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약합편(方藥合編)』은 황도연(1808∼1884) 선생이 자신의 저서 『의방활투(醫方活套)』와 『의종손익(醫宗損益)』을 합본하여 새롭게 엮은 한의학 도서로 황 선생의 아들 황필수 선생이 『증맥요결(證脈要訣)』 등 10여 항을 증보해 제작됐다.
이 책은 한의사가 실제 임상 치료 시에 꼭 필요한 사항들이 꼼꼼하게 정리된 실용의서로서 그 가치가 높아 현재까지도 많은 한의사들이 상비하는 책이다.
구성은 처방 체제를 상중하 3단으로 분류하였고 의방과 약물을 일목요연하게 기재해 이 책의 방제를 실제로 활용할 때에도 더 쉽고 편안하게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필자는 지난 두 번의 칼럼을 통해 저자인 황도연 선생을 소개하고 『방약합편(方藥合編)』의 탄생 배경 등에 대해 알아보고 기본 개념들을 살펴보았다.
이번 호는 지난 호에 이어 잡병제강편의 조리비위, 기(氣), 혈(血) 조항을 알아보기로 하겠다. 각 조항에서는 관련한 병증 중 특정 증상이 있을 경우, 사용해야 할 방제와 가감할 본초를 정리해 사용하는 사람이 편리하게 치료방제를 운용할 수 있게 했다. 부디 독자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조리비위(調理脾胃)
비위를 조리하려면 심하부를 눌러서 통증 여부와 습열상태를 살핀다. 음식상(飮食傷)은 처음에는 한증이다가 오래되면 열증이 되고 노권상은 처음에 열증이다가 오래되면 한증이 된다. 또한 열병은 화와 담이 생겨 어지럽고, 토하고 마비가 오고, 습병은 부종이 오고, 창만하며 설사가 잘 멎지 않는다.
소도(疏導)하려면 지축이진탕(枳縮二陳湯)에 산사, 맥아를 가해 쓰고 보하려면 보중익기탕을 쓰며, 청열하려면 소조중탕(小調中湯)이나 응신산(凝神散)을 쓰고 습을 조하려면 이진탕이나 육군자탕을 쓴다. 허실 등의 판별은 진맥으로 해도 된다.
▲ 기(氣)
모든 기는 화(火)로 인해 나쁜 작용을 한다. 기가 탁해지면 화가 성해서 진액을 훈증하여 담이 되는데 치료에는 사칠탕(四七湯)을 쓰고 좀 오래된 것은 이진탕에 황련과 황금을 가해 쓴다. 간기가 상하여 냉이 생기면 고역, 적통(積痛)하니 치중탕(治中湯)에 당향목을 가한다.
외감 환자에는 오적산(五積散)을 쓰고 한사가 입리(入裏)했으면 사역탕( 四逆湯)을 쓰며 풍이 낀 데는 분심기음(分心氣飮)을 쓴다. 또한 풍한이 끼어 뇌를 침범했으면 강활부자탕(羌活附子湯)을 쓰고 한습이 낀데는 오령산(五苓散)이 능히 제기를 승강시켜서 삼초를 통리시키 수 있는데 통리만 시키는 것이 아니다.
열이 날 때 서열(暑熱)이면 황련향가산에 여근을 가해 쓴다. 희락과 노권으로 심이 상한 데에는 귀비탕(歸脾湯)을 사용하고 과도한 공포로 신을 상하면 보중익기탕을 적용한다. 과도한 경해(驚駭)로 담을 상하면 온담탕(溫膽湯)을 복용토록 하고 노기(怒氣)는 진기를 흩어지게 한다.
심한 노함은 간을 상하고 구토하면 지경이진탕(枳梗二陳湯)이나 정기천향탕(正氣天香湯)을 쓰고 과도한 근심으로 폐를 모상하여 천촉(喘促)하면 소자강기탕( 蘇子降氣湯)이나 분기자소음(分氣紫蘇飮)을 사용한다.
또한 심한 비애로 심포가 상하여 광증이 나면 지각자산(枳殼煮散)을 과도한 사려로 비장을 상하여 비만이 생기면 퇴열청기탕(退熱淸氣湯)이나 온담탕(溫膽湯)을 처방한다.
기가 숨어서 체결(滯結)하면 귤피일물탕(橘皮一物湯)을 쓰고 기가 막혀서 적취가 되면 염전산(鹽煎散)을 활용하며 기가 흩어지고 속이 허해지면 보중익기탕을 사용한다.
기가 주주(注走)하여 현훈, 탄산, 얼격(孼膈)을 일으키면 유기음자(流氣飮子)를 쓰고 흉비가 되면 지경탕(枳梗湯)을 처방하며 가슴이 비통(痺痛)하면 지귤탕(枳橘湯)을 사용한다.
