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풍(防風)은 풍사를 흩어 표증을 풀어주는 거풍해표(祛風解表), 습사를 제거하고 통증을 다스리는 승습지통(勝濕止痛), 경련을 다스리는 지경(止痙)의 효능으로 사용해 온 한약재다. 외감으로 인한 두통과 몸살, 풍습으로 인한 관절 통증 등에 활용해 온 방풍이 뼈의 생성과 손상 회복에도 관여할 가능성이 새로운 연구에서 확인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김현성 박사 연구팀은 방풍 추출물의 골재생 가능성을 세포·동물실험과 컴퓨터 분석으로 평가한 연구결과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근골격계 질환에 활용해 온 방풍을 통증과 염증 관리뿐 아니라 골조직의 회복 과정에서도 살펴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아닌 만큼, 실제 골절 환자의 회복 기간 단축이나 골다공증 치료 효과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다.
▲ 방풍의 전통적 활용⋯풍습으로 인한 두통·관절통
방풍은 미나리과 식물인 방풍(Saposhnikovia divaricata)의 뿌리를 사용하는 약재다. 본초학적으로 맛은 맵고 달며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방광·간·비경에 귀경한다.
임상에서는 방풍의 거풍해표와 승습지통 작용을 처방의 목적에 따라 활용해 왔다. 대표적으로 강활승습탕에서는 강활·독활·고본·천궁 등과 함께 풍습으로 인한 머리와 몸의 무겁고 아픈 증상을 다스리는 데 사용한다.
황기·백출·방풍으로 구성된 옥병풍산에서는 역할이 달라진다. 황기와 백출이 기를 보하고 표를 견고하게 하는 가운데 방풍은 거풍해표를 담당한다. 같은 방풍이라도 배합 약재와 변증에 따라 처방에서 맡는 역할이 달라지는 것이다.
방풍은 자생의 근골격계 질환 치료 처방인 신바로를 구성하는 방풍·우슬·오가피·구척·대두황권·두충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는 이 가운데 방풍 단독 추출물이 골조직 회복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했다.
▲ 뼈 회복의 핵심은 ‘생성’과 ‘흡수’의 균형
뼈는 한 번 만들어진 상태로 고정돼 있는 조직이 아니다. 오래되거나 손상된 뼈를 제거하는 파골세포와 새로운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가 함께 작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재형성된다.
골절이나 골손상이 발생하면 손상 조직을 정리하고 새로운 골조직을 채워 넣는 과정이 진행된다. 따라서 뼈의 회복을 평가하려면 골형성이 얼마나 활발한지와 골흡수 관련 변화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노화나 폐경에 따른 호르몬 변화 등으로 골흡수가 골형성을 지속적으로 앞서면 골량이 줄고 골다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방풍이 조골세포의 분화와 골형성에 영향을 주는지, 손상 부위에서 파골세포 관련 지표에도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했다.
▲ 조골세포 분화·칼슘 침착 증가
세포실험에서는 생쥐 두개골에서 분리한 조골세포에 방풍 추출물을 처리한 뒤 세포 생존과 분화, 골기질의 무기질화를 평가했다.
그 결과 방풍 추출물은 실험에서 선정한 농도 범위에서 세포독성 없이 조골세포의 골형성 관련 반응을 높였다. 초기 골형성 지표인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의 활성이 증가했고, 골기질에 칼슘이 침착되는 과정도 촉진됐다.
조골세포 분화에 중요한 전사인자인 RUNX2와 뼈의 주요 기질인 제1형 콜라겐 형성에 관여하는 Col1a1의 발현도 증가했다. 단순히 세포가 살아 있는지를 넘어, 뼈를 만드는 세포로 분화하고 골기질을 형성하는 과정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다만 이러한 결과는 배양된 세포에서 관찰한 반응이다. 세포독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결과를 사람의 장기 복용 안전성으로 확대해서 해석할 수는 없다.
▲ 동물실험서 손상 부위 골부피·골밀도 개선
동물실험에서는 생쥐 대퇴골에 작은 구멍을 만드는 골결손 모델을 사용했다. 이후 방풍 추출물을 체중 1kg당 100·200·400mg씩 경구 투여하고, 1주 뒤 미세 컴퓨터단층촬영(micro-CT)과 조직검사로 회복 정도를 평가했다.
방풍 투여군에서는 손상 부위의 새로운 골조직 형성과 관련한 지표가 개선됐다. 특히 200·400mg/kg 투여군에서 골부피 비율과 골밀도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조직검사에서도 파골세포 관련 지표인 TRAP 양성세포가 감소하고, 골형성 관련 지표인 오스테오칼신(OCN)의 발현이 증가하는 양상이 관찰됐다. 이는 손상 부위에서 골형성 증가와 골흡수 관련 변화가 함께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골밀도 증가는 실험에서 평가한 골결손 부위의 변화다. 전신 골밀도가 개선됐다거나 골다공증 환자의 골절 위험이 줄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 주요 성분과 골대사 단백질의 상호작용 가능성
연구팀은 방풍 성분이 골대사 관련 단백질과 상호작용할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분자 도킹 분석도 진행했다.
분석 대상은 파골세포 형성에 관여하는 RANK와 조골세포 분화에 중요한 RUNX2였다. 방풍의 주요 성분인 prim-O-glucosylcimifugin 등을 분석한 결과, 이들 단백질과 결합할 가능성이 예측됐다.
그러나 분자 도킹은 컴퓨터로 결합 가능성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실제 생체 내에서 해당 성분이 단백질에 결합해 기능을 억제하거나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도 예측된 상호작용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생화학적·기능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임상에서 참고할 점⋯처방 근거와 연구 가능성 구분
한의사에게 이번 연구의 의미는 풍습성 통증에 활용해 온 방풍의 작용을 골조직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기초자료가 추가됐다는 데 있다. 환자에게 연구를 설명할 때도 “세포와 동물실험에서 초기 골회복 관련 지표가 개선됐다”는 범위로 전달하는 것이 적절하다.
특히 이번 연구는 방풍 단독 추출물을 대상으로 했다. 따라서 결과를 신바로 전체 처방이나 방풍을 포함한 다른 복합처방의 골절 치료 효과로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생쥐에 투여한 추출물 용량 역시 사람의 탕약 처방량이나 임상 권장 용량을 뜻하지 않는다.
관찰 기간이 1주였다는 점도 중요하다. 초기 골조직 형성은 확인했지만 장기적인 골재형성, 회복된 뼈의 기계적 강도, 기능 회복까지 평가한 것은 아니다. 골다공증 모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아니므로 골다공증 치료제로서의 효과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결국 이번 결과는 방풍을 골절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추가하거나 기존 치료를 대체할 근거보다는, 골회복을 지원할 후보 약재로 후속 연구할 근거에 가깝다. 전통적인 변증과 처방 목적을 유지하면서 연구 결과의 적용 범위를 구분하는 것이 임상 활용의 출발점이다.
김현성 박사는 향후 장기 관찰 연구를 통해 방풍과 이를 포함한 한약 처방의 골절 치료 근거를 더욱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논문은 지난 8월 14일 국제학술지 ‘Advanced Biology’ 온라인에 공개됐다.(자료=자생한방병원)
진희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