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하원에 상정된 ‘노인을 위한 한의치료(Acupuncture for Our Seniors Act of 2023)’ 법안(H.R.1667)이 주류 한의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 공공 의료시스템 내 한의사의 제도적 지위를 본질적으로 바꾸는 계기로 떠오르는 추세다.
법안의 핵심이 단순히 침 치료에 대한 보장 확대가 아닌, 한의사(Licensed Acupuncturist)를 메디케어 내 ‘공인 의료제공자(qualified provider)’로 등록시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현행 메디케어 체계는 지난 2020년부터 ‘만성 요통’ 환자에 한해 총 20회까지 침 치료를 보장하지만, 시술할 수 있는 의료 프로바이더는 의사(MD/DO), 간호사(NP), 물리치료사(PT), 카이로프랙터(DC) 등으로 제한되며 정작 한의사는 청구권이 없다. 즉 환자에게 침 치료해도 독자 청구는 안 되고 반드시 타 프로바이더 지시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H.R.1667은 한의사를 메디케어 파트B의 독립된 제공자로 인정함으로써, 침구사 단독으로 환자 등록 및 침 치료, CMS 시스템에 직접 진입해 보험 청구, 의사 의뢰서나 감독 없이 독자적인 환자-프로바이더 관계 구축이 가능해 병원 통합의료시스템 내 한의사의 법적 위치도 강화된다. 이 법안이 통과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H.R.1667법안 통과되면 미국 내 ‘한의사 입지 상승’
현재 한의사는 보조 인력, 의사 감독하에서만 치료 및 청구 가능
H.R.1667 법안이 통과되면 한의사는 독립적으로 메디케어 환자를 등록해 진단 및 치료, 청구까지 모든 절차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순한 청구 체계의 변화가 아니라 한의사가 미국 공공의료 시스템의 공식적 일원으로 편입된다는 데 본질적 의미가 있다.
이 법안은 2023년 3월 주디 추 의원(가주 28지구)이 발의됐다가 무산됐고 다시 지난 2월 추 의원과 브라이언 피츠패트릭(펜실베이니아 1지구) 하원의원이 공동으로 재발의했다.
추 의원은 “메디케어가 만성 요통에 대한 보장 결정으로 침술의 가치를 인정했음에도 한의사는 아직도 프로바이더가 아니다”라며 “이 법안은 한의사들아 다른 의료 제공자들처럼 독립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공동 발의자인 피츠패트릭 의원은 “침술은 통증 완화에 있어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입증됐지만 많은 메디케어 수혜자들이 여전히 혜택을 받지 못한다” 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많은 한의사들은 아직 한의사가 메디케어의 프로바이더라 생각한다. 이는 ASH 등을 통해 메디케어 환자가 만성요통이 있을 때 치료비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만성 요통환자에 대한 메디케어 환자는 중간 보험사가 한의사를 컨트롤하고 진료비를 대신 받아서 진료한 한의사에게 주는 형태다.
▲ 미 한의계 대응
법안은 현재 연방 하원 보건복지위원회(Energy and Commerce Committee)에 계류 중이며, ASA(미국한의사협회), NCCAOM, ACAOM 등 주요 침구 관련 단체들이 공동으로 지지를 표명한 상태다.
ASA는 최근 전국 단위의 서명 캠페인을 개시했으며, 개별 침구사들이 지역구 연방 의원에게 지지 서한 발송, 면담 요청, 입법 촉구 활동 등을 벌일 수 있도록 ‘행동 가이드(Action Toolkit)’를 배포하고 있다. 한의사 단체뿐 아니라 개인의 정치적 참여가 법안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의사의 제도권 진입을 위한 집단적 목소리 결집이 중요한 시점이다.
▲ 사전 준비할 사항
법안이 통과되면 한의사들의 임상 환경도 함께 변화하게 된다. 무엇보다 메디케어 프로바이더 등록 절차에 대한 이해, CPT 코드 기반 청구 시스템, 전자의무기록(EMR) 기록 방식 등에 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CMS(Medicare/Medicaid Center)에서 요구하는 진료 표준 및 문서화 기준에 부합하는 진료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향후 진료 지속성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H.R.1667은 단순히 연방 보험청구권을 한의사에게 부여하는 것을 넘어, 침구사가 미국 의료체계 내에서 어떤 위치를 갖게 될지를 결정짓는 정책적 기준선이다.
단 한 줄의 법조문이 한의사의 정체성과 미래를 규정할 수 있는 지금, 의료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침구사들의 관심과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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