기종(氣腫)에는 목향유기음(木香流氣飮)을 쓰고 변비, 요폐(尿閉)가 되면 삼화산(三和散)이나 사마탕(四磨湯)을 처방하며 혈종을 겸했을 경우 혈응(血凝)이 되면 기 또한 체하니 사물탕에 향부자, 측백엽을 가해 쓰고 응혈이 낀 데는 도인, 홍화를 가해 쓰며 담을 겸 한데는 순기도담탕(順氣導痰湯)을 쓴다.
기병은 자세히 살펴서 분별해야 하며 담적의 다소를 가려서 다스린다. 화(火)를 내리게 하여 심(心)을 맑게 하는 것이 더욱 묘한 비결이다.
▲ 혈(血)
모든 혈증은 먼저 각 경맥을 분별해야 하고 역기하면 피가 상행하고 순기하면 피가 하행하며 혈증이 외증으로 조열이 있으면 밤이 되면 병이 중해진다. 병인의 허실을 헤아려 기를 맑게 해야 한다. 외감이나 적열의 혈증과 어혈에는 양제(陽劑)를 쓰는 것이 좋다.
풍증으로 코피가 날 때는 금불초산(金沸草散)에서 마황을 빼고, 길경, 비파, 상백피를 가해 쓰거나 삼소음(蔘蘇飮)에 황금을 가해 쓰며 한증으로 코피가 방울방울 떨어지는 경우는 구미강활탕(九味羌活湯)을 쓴다.
또한 서증 열(熱)에는 모화전탕(茅花煎湯)을 오령산에 타서 쓰고 서독(暑毒)이 심장을 공격하여 피를 토하는 경우에는 비파엽산(枇杷葉散)에서 정향을 빼고 황련을 가한다.
습증 하혈에는 위풍탕(胃風湯)이나 당귀화혈탕(當歸和血湯)을 쓰고 유행성 급성전염병으로 토혈하는 경우에는 승마탕(升麻湯)을 처방한다.
또한 열이 상초에 축적했을 경우에는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을 쓰고 어혈에 서각지황탕(犀角地黃湯)을 쓴다. 내상으로 인한 혈증에는 자음하고 보양하면 화(火)가 저절로 다스려진다.
노심으로 토혈의 무한(無汗)에는 복령보심탕(茯苓補心湯)을 쓰고 노심토혈(怒心吐血)의 유한에는 귀비탕(歸脾湯)을 처방한다. 울화로 상혈(傷血)했을 경우, 청간해울탕(淸肝解鬱湯)을 쓴다. 기가 응체된 경우에는 소자강기탕(蘇子降氣湯)을 사용한다. 내상, 살혈 후 칠정에 상하면 사물탕에 목향과 빈랑을 가해 쓴다. 내상음혈에는 사물탕에 현삼, 황백, 지각을 가한다.
음식(飮食 )생랭(生冷)으로 위와 식도에 체류하여 기탁혈난(氣濁血亂)한 경우에는 이중탕(理中湯)에 건강, 천궁을 가해 쓰면 육혈(衄血)을 다스려 음양이 분명해지고 혈맥이 통한다. 빈혈로 냉(冷)해져 훈도(薰陶)하면 이중탕에 육계와 부자를 가해쓴다. 술에 상하여 토혈하면 사군자탕(四君子湯)에 갈근, 천궁, 산치자를 가해 쓴다.
노상토혈(怒傷吐血)에는 돼지 간에 백급말을 찍어 먹으며, 땀에 혈액이 섞여 나오면 황기건중탕(黃耆建中湯)을 쓴다. 오금에서 피가 나오면 십전대보탕을 쓰며 사려나 색욕으로 혈쇠(血衰)하고 화조(火燥)하면 자음강화탕(滋陰降火湯)을 쓴다.
남녀간에 혈증이 되어 열증이 되면 사물탕을 통용하는데 피를 식힐 경우는 심혈에는 황련을 가하며 소장열에는 치자, 목통을 가하고, 폐혈(肺血)에는 고금(枯芩=황금), 대장에는 실금(實芩)을 가한다.
담혈에는 황연을 가하고 신방광혈에는 황백, 비혈(鼻血)에는 생지황, 위혈에는 대황을 삼초혈에는 지골피, 심포혈에는 목단피를 각각 가(加) 한다.
기를 맑힐 경우는 심기와 심포기에는 맥문동을, 폐기에는 지각, 간기에는 시호, 청피, 비기에는 작약, 위기에는 석고, 건지황, 대장과 삼초에는 연교, 소장에는 적복령, 방광에는 활석, 호박(琥砶)을 각각 가한다. 어혈에는 홍화, 도인, 배즙(汁), 동변을 가한다.
몸씨 출혈되면 박하, 현삼을 출혈이 멎지 않으면 포황, 영근(苓根), 경묵을 출혈이 오랫동안 멎지 않으면 승마하면 입혈 귀량(歸凉)한다.
출혈이 멎은 후 초흑(炒黑)건강을 가하여 입혈환원(入血還元)케 한다. 혈허에는 귀판, 혈조하면 인유(人乳)를 가해서 쓰며 비위를 보전하면 장수할 수 있다.
김용훈 원장(남산당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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