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K는 몸 안에 축적되는 지용성 비타민 가운데 하나다.
비타민K는 식물에서 주로 합성되는 K1(필로퀴논)과 장(腸) 박테리아가 만드는 K2(메나퀴논) 두 종류가 있다.
비타민K는 혈액의 응고와 뼈의 생성에 관여한다.
따라서 비타민K가 부족하면 지혈 장애나 뼈 손실이 올 수 있고, 너무 많으면 혈전 위험이 커진다.
양배추·상추 등 녹황색 야채, 대파, 블루베리, 미역·김 등 해조류, 마요네즈·올리브오일 등 식물성 기름에 풍부하다.
사실 비타민K 보충을 신경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몸 안에서 생성되는 데다 너무 많으면 혈전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타민K가 충분히 환원된 형태로 변하면 강력한 항산화제로 작용해 ‘페롭토시스'(ferroptosis)를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비타민K를 환원시키는 단백질도 확인됐다. FSP1이라는 와파린 내성 효소(warfarin-insensitive enzyme)다.
페롭토시스는 고도불포화지방산(PUFA) 산화, 과산화지질 축적 등을 특징으로 하는 조절된 형태의 세포 사멸을 말한다.
페롭토시스가 진행되면 세포막이 파괴된다. 세포막 성분인 지질이 철(iron)에 의존해 과산화하기 때문이다.
페롭토시스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 퇴행 질환이나 다른 질환의 급성 기관 손상 등과 관련이 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치료제에 저항하는 암을 공격하는 데 페롭토시스를 이용하는 치료 전략도 연구되고 있다.
캐나다 오타와대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3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FSP1은 ‘페롭토시스 억제 단백질 1′(ferroptosis suppressor protein-1)의 머리글자다.
연구팀이 이 효소를 처음 발견한 건 2019년이다.
당시엔 FSP1이 보조 효소 Q10을 하이드로퀴논으로 환원하고 이것이 페롭토시스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실제로 페롭토시스를 억제하는 건 완전히 환원된 비타민K라는 게 이번에 확인됐다.
완전히 환원된 비타민K는 보조 효소 Q10의 환원된 형태처럼 지방 친화성 항산화제로 작용했다.
그러면 지질 이중막의 ‘활성 산소'(oxygen radical)가 차단되면서 페롭토시스가 억제됐다.
완전히 환원된 형태의 비타민K와 보조 효소 Q10은 그다지 안정적이지 않았지만, FSP1이 이들을 활성 상태로 유지했다.
FSP1은 비타민K를 비타민K 하이드로퀴논으로 환원해 ‘비타민K 사이클’이 돌아가게 했다.
이것은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비타민K의 ‘재발견’이었다.
와파린에 내성을 보이는 ‘비타민K 환원 경로’가 FSP1의 관여로 작동한다는 게 핵심이다.
와파린은 가장 흔히 처방되는 혈액 응고 방지제 중 하나다.
반세기 넘게 베일에 싸였던 FSP1 효소의 정체가 밝혀짐으로써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비타민K 대사의 마지막 수수께끼도 풀렸다.
이 분자 메커니즘은 비타민K가 와파린 남용의 해독제로 쓰이는 이유도 설명한다.
이 발견은 페롭토시스 연구 분야와 비타민K 생물학 분야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페롭토시스 연관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전략 개발의 초석이 될 거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구팀은 비타민K가 자연에서 생성되는 가장 오래된 유형의 항산화제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본다.
페롭토시스가 가장 오래된 세포 소멸 형태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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