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등을 인공적으로 처리해 조리와 보존이 간편하게 만든 걸 통칭 가공식품이라고 한다.
미국 하버드대 등의 연구진은 지난달, 빨리 흡수되는 가공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게 비만의 주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미국 영양학회(ASN) 저널에 실린 관련 논문의 요지는, 단순히 덜 먹으려고만 하지 말고 고가공(highly processed)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비만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고가공 식품을 단기간 섭취해도 기억력 저하를 동반하는 강한 염증 반응이 뇌에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나이 든 동물은 4주만 고가공식을 먹어도 뇌에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
이 연구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행동의학 연구소의 루스 바리엔토스(Ruth Barrientos) 부교수 연구팀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미국 신경정신면역연구학회(Psychoneuroimmunology Research Society) 저널인 ‘뇌·행동·면역(Brain, Behavior, and Immunity)’ 최신호에 실렸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바리엔토스 교수는 “가공식품을 섭취하면 심하고 갑작스러운 기억 손상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라면서 “고령층의 빠른 기억력 저하는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 질환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라고 말했다.
바리엔토스 교수팀은 뇌의 해마(hippocampus)와 편도체(amygdala)에 초점을 맞춰,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 섭취, 수술, 감염 등이 어떻게 고령자의 뇌에 염증을 유발하는지 연구했다.
연구팀은 이에 앞서 나이 든 생쥐가 짧은 기간만 고지방 먹이를 먹어도 기억력 저하와 뇌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밝혀냈다.
이런 생쥐는 뇌의 해마와 편도체에서 DHA 수치가 낮다는 것도 확인했다.
DHA(docosahexaenoic acid)는 EPA(eicosapentaenoic acid)와 함께 생선 등 해산물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의 일종이다.
DHA는 뇌에서 염증 반응 차단 등 여러 가지 작용을 한다.
이번 연구에선 DHA가 고가공식 섭취로 생기는 뇌 염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게 처음 입증됐다.
연구팀은 생후 3개월, 24개월 된 수컷 생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보통 먹이, 고가공 먹이(가공 탄수화물 63.3%), DHA가 첨가된 고가공 먹이를 먹였다.
실험에 쓴 고가공 먹이는 장기간 보존되는 감자 칩, 냉동 파스타·피자, 방부제 첨가 조리 육류 등을 모방해 만들었다.
고가공 먹이를 준 나이 든 생쥐는 수일 내에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는 해마의 전후 관계 기억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신호다.
이런 생쥐는 또 위험 신호를 줘도 예측성 공포 행동을 하지 않아 편도체에도 이상이 있음을 시사했다.
뇌의 변연계에 속하는 편도체는 동기, 학습, 감정 등과 연관된 정보를 처리한다.
그래서 편도체에 이상이 생기면 위험을 알리는 신호를 놓치거나 이런 신호에 대해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그런데 나이 든 생쥐가 고가공 먹이를 먹더라도 DHA를 첨가하면 뇌의 염증 반응과 기억력 저하 행동이 효과적으로 방지됐다.
나이 든 생쥐나 어린 생쥐나 고가공 먹이를 먹으면 양쪽 다 살이 쪘지만, 그 정도는 나이 든 생쥐가 훨씬 더 심했다.
주목할 부분은, DHA를 첨가해도 고가공 먹이의 체중 증가를 막는 데는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DHA가 첨가됐다고 해서 고가공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바리엔토스 교수는 “식품의 영양정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특히 섬유소와 탄수화물의 질을 눈여겨봐야 한다”라면서 “그 부분이 중요하다는 게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라고 강조했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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