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도연 선생의 명서 『방약합편』, 부작용 별로 없고 효과 뛰어나
각 증상 및 방제 설명 부족 공부 어려워, 원리 알면 쉽게 이해 가능!
필자는 그 동안 한약을 위주로 임상을 해 왔지만 아직까지 약을 써서 환자가 잘못된 적은 없었다. 예전에는 “명의 집 앞에는 약을 잘못 먹고 죽은 귀신이 많았다”고 했을 정도로 약으로 인한 사고도 많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이렇게 임상을 할 수 있게 해준 ‘『방약합편』이 고마워 한의원 이름도 방약합편을 쓰신 혜암(惠庵) 황도연 선생(1807~1884)의 한의원 이름과 같은 ‘남산당’이라 지었다.
이번 호부터 독자들과 함께 『방약합편』을 활용해 임상에서 환자들을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살펴보겠다.
▲ 저자 황도연 선생은?
먼저 『방약합편』을 쓴 황도연 선생은 19세기 우리나라의 이름난 의학자로 16살부터 의학 공부를 시작했다. 오랜 기간의 치료 활동을 통하여 그의 뛰어난 의술은 점차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한때는 국왕의 어의(御醫)로 임명됐다.
황 선생은 임상 의사로서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생활하는 지대와 풍토 등이 다르며 또한 옛날과 지금이 좀 다른 것만큼 그에 맞게 치료해야 하고 옛날에 쓰던 치료법과 처방, 남의 나라의 것을 그대로 쓸 것이 아니라 매 질병에 맞게 치료해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편찬한 의학서는 『부방편람(附方便覽)』 14권(1855년), 『의종손익(醫宗損益)』 13권(1868년), 『의방활투(醫方活套)』 1권(1869년), 『방약합편(方藥合編)』 1권(1885년) 등이 있다.
선생이 사망 후 그의 아들 황필수(黃泌秀)가 『의방활투』에 『의종손익』의 본초 부분인 『약성가(藥性歌)』를 보충, 편찬한 것이 지금의『방약합편(方藥合編)』이다.
▲ 『방약합편』의 장점
이 책은 중국의서의 처방이 약용량이 너무 많거나 용량이 없는 문제와 종종 있었던 부작용 등을 개선한 것이 장점이다. 필자는 ‘병을 고치지 못해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고 가면 안 된다’는 진료 철학이 있다. 그런데 『방약합편』은 부작용이 별로 없어 맞는 약을 쓰면 신비로울 정도로 빠르고 치료 효과가 좋다. 때문에 지금까지도 필자는 명서로 생각하고 있다.
『방약합편』을 보면 『약성가』를 모아 둔 손익본초(損益本草) 목록이 먼저 나오고 아래 『의방활투』 목록이 각각 상·중·하통으로 구분돼 있다.
『의방활투』는 황도연 선생의 『의종손익』 내용을 삼품(三品), 삼단(三段)으로 나눠 검색이 용이하게 한 것이다. 『의방활투』의 상통은 보(補) 하는 방제, 중통은 화해(和解)하는 방제, 하통은 사(瀉) 혹은 공(攻)하는 방제로 각각 구성돼 있다. 앞으로 칼럼을 통해 방약합편의 각 내용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 『방약합편』 공부가 어려운 이유
방약합편은 임상에서 편하게 빨리 원하는 방제를 찾아보기 쉽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책으로 각 증상과 방제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기재돼 있지 않다. 이렇기 때문에 새로 방약합편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다 포기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영선제통음(靈仙除痛飮·중통6)’은 류마티스 관절염 증상에 사용하는 약이다. 하지만 『방약합편』에는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말이 없고 단지 ‘유주지절지간(流注肢節之間)’이라는 설명만 있다. 돌아다니면서 아픈 것은 류마티스 관절염을 말한 것으로 임상경험이 많지 않고서는 원문에서 의도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
앞으로 지면을 통해 『방약합편』의 내용과 필자의 임상경험을 곁들여 설명하도록 하겠다. 처음 공부는 신증증맥방약합편 유제의 잡병제강부터 시작한다.
이번에는 내용을 소개만 하고 다음 호에 자세한 설명을 할 예정이니 예습한다는 기분으로 한번 읽어보면서 『방약합편』의 내용에 조금 더 친숙해졌으면 한다.
▲ 잡병제강
잡병은 풍한서습조화의 기의 외삼을 겸하기도 하고 혹은 숙식, 기혈, 담음, 허실의 정의 내상을 끼기도 하는데 많은 외감이 몰아치면 사중(중풍, 중한, 중서, 중습)이 되고 내상이 오래되면 고질이 된다.
여타의 잡병 증상은 이로 말미암아 변줄되는 것이니 이 구별을 잘 알고 또 머리에서 발까지의 문증법을 잘 알아서 다스려야 한다.
첫째로 내상이 되었거나 외감이 되었나를 가린다. 외감이면 손등이 덥고 입맛을 알 수 있다. 내상이면 손바닥이 덥고 입맛을 모른다. 외감상풍이면 바람을 싫어하고 얼굴이 번들거리며 땀이 난다. 상한이면 오한이 나고 얼굴이 쓸쓸하고 땀이 안 난다. 상서이면 불쾌한 열기가 있고 번갈하면 얼굴에 때가 낀다.
상습이면 습기를 싫어하며 부종이 생기고 얼굴이 누렇다. 내상, 노역, 상기하면 노곤하고 명치께는 아프지 않다. 음식으로 비가 상하면 먹기를 싫어하고 심장과 위 부위가 몹시 아프다. 만약 색욕으로 신을 상하면 더욱 색을 즐겨서 뼈가 쑤시듯 아프고 입에서는 음식이 자꾸 땅기는데 이는 음허화동의 탓이다.
칠정의 사려로 심과 비가 동시에 상하면 더욱 사려가 잘 되어 황홀해지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근심과 노기로 폐와 간이 상하면 더욱 기가 동하여 비만하고 현기와 구역이 나며 입맛을 잃는데, 이는 여러 기가 불울하기 때문이다.
모든 혈증은 낮에는 경하고 밤에는 중하다. 모든 담증은 식사는 주는데 피부색은 여전하다. 모든 화증은 성급해지고 조열이 성한다. 모든 수증은 옆구리가 뻣뻣하고 명치 밑이 몹시 울렁거린다.
증의 허실을 가림에 이르면 집증의 조건은 갖춰진다. 상한양증과 유사한 병은 열과 적이 생기고 상한음증과 유사한 병은 허하고 한해진다.
또 그 병의 내상과 외감의 유무와 내상, 외감, 상겸의 다과, 혹은 내상도 아니고 외감도 아닌 본경 자체가 병이 되었는가를 가린다. 남자는 방로 여부를 심문하고 여인은 먼저 월경과 잉태에 관한 것을 물어보고 환경의 순역과 이왕에 무슨 약을 복용했는지를 확인하고 맥으로써 이를 입증하면 거의 실수가 없을 것이다.
남산당 한의원 김용훈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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