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은 원래 인체에 나타나는 선천 면역반응의 일부다.
감염이나 상처에 동반하는 염증은 감염증의 치유와 상처 회복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염증은 몸에 해로운 병리학적 증상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염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ROS(reactive oxygen species), 즉 ‘활성 산소 종’이 대표적이다.
불안정한 분자 상태인 ROS는 정상적인 세포 기능과 세포 간 신호 교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염증 반응이 필요 이상으로 오래가면 ROS가 과도히 축적돼 산화 스트레스가 급속히 커진다.
염증은 중요한 발암 요인이기도 하다. 걷잡을 수 없는 염증이 암과 연관돼 있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려졌다.
궁금한 부분은, 염증이 어떻게 건강한 세포를 악성 종양세포로 바꿀까 하는 것이다.
염증이 유발하는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가 실제로 이 메커니즘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걸 미국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산화 스트레스는 DNA를 손상해 유전자 염기서열에 혼란을 야기했고, 이런 돌연변이가 쌓여 암이 됐다.
이 발견은 특정한 유형의 암이 생길 때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규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연히 이런 유형의 암을 예방하는 치료법 개발에도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미국 밴 앤덜 연구소(Van Andel Institute)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6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밴 앤덜 연구소(VAI)는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 있는 생의학 전문 연구 및 교육 기관이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게르트 화이퍼 후성유전학 교수는 “우리 몸은 손상된 DNA를 수리하고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훌륭한 방어 체계를 갖고 있지만, 항상 완벽히 작동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염증과 암의 연관성을 더 깊이 이해할수록 더 효과적인 예방 전략을 세우는 태세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퍼 교수팀은 자체 개발한 신종 ‘써클 대미지 시퀀싱'(CD-seq) 기술을 이용해 산화 스트레스로 생기는 두 가지의 DNA 손상 유형을 알아냈다.
그런 다음 COSMIC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암 돌연변이 특징과 비교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산화 스트레스로 유발된 두 가지 DNA 손상 패턴이 식도암, 위암과 같은 상부 위장관 암의 돌연변이 특징과 일치한다는 걸 확인했다.
COSMIC는 인간의 암에서 발견되는 체세포(비생식 세포) 돌연변이를 모아놓은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DB로 영국의 웰컴 트러스 생어 연구소가 운영한다.
실제로 상부 위장관 암은 염증성 전조 질환을 거쳐 생기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면 헬리코박터균(Heliobacter pylori)이 위에 감염하면 위벽 상피 조직이 손상돼 염증과 궤양을 유발한다.
또 위산 역류로 식도 내벽에 염증이 생기면 점막이 위처럼 변하는 ‘바렛 식도'(Barrett’s esophagus) 증상이 나타난다.
염증이 오래가면 암이 생길 위험도 커진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염증이 유발하는 산화 스트레스는 DNA의 염기 하나가 정확히 복제되는 걸 방해했다.
상부 위장관 암세포는 DNA의 4가지 염기 가운데 ‘G(구아닌)’가 ‘산화 G’로 바뀌어 있었고, 이런 복제 오류가 축적돼 암이 된다는 걸 연구팀은 확인했다.
화이퍼 교수는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암을 일으키는지를 놓고 오랫동안 논쟁이 벌어졌다”라면서 “우리 팀의 이번 연구 결과가 하나의 게임체인저(gamechanger)가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했다.
그는 ‘올바른 도구'(right tools), 즉 ‘써클 대미지 시퀀싱’ 기술이 있었기에 연관성 입증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CD-seq는 DNA를 원(圓)으로 늘어서게 유도해 PCR(중합효소연쇄반응) 기술로 대량 복제한 뒤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하면 손상된 위치의 염기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가려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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