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체질과 함께 병행해 사용하면 그 효과는 더욱 증폭돼
강주봉 원장의 병증과 처방 ⑬ 『상한론』과 증(證) Ⅱ
『상한론』 서문에서 저자인 중경 선생은 중국 대륙에서 ‘박채중방(博採衆方‧처방을 널리 채집함)’ 했으며 6종류의 고전을 인용했다고 써 놓았다. 이는 마치 『상한론』이 현대의 고전이듯 당시엔 그 고전들이 현대의 『상한론』 같은 역할이었을 것이다.
▲ 『상한론』의 집필배경
중경 선생이 박채중방 했던 처방들은 당시에 만들고 사용해왔던 처방들과 함께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오면서 당시 시대까지 전해져 온 처방들도 포함됐을 것이다. 그 속에는 처방을 정확하게 사용하기 위한 설명이 있었을 것이고 질병의 증상, 본초, 처방에 대한 상호간의 연관성에 대한 내용 역시 포함돼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중경 선생이 광범위하게 수집한 처방과 여섯 권의 고전 안에는 『상한론』이 있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임상기법과 한의학 이론들 역시 들어 있다. 여섯 종류의 고전 가운데 두 종류는 오늘의 소문(素問)과 영추(靈樞)로 판단되며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다른 세 종류의 책들은 전해 내려오는 과정에서 분실됐고 나머지 한 종류는 오늘의 난경(難經)과 제목은 같지만 중경 당시의 난경 역시 오늘날의 난경과 조금 달랐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증(證)에 대해 생각해보면 내경에는 임상과 관련된 많은 이론들이 소개돼 있지만 증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은 기록돼 있지 않다. 『상한론』 서문에 기록된 책 이름에 비춰볼 때 실전(失傳)된 책 가운데 한 종류가 임상적 본초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경이 널리 수집한 처방들과 실전된 책들 중 한 종류를 통해 오랜 시간 동안 축적돼 왔던 임상 기법의 요체들이 『상한론』 안으로 츨러 들어갔을 것이고 내경과 난경과 실전된 책들로부터는 음양이론, 경락이론, 육경 병증, 영위, 삼초 이론, 맥론 등 이론적이고 사변적인 내용들이 전해졌다고 추축할 수 있다.
▲ ‘증’의 두 가지 의미
『상한론』의 ‘증’이란 개념 안에는 두 개의 의미가 있다. 하나는 왜 그 처방을 그 환자에게 사용해야 하는가 하는 이론적인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환자에게 그 처방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가 하는 임상적인 측면이다.
예를 덜어 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어떤 환자가 두통이라는 증과 함께 열이 나고 맥이 뜨고 소변을 자주 못보고 추위를 싫어하고 관절이 아프면 태양병 상풍(太陽傷風)의 증상으로 계지탕을 사용한다.
즉 두통이란 증과 함께 여러 증상들은 태양병이라는 육경의 병증 중 하나에 해당한다는 내경의 이론적 근거에 의해 계지탕을 처방하는 것이다.
후자에 해당하는 내용은 두통, 소변불리, 상충, 맥부(脈浮), 오한, 발열과 복직근연급이라는 증들(주증과 방증들)이 많은 처방들 중에 오직 계지탕을 선택하게 한다는 뜻이다.
이는 증이 방제론적인 기법을 내포한다고 있다는 의미이다. 방제론의 기법이라는 것은 어떤 한 처방이나 하나의 처방을 선택해 사용할 것인가 아닌가를 분별해 나가는 행위에 속하기 때문에 여기에서의 증은 다른 처방과 감별이 되는 지표가 되는 것이므로 방제론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요약하자면 『상한론』의 내용에 영향을 미친 서로 다른 두 개의 원천이 있는데 하나는 임상적 기법이고 다른 하나는 사변적 이론이고 증은 특성상 임상적 기법에 속했지만 『상한론』에서 이 두 가지 범주로서의 원천인 임상과 이론을 연결시키는 고리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상한론』을 쓰기 이전의 긴 시간 동안 형성돼 온 이 두 개 범주들은 서로 다른 루트를 통해 상한론으로 들어왔고 이 둘은 중경 선생의 창조적인 아이디어인 증으로 연결돼 『상한론』 안에서 혼연일체가 되어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다.
▲ 『상한론』과 사상체질
상한론에는 사상체질과 관련된 조항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그 중 한 가지 조항과 처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복계지탕(服桂枝汤),대한출후(大汗出后),대번갈부해(大烦渴不解),맥홍대자(脉洪大者),백호가인참탕주지(白虎加人参汤主之).
이 조문에서는 오진으로 계지탕을 복용해 부작용이 발생해 백호가인삼탕을 복용해야 하는 결과이 이르게 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부작용으로 나타난 대번갈과 홍백은 원래의 증상에 계지탕이 갖고 있는 신온(辛溫)한 약성이 더해져 생긴 것으로 이런 일련의 상황은 체질을 찾아내는 단서가 된다.
윗 글에서 오진을 하게 된 이유는 태양병이 시작되는 시점에는 계지탕의 외증과 백호탕의 외증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계지탕이 부맥과 한출 증상을 보이고 백호탕 역시 이 증상들이 나타난다. 때문에 이 둘의 차이는 갈증 여부로 가려야 하지만 태양병 시작 즈음에 갈증이 분명히 나타나지 않으면 오치할 여지가 생긴다.
계지탕은 체질적으로 볼 때 소화력이 강하지 않은 편이고 식사량도 많지 않은 소음인에게 적당하고 백호탕은 소화력이 비교적 양호하고 식사량도 비교적 많은 소양인에게 좋다.
평소 장위가 작은 편이고 중초에 기혈이 충만하지 않은 소음인이 풍한에 감촉되면 중초가 냉해지기 쉽고 계지탕의 신온한 약성이 중초를 따뜻하게 해주면서 풍한을 배출시키는 데 유익하다.
그러나 만일 백호탕을 쓰거나 석고가 들어 있는 처방을 사용해야 할 소양인에게 계지탕을 쓰면 평소 중초에 기혈이 많은 데다가 신온한 약물까지 들어와 위장이 더욱 더워지거나 뜨거워져 땀을 많이 흘려 대번갈 증상이 발생한다.
처음부터 진단을 정확히 해서 백호탕을 사용했으면 좋았겠지만 오치로 계지탕을 사용해 위장이 더워지고 땀을 많이 흘렸기에 인삼을 추가해 백호탕이 아닌 백호가 인삼탕을 처방하게 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강주봉 원장(샬롬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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