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관절 모든 경락, 혈이 꼭 있어∙사지 움직임이 관절서 주도적 작용
움직임 보면 사지 혈들이 관절 부위별 어떤 기능 수행하는지 예측 가능
우리 몸의 수백 개 혈들은 경락선을 따라서 무작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기를 운용하는 부위에 따라서 생성되고 작용한다.
두면부의 혈들은 기경과 연관이 있어 12경락을 통솔하는 힘이 있는 부위라면 체간의 혈들은 오장육부와 직접 소통하는 혈들이다. 또한 팔다리 사지는 인체 움직임을 주도하기 때문에 경락 에너지 흐름의 완급과 양을 조절할 수 있다.
관절과 관절 사이를 흐르는 경락은 혈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하다. 그러나 사지관절 부위의 모든 경락이 혈을 꼭 갖고 있는 것은 사지 움직임이 관절에서 주도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관절부위의 혈들은 관절을 벗어난 경락의 혈들보다 주치도 유달리 많다.
▲ 경락의 구심점
만일 핵주먹 마이클 타이슨이 주관절에 깁스를 한다면 그의 빠른 주먹이 가능할까. 또한 그의 어깨관절을 고정하면 체중 실린 핵주먹이 가능할까.
태권도의 발차기도 정확한 킥을 위해서는 슬관절이, 체중이 실린 강력한 킥을 위해서는 고관절의 움직임이 각각 중요하다.
이렇게 인체의 움직임을 잘 살펴보면 사지의 혈들이 관절 부위별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
견관절과 고관절의 혈은 체간 기운이 사지로 흘러나가는 것을 조절하는 댐의 수문 같은 역할을 한다. 또한 주슬관절은 인체 움직임을 주도하면서 균형을 잡아주며 완관절과 족과관절은 사지의 기운이 폭발되듯 터져 나오는 부위이다. 그래서 타이슨의 핵주먹도 마지막 타격부위에서 손목 스냅이 중요하며 태권도 발차기도 타격순간에 발목관절에 힘이 실리면서 파워를 전달한다.
즉 인체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튕겨져 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손목관절과 발목관절부위의 혈들은 그 경락의 힘을 밀어주고 당겨주는 역할을 더 강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관절의 움직임은 항상 체중의 중심점을 향해서 운행되고 거꾸로 관절의 움직임이 바뀌면 체중의 중심점도 바뀔 수 있다. 관절부위의 혈들의 자침 방법에 따라 기의 운행도 오장육부의 중심점을 바꿀 수 있다. 왜냐하면 관절부위가 가장 많은 기를 운용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락의 구심점을 상중하 초로 바꿀 수도 있고 오장육부의 반응부위 즉 수모혈을 중심으로 바꿀 수 있다.
▲ 개폐혈부(開閉穴部)
임상에서 사지의 대관절인 견관절과 고관절의 혈을 취혈하는 경우는 오십견이나 좌골신경통 등 혈부에 문제가 있을 때가 많다.
기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견관절과 고관절은 체간과 사지를 연결하는 부위이고 사지의 경락으로 기운이 나가고 들어오는 혈처이다. 즉 체중의 버팀목이기에 양쪽 견관절과 양쪽 고관절 부위 등 총4부위 중에서 한 곳만 문제가 생겨도 전체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움직임이 제한돼 고통스러워한다.
그래서 양쪽 견관절과 양쪽 고관절을 인체의 4대 기처(氣處) 즉 인체의 4대 에너지 기둥이 된다. 인체 에너지의 발전소와 저장고가 체간이라면 그 에너지의 운용을 위하여 방출하는 첫 관문이 바로 견관절과 고관절이다.
때문에 인체에너지의 운용이 제한되어 움직이기 어려운 질환 즉 체중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질환인 사지마비, 중풍후유증, 척추의 변형, 하지무력 등에 응용이 가능하다.
또한 몸 안에서 사지로 기가 나오거나 몸 안으로 사지의 기가 들어가는 기의 양을 조절하는 개폐역할을 하여 사지로 흐르는 경락에너지의 힘을 조절해 줄 수 있다. 그래서 견관절부위와 고관절 부위의 혈들을 개폐혈부라고 지칭한다.
▲ 조화혈부(調和穴部)
인체 움직임에서 체중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 사지의 모든 관절을 다 사용하지만 밸런스를 잡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관절은 바로 주슬관절이다.
무용, 줄타기, 탁구같이 섬세하고 빠른 움직임에 모든 관절이 유기적으로 협력을 하면서도 인체의 중심을 잡기 위한 많은 움직임의 중심축은 주슬관절이다. 다빈치의 인체비례도나 동양무술의 기본동작인 기마자세를 살펴봐도 사지관절의 대관절 중관절 소관절의 중심축이고 운동하는 인체무게중심을 따라 항상 움직이는 역학적인 구조를 가진 관절이므로 인체전반적인 움직임을 가장 조화롭게 균형을 맞춰준다.
때문에 인체의 기가 흐트러진 질환이나 경락의 기를 안정적으로 조화 시키려면 주슬관절의 혈을 조절해 자침 시 편안한 느낌과 함께 인체의 자연치유 복원력이 살아난다. 주로 합혈들로 이루어진 혈부로 역기이설(逆氣而泄)이라는 합혈의 주치는 바로 기가 역란하는 것을 다스리며 안정적으로 기를 조화롭게 한다.
여기에서 설(泄)을 설사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기가 흩어졌다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다기다혈한 양명경의 주슬관절 혈인 곡지와 족삼리를 임상에서 가장 많이 쓰고 많은 주치를 갖는다.
