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솔이나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은 일반적으로 면역계를 자극하지 않고 염증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작 스트레스는 우울증, 불안증 같은 신경질환 외에도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등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임상에서 자주 나타나는 스트레스의 이런 이중적 작용은 과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곤 한다.
미국 예일대 과학자들이 이런 의문을 풀어줄 만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정신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염증이 심해지는지를 밝혀낸 것이다.
면역계를 자극해 염증을 부추기는 건 뜻밖에도 갈색지방세포(brown fat cells)였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갈색지방세포에서 염증 사이토카인(신경전달물질) 인터류킨-6(IL-6)가 분비된다는 걸 과학자들은 확인했다.
이 연구를 수행한 예일대 의대의 앤드루 왕 내과학 면역학 조교수팀은 최근 관련 논문을 저널 ‘셀(Cell)’에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지방은 백색지방을 말한다. 피하와 장기 등에 퍼져 있는 백색지방은 에너지를 만드는 연료의 저장고와 비슷하다.
갈색지방세포엔 지방을 태워 열을 내는 UCP 단백질과 혈관이 많이 분포해 있다. 그래서 동면을 하는 동물엔 갈색지방세포가 많다. 하지만 인간의 몸엔 태아기를 빼면 아주 적은 양의 갈색지방만 존재한다.
동면 동물은 겨우내 백색지방세포(일명 비계)를 조금씩 분해해 에너지로 쓴다. 그러다가 봄이 되면 갈색지방조직의 UCP로 지방을 한꺼번에 태워 체온과 맥박을 평소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IL-6는 보통 감염 반응으로 분비되고 염증을 악화하는 쪽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다른 변수 없이 오로지 스트레스만 생겨도 IL-6가 분비된다는 게 동물 실험에서 드러났다.
스트레스 상태에서 IL-6를 분비하는 건, 놀랍게도 대사작용과 체온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갈색지방세포였다.
연구팀이 뇌에서 갈색지방세포로 가는 스트레스 신호를 차단하자 염증은 더 나빠지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자극에 대한 ‘투쟁 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 즉 스트레스 상태에서 IL-6는 인체의 글루코스(포도당) 생성을 도왔다.
그런데 갈색지방세포가 IL-6를 분비하면서 그 속도와 수위를 조절했다.
대사체계에서 글루코스가 생성되고,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된 한참 뒤에 IL-6 수위는 최고점에 도달했다.
한쪽에선 면역 억제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다른 쪽에선 스트레스로 인해 염증이 심해지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은 생쥐에게서 IL-6를 차단하면 염증이 생기지 않았고, 불안해하는 행동도 덜 보였다.
연구팀은 독감 등 감염질환 환자가, IL-6에 의해 생길 수 있는 우울증 유사 증상을 자주 보인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그 연장선에서 IL-6의 활성화를 막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가 우울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저작권자ⓒHani Time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