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환자의 체중을 약 10% 줄이면 어떤 식단을 선택하더라도 근육의 인슐린 민감성이 약 50%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간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체중을 똑같이 줄여도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한 케톤식이요법을 시행한 환자에서 간의 인슐린 민감성과 지방 축적, 혈당 조절이 더 크게 개선됐다.
특히 이번 연구 대상은 단순 과체중 성인이 아니라 비만과 함께 당뇨병 전단계와 간 지방증을 가진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비만’ 환자였다. 따라서 체중감량 환자를 관리하면서 혈당과 지방간을 함께 살펴야 하는 한의사에게도 주목할 만한 결과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새뮤얼 클라인(Samuel Klein) 교수 연구팀은 비만 성인을 초저탄수화물 케톤식, 지중해식, 초저지방 식물성 식단으로 무작위 배정해 약 10%의 동일한 체중감량을 유도한 뒤 대사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체중감량 자체가 근육의 인슐린 저항성을 크게 개선했지만, 간의 인슐린 저항성과 지방 축적, 혈당 조절에서는 식단의 영양소 구성이 추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27일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발표됐다.
같은 10% 감량…식단은 완전히 달랐다
연구진은 당뇨병 전단계와 간 지방증을 동반한 비만 성인 55명을 무작위로 세 식단 가운데 하나에 배정했다.
연구의 중요한 특징은 참가자에게 단순히 “이 식단을 먹으라”고 교육한 것이 아니라 연구팀이 약 5개월 동안 음식을 직접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실제 섭취하는 영양소의 차이를 비교적 엄격하게 통제했다.
세 식단의 구성은 크게 달랐다.
초저탄수화물 케톤식은 전체 열량 가운데 탄수화물 4%, 지방 73%, 단백질 23%로 구성됐다. 지중해식은 탄수화물 50%, 지방 35%, 단백질 15%, 초저지방 식물성 식단은 탄수화물 70%, 지방 15%, 단백질 15%였다.
최종 체중감량은 케톤식 10.4%, 지중해식 10.2%, 초저지방 식물성 식단 10.1%로 사실상 비슷했다. 따라서 연구진은 단순히 ‘어느 식단이 살을 더 많이 빼느냐’가 아니라 같은 정도로 체중을 줄였을 때 식단 구성 자체가 대사 건강에 어떤 추가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비교할 수 있었다.
근육 인슐린 민감성은 세 식단 모두 약 50% 개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결과는 근육이었다.
약 10% 체중감량 후 근육의 인슐린 민감성은 세 그룹 모두 약 50% 증가했다. 식단의 탄수화물과 지방 비율이 크게 달랐음에도 그룹 간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인슐린 민감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같은 양의 인슐린으로 혈당을 보다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비만 환자의 근육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데는 특정 식단의 우월성을 따지기에 앞서 ‘실제로 체중을 줄이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치료 목표라는 게 이번 연구가 주는 첫 번째 메시지다.
간에서는 달랐다…케톤식 인슐린 민감성 개선 2~3배
그러나 간의 반응은 달랐다.
세 식단 모두 체중감량 후 간의 인슐린 민감성이 개선됐지만, 초저탄수화물 케톤식 그룹의 개선 폭은 지중해식과 초저지방 식물성 식단 그룹보다 2~3배 컸다(p<0.001).
간에 축적된 중성지방도 케톤식 그룹에서 67% 감소했다. 지중해식과 초저지방 식물성 식단에서는 각각 약 45% 감소했다.
즉 약 10%의 체중을 감량하는 것만으로도 지방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당뇨병 전단계와 지방간을 동시에 가진 비만 환자에서는 탄수화물을 크게 제한하는 것이 체중감량을 넘어 간 대사에 추가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 논문 역시 초저탄수화물 식단이 간내 중성지방뿐 아니라 간에서 새롭게 지방을 합성하는 ‘신생 지방합성(de novo lipogenesis)’을 가장 크게 감소시켰다고 보고했다.
하루 혈당도 더 낮아져…인슐린 74% 감소
혈당 조절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진이 24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혈액을 채취해 대사 변화를 분석한 결과 케톤식 그룹에서는 하루 동안의 혈당이 연구 시작 전보다 약 20% 감소한 반면, 다른 두 식단에서는 약 8% 감소했다.
24시간 혈중 인슐린 농도는 케톤식에서 74% 감소했다. 지중해식에서는 44%, 초저지방 식단에서는 27% 감소했다. 당화혈색소(HbA1c) 역시 케톤식에서 가장 크게 개선됐다.
반면 간에서 지방 분해와 지방산 산화를 촉진하는 데 관여하는 글루카곤은 케톤식 그룹에서 증가했다.
연구진은 탄수화물 섭취가 크게 감소하면서 인슐린은 낮아지고 글루카곤은 증가한 변화가 간의 신생 지방합성을 억제하는 동시에 저장된 지방의 분해와 지방산 산화를 촉진해 간 지방 감소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임상적으로 더욱 눈여겨볼 결과는 당뇨병 전단계의 변화다. 체중감량 후 당뇨병 전단계 진단기준에서 벗어난 참가자의 비율은 케톤식 그룹에서 50%였다. 지중해식 그룹은 29%, 초저지방 식물성 식단 그룹은 7%였다.
이는 연구 대상자가 처음부터 당뇨병 전단계와 간 지방증을 동반한 비만 환자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특히 이러한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비만 환자에서는 체중감량 자체가 매우 중요하지만, 어떤 식단으로 체중을 감량하느냐 역시 특정 대사 결과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결과는 혈중 지질이다. 케톤식 그룹은 섭취 열량의 73%를 지방에서 얻었지만, 체중감량 후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LDL-C), 아포지단백B(ApoB), 24시간 혈중 중성지방 농도에서는 세 식단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도 많은 지방을 섭취한 케톤식 그룹에서 혈중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이 다른 식단보다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예상 밖의 결과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다만 이를 근거로 장기간의 초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사가 심혈관질환 위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번 연구의 목적과 기간으로는 장기간의 심혈관질환 발생이나 사망 위험까지 평가할 수 없었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저작권자ⓒHani Time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