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철이 다가오면 통풍(痛風)으로 인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한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를 살펴보면 매년 6월~8월에 통풍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와 더불어 전체적인 환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통풍 환자 수는 50만9699명으로 5년 전(43만953명)보다 약 18% 증가했다.
여름철 통풍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강릉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김성수 교수는 “여름철 더운 날씨에 의한 음주량 증가와 탈수가 발생하는 등 계절적 상황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요산 수치에 영향을 주는 요소기 때문에 발병률이 높아진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통풍은 주로 40~50대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030세대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문화인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가 2030세대에서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는데 이들은 저칼로리·고단백 식품을 섭취하고 운동을 일삼는다.
김 교수는 “운동 시 섭취하는 단백질 보조제나 닭가슴살 등과 같은 지속적인 육식성 식단은 요산 수치를 높이기 때문에 통풍을 유발할 수 있다”며 “또 요산 수치가 높아진 상태에서 수분 부족이 올 정도의 지나친 운동은 통풍발작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통풍은 요산(Uric acid)이라는 물질이 우리 몸 관절이나 다른 조직에 과다하게 쌓여 나타나는 질환이다.
요산은 보통 혈액에 녹아 신장을 통해 대소변으로 배출되어야 하지만 너무 과도할 경우 녹지 못하고 바늘 모양의 작은 크리스털인 요산 결정체(Uric acid crystal)가 된다.
이는 우리 몸 모든 장기에 쌓일 수 있으며 염증 반응을 일으켜 매우 아픈 관절통을 유발한다. 통풍에 의한 관절염은 그 통증이 너무 심해 예로부터 ‘질병의 왕’이라고 불렸다.
과거 통풍은 완치되지 않고 식이요법 외에는 치료법이 없어 결국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병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여러 요산 저하제가 개발되며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조절이 필요한 만성질환이 됐다.
요산은 단백질 중 하나인 ‘퓨린(Purine)’이라는 물질이 대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설될 때 변환되는 마지막 대사물이다. 음식물의 섭취와 세포 대사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우리 몸에 생성된다.
퓨린은 다양한 식품에 포함되어 있는데, 주로 육류(내장류)나 등 푸른 생선, 맥주(효모), 베이컨, 과일주스, 액상과당이 포함된 탄산음료 등에 많이 함량 되어 있다.
통풍은 몸속 요산이 많아지게 되는 고요산혈증에서 시작된다. 보통 정상적인 요산의 혈중 농도는 6.8mg/dL로 7.0mg/dL이 넘으면 고요산혈증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고요산혈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다 통풍의 증상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대부분 무증상이다.
이는 고혈압, 비만, 신장 질환 등으로 요산의 배설 능력이 떨어지거나 과도한 음주,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의 지속적인 섭취, 유전 등에 의해 발생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고요산혈증의 유전적 요인 위험도를 분석했을 때 고위험군의 경우 통풍 발생이 일반인보다 7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증상인 고요산혈증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요산이 쌓이게 되고 통풍성 관절염의 첫 증상이 나타난다. 급성 통풍성 관절염의 발작을 유발하는 경우는 술을 많이 마시거나 과식, 과로, 스트레스, 약물 사용, 교통사고나 외상을 당한 후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김성수 교수는 “무증상이라고 해서 과도한 걱정에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 자주 검사할 필요는 없다”며 “고요산혈증에 의한 통풍은 한순간에 발병하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통풍은 보통 한쪽 엄지발가락에서부터 격렬하고 극심한 통증이 시작되며 증상 부위 피부가 붉어지고 따뜻해진다. 이후에는 엄지발가락 외 발목, 발등, 손가락 등 점점 많은 관절에서 통증이 나타난다.
증상은 보통 7~10일 이내에 지나가고 무증상이 이어진다. 그러나 약 60%는 1년 내 재발을 경험하게 되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통풍 발작의 빈도 및 강도는 점점 높아지게 된다.
심한 경우 ‘통풍결절(tophi)’이 관절 주위에 형성돼 광범위한 관절 손상과 피부 밑에 큰 결절이 생겨 기형을 이루며 점진적으로 불구를 초래할 수 있다.
대부분의 통풍 환자들은 첫 급성 통풍 발작이 일어난 후 아무 증상이 없는 시기가 오기 때문에 통증이 사라지면 치료를 중단한다.
그러나 이를 방치하면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진행이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요산이 관절에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온몸의 혈관과 콩팥에도 쌓이면서 만성 콩팥병,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 뇌졸중, 심장병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한다.
통풍 환자의 경우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2배 높아지고 만성 결절성 통풍 환자는 정상인보다 사망률이 3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통풍의 치료는 요산 결정체가 몸 안에 쌓여 생기는 것이므로 요산의 형성을 억제하거나 소변으로 많이 내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약물의 선택은 소변으로 배출되는 요산의 양, 신장의 기능, 피하 결절 유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전문가의 처방을 따라야 한다. 통풍에 쓰이는 약물은 급성 통풍 발작 시 염증을 억제하는 항염증제와 요산 수치를 낮추는 요산 저하제가 쓰인다.
요산 저하제는 통풍의 원인인 혈중 요산 농도를 낮추는 약물이다. 이는 요산의 생성을 줄이는 약과 요산의 배설을 증가시키는 약으로 나누어지는데 이 중 요산 생성 억제제가 우선으로 처방된다. 치료의 1차 목표는 혈청 요산 수치를 6.0mg/dL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요산 저하제는 통풍 환자에서 부가적인 신장(콩팥) 기능의 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부작용이 없는 한 모든 통풍 환자에게 꾸준한 사용이 권고되고 있다.
이외에도 수분의 섭취를 늘려 소변의 양을 약 2L 정도로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혈중 요산을 정상 이하로 조절할 경우 거의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며 “통풍 진단을 받으면 그때마다 치료하고 중단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예방 대책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한국인의 식단으로는 혈중 요산 수치가 크게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약물 치료를 해도 혈중 요산이 잘 떨어지지 않는 사람 △관절염이 자주 재발하는 사람 △과식을 하면 바로 관절염 급성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 등 고위험군은 퓨린이 다량 포함되어 있는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
일반적인 식품 외에도 특히나 술은 반드시 금하는 것이 원칙이다.
술은 혈중 요산의 합성을 증가시키고 소변으로의 배설도 억제해서 급성 발작의 발생률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술 중에서도 맥주는 다량의 퓨린이 포함되어 있어 요산의 증가가 더욱 현저하므로 독주보다 더 좋지 않다.
김성수 교수는 “통풍은 대사성이자 만성질환이므로 한두 번의 치료로 완치시키기는 불가능하지만 한두 알의 약물치료를 꾸준히 하면 병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만큼 조절하기 쉬운 질환”이라고 말했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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