”– 『상한론』
조현창 원장(TEM, c045444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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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련탕과 부자사심탕의 비교>
황련탕 | 부자사심탕 | |
공통점 | 허한증, 성향 양적+입면장애형 불면+번적지상
오한·궐냉, 소화불량, 변비 경향, 혹 심계, 흉만의 흉부 불편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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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 | 상의 변비 경향 | 대황을 써야 할 정도의 便閉+腹滿而煩躁 |
오한·궐냉 | 한열척도 한 5 전후 | 한열척도 한 5 이상 |
식욕 | 소화불량+식욕부진 | 소화불량+식욕양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