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같은 발효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장의 미생물 다양성과 면역 기능이 향상되고 염증이 완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는 발효 음식은, 김치를 비롯한 발효 채소류, 요구르트, 케피어(우유나 양젖 발효 음료), 코티지 치즈(cottage cheese), 달콤한 발효차(kombucha tea) 등인데 섭취량이 많을수록 효과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과 달리 단순히 야채를 많이 먹는 것으론 단기간에 발효 음식과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의 저스틴 소넨부르크(Justin Sonnenburg) 미생물학 면역학 부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2일(현지 시각) 저널 ‘셀(Cell)’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인 소넨부르크 교수는 “단순히 먹는 음식만 바꿔도 건강한 성인의 장 미생물 총(叢)이 얼마나 재생 가능한 상태로 개조되는지를 보여준 놀라운 결과”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36명에게 발효 음식과 고섬유질 음식 중 하나를 골라 10주간 많이 섭취하게 했다.
이와 함께 실험 이전 3주와 이후 4주 동안 지원자의 혈액 및 분변 샘플도 채취해 분석했다.
발효 음식과 고섬유질 음식을 직접 비교한 건, 잠정적인 건강상의 이익이 선행 연구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고섬유질 음식은 질병 사망률 저하와 관련이 있고, 발효 음식은 체중 조절에 도움을 주면서 당뇨병, 암, 심혈관질환 등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트 결과, 발효 음식을 선택한 그룹은 장 미생물의 다양성이 전반적으로 높아졌고, 4가지 유형의 면역세포 활성도가 떨어졌으며, 19개 염증성 단백질의 혈중 농도가 모두 낮아졌다.
이들 단백질 중에는 류머티즘 관절염과 2형 당뇨병, 만성 스트레스 등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인터류킨 6도 포함된다.
고섬유질 식단을 선택한 그룹도 장 미생물의 다양성 면에선 안정 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19개 염증성 단백질 가운데 어느 것도 수치가 떨어지지 않았다.
이 그룹은 콩과의 목초(legumes), 씨앗, 전곡(全穀), 견과, 채소, 과일 등으로 식단을 짰다.
이는 발효 음식보다 고섬유질 음식을 섭취했을 때 몸에 이로운 효과가 더 많이 나타나고 미생물 다양성도 높아질 거라는 과학자들의 예측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공동 수석저자로 참여한 에리카 소넨부르크 선임 연구원은 “실험에서 나온 데이터를 보면, 단기간에 고섬유질 섭취만 늘려서는 장미생물의 다양성을 높이지 못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원래 인간의 장 미생물 총은 단기간에 잘 바뀌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섬유질 그룹은 또 분변의 잔류 탄수화물 수치가 높았다. 장 미생물이 섬유질을 완전히 분해하지 못한다는 걸 시사한다.
이는 산업화한 국가의 주민에게 섬유소 분해 장 세균이 부족하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장기간에 걸쳐 장 미생물 총이 섬유소 증가에 적응하게 하거나, 섬유소를 먹는 미생물을 이식해 미생물 총의 탄수화물 분해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연구팀은 생쥐 모델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음식물 섭취가 장 미생물 총에 변화를 가져오고 염증성 단백질을 줄이는 분자 메커니즘을 밝혀내기 위해서다.
발효 음식 섭취가 면역학적 질환 및 대사 질환 환자, 임신한 여성, 고령자 등의 염증을 줄이면서 다른 건강 지표도 개선하는지 규명하는 것도 다음 연구 목표에 들어 있다.
또 한 명의 공동 수석저자인 스탠퍼드 예방 연구 센터(Stanford Prevention Research Center)의 크리스토퍼 가드너 석좌교수는 “원래 이번 연구는, 장 미생물 총을 표적으로 하는 음식 섭취가 만성 염증성 질환의 폭발적 증가에 대처하는 길이 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개념 증명 연구’로 진행됐다”라고 강조했다.
개념 증명(proof-of-concept) 연구, 줄여서 POC 연구란 시장에 도입할 신기술을 검증할 목적으로 특정 방식이나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증명하는 걸 말한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저작권자ⓒHani Time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