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증의 ‘계지탕’•양명증의 ‘백호탕’, 자폐증상 따라 처방
멍하고 몽롱한 상태•강박 생동•인지 및 언어 진보가 거의 없는 상태 등
자폐 증상은 ①멍하고 몽롱한 상태, ②강박으로 인한 충동이나 공격적인 행동, ③인지와 언어에 진보가 거의 없는 상태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멍하고 몽롱한 상태는 문제행동이 심하지 않고 비교적 조용하기 때문에 보호자를 힘들게 하지는 않는다.
반면 강박 행동은 보호자뿐 아니라 당사자도 괴로움을 겪는 상태이다.
인지와 언어장애는 명한 상태나 강박행동도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멍한 상태와 강박, 충동 행동도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진단과 처방을 위해서는 어느 쪽이 좀 더 심각한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멍한 상태가 지속되고 호명반응이 잘 안되면서 언어표현의 발달이 멈춰 있다면 ①번과 ③번의 상태이고 실내에서 고함을 지르고 뛰어다니면서 여기저기 전기스위치를 끊임없이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언어적인 의사표현이 잘 안 된다면 ②번과 ③번의 상태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경우로 외형상 일상생활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친구를 만들지 못하고 늘 외톨이로 지내며 상대와의 대화 소통이 어렵다면 이것은 ③번의 상황이다.
많은 경우는 ①, ②, ③이 모두 섞여 있으면서 어느 한 가지의 특징이 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세 가지 형태의 분류방법에 대해 현대의학의 뇌신경 이론 대신 경락이라는 임상적 개념에 위해 수 천년 동안의 임상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처방들이 축적되고 정리된 다음 약 2천년 전에 『상한론』이라는 책에서 체계가 잡혀 기록돼 지금까지 내려오면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임상적인 분류에 의한 한방 약물과 처방을 간략하게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 멍하고 몽롱한 경우
이 때 사용하는 주요 약물은 계지(계피)이다. 계피는 뛰어는 각성 효과를 가지고 있고 아울러 인체의 수분대사를 촉진함으로써 노폐물을 땀과 소변으로 배출해주면서 심폐기능을 고양시키고 활력을 도와주는 본초약물이다.
『상한론』에 나오는 200여 개가 넘는 처방의 기본 처방은 계지를 사용해 만든 ‘계지탕’이다. 이 약은 이 책의 기본 처방일 뿐만 아니라 2,000년 한의학에서 사용해 온 약 8만여 개 임상 처방의 이론적 바탕이기도 하다.
이것은 8만여 개의 한방 처방에 모두 계지가 들어있다는 뜻은 아니고 ‘계지탕’과의 관련성에 의해 그 처방의 성격과 기능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계지(계피)라는 본초약물이 한의학에서 이런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은 이 약재의 효능이 탁월하고 정확하고 안전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계지(계피)는 경락의 관전에서 자폐증상을 개선시키는 데 있어 가장 요긴하게 쓰이는 약물 중 하나이다. 특히 태양인과 소음인의 자폐증에서 계지탕 및 관련 처방들은 널리 중요하게 사용되고 소양인과 태음인에게는 보조 처방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한다.
▲ 강박으로 인한 충동이나 공격적인 행동
이 경우에는 진정 효과가 있는 본초 약물들을 쓴다. 하지만 때로는 오히려 각성을 도와줌으로써 진정이 오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뇌에 공급되는 산소와 영양분이 부족해 무기력이 아닌 흥분이 오게 되기 때이다. 오히려 각성 효과가 있는 계지, 당귀, 황기 등의 본초 약물들에 의해 심장 박동력이 강화되고 뇌에 공급되는 영양분이 증가해 뇌에 흥분이 가라앉고 진정이 오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강박 행동의 경우 ①번의 본초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고 이를 제외하면 흥분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계지와 반대되는 가능을 가진 본초약물들을 쓴다.
예를 들어 칼슘제재인 석고를 비롯해 황금, 황련, 치자, 지모, 황백, 대황 등과 같이 쓴 맛이 강하면서 심장의 박동을 줄여주고 뇌에 공급되는 혈액량과 산소, 영양분의 양을 줄여줘 뇌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계지가 태양병 증상의 치료제에 군제(으뜸약물)가 되는 것처럼 양명병 증상 치료에 군제가 되는 것은 석고이다. 석고가 들어가는 유명한 처방으로는 ‘백호탕’이 있는데 이는 석고의 별명이 백호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태양 경락과 양명 경락이 뇌에 직접 유주하고 있기 때문에 뇌의 침체와 흥분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태양증을 대표하는 계지탕과 양명증을 대표하는 백호탕은 『상한론』에서 열병을 치료하는 주요 처방으로 소개되어 있다. 또한 자폐증상으로 인한 멍함, 무기력, 강박, 흥분 등을 개선시키는 데에도 중요하게 사용한다.
실내에서 뛰어다니고 화를 내는 자폐증 증상에는 석고가 들어 있는 백호탕을 기본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태음인과 소양인의 ②번 증상에는 석고를 사용하기가 적당하지만 이들보다 소화기관이 작고 소화즙 분비량이 적은 태양인과 소음인에게는 부드러운 칼슘제의 본초 약물인 모려와 용골을 사용한다.
모려는 굴 껍질을 말하고 용골은 오래된 동물 화석의 뼈인데 용골과 모려는 한방에서 많이 사용하는 진정제 중 하나다.
계지와 함께 용골 모려를 사용해 만든 처방인 계지가용골모려탕은 멍함과 함께 강박이나 흥분이 함께 나타날 때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태양인과 소음인에 자주 사용한다. 소양인과 태음인에게는 이 처방에 시호를 더 추가해 만든 시호가용골모려탕, 시호계지건강탕 등을 사용한다.
강주봉 원장(샬롬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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