임상에서는 기가 극도로 허약하거나 허실협잡이 된 경우에 곡지와 족삼리를 먼저 자침하거나 다른 조화혈부를 먼저 자침한 뒤 시술을 하면 자침 시 발생하는 기의 편중으로 인한 훈침을 예방하고 기의 조화를 먼저 이루어 치료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 그래서 주슬관절의 혈들을 조화혈부라고 지칭한다.
▲ 추동혈부(推動穴部)
운동선수들이 준비운동을 할 때에 손목과 발목의 관절부터 풀어주면서 전신의 긴장과 근육을 풀어주는 것을 보면 기학적(氣學的)으로 매우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손목과 발목은 우리 인체의 활동 에너지가 표출되도록 도와주는 관절로 섬세하면서도 폭발적인 움직임에 연관된다. 따라서 손목과 발목의 혈들은 경락 에너지의 각성을 주도해 정체된 기를 깨워주고 흐름이 완화된 것을 강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자극을 해 줄 수 있어 인체의 기운을 강하게 당기고 밀어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때문에 추동혈부의 혈들은 실질적인 치료효과가 우수하게 나타나는 경혈들이 많다. 인체의 전신을 대응할 정도로 자극 효과가 우수한 수지침이나 족부반사같은 경우도 모두 추동혈부에 존재한다.
또한 오수혈도 합혈을 제외하고는 모두 추동혈부에 존재하기 때문에 사암침법의 운용혈의 80%가 추동혈부에서 운용되고 동씨침법에서 다용되는 혈들이 추동혈부에 대다수 존재하는 이유이다.
추동혈부의 혈들은 협의적으로 볼 때는 손목과 발목에 존재하지만 광의적으로 볼 때는 손과 발 전체의 혈로 볼 수 있다.
Ⅱ. 혈부론
경혈의 작용은 운동역학적 작용 외에도 많은 숨은 의미를 지닌다. 그 경혈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여러 각도에서 혈이 지닌 특성과 운용을 살펴보자.
▲ 동형동기(同形同氣)
한의학은 형이상학적 추상적 관념과 형이하학적 실용적 운용의 연계성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발전해 온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성질이 따뜻한 계수나무의 가지인 계지는 손발을 따듯하게 하는데 사용하고 몸체에서 나온 육계는 복부를 따뜻하게 한다.
한의학은 형상과 매우 밀접한 연계성이 있다. 경혈점도 같은 원리로 해석이 되는데 인체에서 비슷하게 생긴 부위는 비슷한 에너지의 흐름으로 치료에 응용을 해 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씨침에서 견통에는 슬안혈을 자침하고 슬통에는 견중혈을 자침한다. 어깨가 아프면 무릎에 침을 놓고 무릎이 아프면 어깨에 침을 놓는다.
이 방법은 병처에 직접 치료를 하지 않고 병처와 같은 에너지가 연동되는 곳에 자침해 병사를 제거하는 동시에 정기가 약해진 병처에 정기를 보강해 주는 차원이 높은 치료방법이다. 이런 치료의 근간이 되는 것이 같은 모양은 같은 기운을 가진다는 동형동기(同形同氣)의 개념이다.
또한 항강 또는 항배통에 곤륜혈을 자침하는 경우도 역시 같은 경락의 기운을 아래로 자극해 기운을 끌어 내린다는 의미를 가진다. 곤륜이라는 혈의 모양새가 항배부와 매우 유사하게 생긴 모양을 지니고 있어 항배통에 더 효과적인 이유가 동형동기(同形同氣)의 의미를 지닌다.
동씨혈에서 다용하는 중자, 중선혈이 견갑통에 매우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것은 폐경과 심포경의 배수혈과 연관성이 있지만 폐경과 심포경에 걸쳐진 많은 혈 중에서 특히 이 두 혈이 견갑통에 탁효를 나타내는 것 역시 동형동기(同形同氣)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동질동기(同質同氣)
침구치료에서 주치를 외워서 사용하게 되면 침구 치료 시에 응용하기가 어렵고 새로운 질환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침구치료의 원리를 이해하면 원리에 따라 치료하기 때문에 응용범위가 많아지기에 경락이론을 이해하고 혈부론을 알면 자침혈의 특성을 보다 세세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동형동기(同形同氣)의 이론 못지 않게 피부, 인대, 근육, 뼈 같은 인체의 같은 성질은 같은 기운이 지배하고 있는 것을 동질동기(同質同氣)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항배통에 곤륜혈을 쓰는 이유는 첫째 자인경기의 이론에 의해서 상부로 뭉쳐진 기운을 같은 경락의 하부에 자침을 하여서 아래로 유도시켜주는 효과를 생각할 수 있다.
둘째 동형동기(同形同氣)의 개념으로 뒷목의 병을 발목에서 치료하기 때문에 같은 경락소속의 다른 혈보다 더 탁월할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셋째 곤륜혈은 인대근처의 혈로서 항배의 근육뿐만 아니라 후두골에 붙어있는 인대까지 자극할 수 있어 곤륜혈 하나로서 잠재된 많은 기운을 한꺼번에 소통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동씨침의 정근 정종혈이 아킬레스 건 위에 위치하는 혈로서 인대에 직접 자침해 항배통에도, 섬좌요통에도 쓸 수 있는 이유가 단순한 근육통만이 아닌 인대의 불화까지도 치료해 주겠다는 시술자의 의지가 들어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뼈까지 아픈 경우에 자침을 할 때에 뼈에 닫도록 자침하는 소골침 역시 동질동기(同質同氣)의 이론을 적용한 예이다.
오세준 원장(밝은 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