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암을 일으키는 초기의 유전적 변이는, 실제로 암 진단이 내려지기 수십 년 전에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래전에 뿌려진 암의 씨앗이 장구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서서히 자라 결국 암 종양으로 발달한다는 의미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암 유전체 분석(PCAWG)’ 프로젝트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PCAWG는 미국이 지원하는 ‘암 유전체 아틀라스(TCGA)’와 국제 암 유전체 컨소시엄(ICGC)의 주도 아래 약 10년 전에 출범했다.
38개 유형의 암과 관련된 2천658개 유전체를 전수 분석한 이 프로젝트에는 세계 각국의 과학자와 임상의 등 1천300여 명이 참여했고, 그 결과는 23건의 논문으로 작성돼 5일(현지시간) 네이처, 사이언스 등 저널에 일제히 공개됐다.
유럽 분자생물학 연구소(EMBL)가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PCAWG 프로젝트는, 암에 관여하는 유전자 돌연변이 패턴을 확인해 목록화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됐다.
이런 작업은 암의 조기 진단과 임상적 개입 가능성을 열고, 암 종양의 발달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긴요한 것이다.
인간이 노화하면 세포 분열 때마다 유전적 변이가 쌓여 유전체를 온전히 유지하기 어렵다.
이런 유전적 변이의 축적 과정은 다양한 개인별 유전적 특성과 흡연 등 환경요인에 의해 더 빨라질 수 있다. 생애 전반에 걸쳐 이런 돌연변이가 쌓이면, 세포 프로그램의 오류 등으로 암이 생긴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 생기는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에 착안해, 인간 유전체의 ‘분자시계(molecular clock)’를 만들었다. 나이테를 보고 나무의 나이를 알아내는 것과 비슷한 발상이다.
EMBL 산하 유럽 생물 정보학 연구소(EBI)의 그룹 리더인 모리츠 게르슈퉁 박사는 “암에서 관찰되는 어떤 돌연변이의 나이를 추정하고, 종양의 진행 정도를 측정하는 잣대가 됐다”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또한 PCAWG 프로젝트와 ICGC 컨소시엄의 데이터를 활용해, 신경교아종·대장암·난소 선암 등 일부 암 유형에 대한 ‘종양 발달 시간표’도 만들었다.
암 종양이 평생에 걸쳐 발달하고, 그 초기에 생긴 돌연변이는 수십 년 후에 종양으로 발견될 수 있다는 건 이런 과정을 거쳐 확인됐다.
EBI의 슈테판 덴트로 박사후과정 연구원은 “보통 염색체 수가 정상이 아닌 세포는 오래 살지 못하는데 다형 교아종 등 일부 유형의 암세포는 살아남아 여러 해가 지난 뒤 암으로 발견됐다”라고 설명했다.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암 유전체학 실험실의 그룹 리더인 피터 밴 루 박사는 “30개 이상의 암 유형에 대해 개별 유전적 변이가 언제 생기는지 알아냈다”라면서 “이 패턴을 풀면 암이 오는 신호를 훨씬 더 조기에 포착하는 진단 테스트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변형 단계에서 전암(pre-cancerous) 세포를 찾아내는, 표적 ‘변이 세트(sets of alterations)’도 규정할 수 있게 됐다.
게르슈퉁 박사는 “암이 생기는 건 대부분, 우리 몸의 세포가 정상적으로 노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행한 결과”라면서 “암이 발생하기 오래전에 유전적 변이가 생긴다는 게 이번에 확인됨으로써 악성(종양)으로 변하기 전에 변성 세포를 찾아내는 기회의 창이 열렸다”라고 강조했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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