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形同氣, 上下同經, 本經 순대응 및 역대응 상관혈부와 경락대응
환자의 허실 가려 축혈 요법을 잘만 활용하면 치료 효과도 크게 증가
이번 호에서는 상관혈부와 혈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것을 이해하면 치혈의 원리를 이해하게 되어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 정체관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일부분이 전체를 대표할 수 있다’는 이론을 많이 적용해 왔다. 마치 체세포 하나로 신체를 복제하듯 신체 일부분의 정보로 인체의 전반적인 정보를 공유한다는 이론을 실제로 사용해 온 것이다.
따라서 두침, 안면침, 이침, 수지침, 족저반사구처럼 신체 일부분으로 전체의 정보를 읽어내고 치료할 수 있고 손가락 한 마디에서도 상중하초로 나눠 치료율을 증대시킬 수 있다.
결국 침치료는 국소적 반응을 일으켜서 치료하는 것과 전신적 반응을 일으켜 치료하는 두 가지 반응을 동시에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합리적인 취혈선택으로 보다 침치료를 극대화할 수 있고 많은 침법들이 이 정체관을 바탕으로 각 학문마다 특징 있는 침의 체계로 발전해 왔고 임상으로 반증해왔다.
▲ 동형동기(同形同氣)의 상관혈부
한의학은 우주와 인체를 상응시키는 직관성으로 형이상학적 추상적 관념과 형이하학적 실용적 운용의 연계성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발전해 왔고 실제 임상 데이터를 통해 수천 년간의 검증으로 입증되어 온 학문이다.
예를 들면 같은 계수나무의 가지인 계지는 손발을, 나무 본체에서 나온 육계는 인체의 복부를 각각 따뜻하게 하는데 사용돼왔다. 같은 나무에서 나오는 가지와 껍질의 쓰임이 달라진다는 분석적 검증을 거치지 않더라도 실제 임상에서 보이는 차이를 오랜 시간 축적된 임상 데이터로 축적해온 것처럼 한의학은 형상과 매우 밀접한 연계성을 띄고 있다.
경혈점도 같은 원리로 해석된다. 인체에서 비슷하게 생긴 부위는 비슷한 에너지의 흐름으로 치료에 응용을 해 왔다.
예를 들어 어깨가 아픈 경우에는 무릎 혈을 자침하고 무릎이 아픈 경우에는 어깨 혈을 자침해 치료한다. 이 방법은 병처를 직접 치료하지 않고 병처와 같은 에너지가 연동되는 곳에 자침해 병사를 제거하고 정기가 약해진 병처에 정기를 보강하는 차원 높은 치료방법이다.
즉 침치료의 국소적 반응만이 아니라 한 번 치료로 국소 및 전신적 반응을 동시에 일으킬 수 있다. 이 같은 치료의 근간이 되는 것이 ‘같은 모양을 지닌 인체의 특정 부분들은 모두 다 같은 기운을 가진다’는 동형동기(同形同氣)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또한 상관혈부를 이용해 병처와 먼 곳에서 치료하는 원도선혈의 이치가 된다.
즉 홍종통이 된 곳에 침 자극으로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촉진시키는 방법도 좋지만 통처가 아닌 다른 곳의 침 자극으로 국소 및 전신적 반응을 일으키는 합리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
즉 신체의 일부분은 다른 신체의 특정한 일부분과 비슷한 형상을 띠면 비슷한 에너지의 흐름이 상호간에 발생해 직접적인 에너지의 교류를 갖는다는 이론을 활용하면 다양한 취혈방법 속에서 보다 효율적인 치료방법을 도출시킬 수 있다.
▲ 상하동경(上下同經)의 경락대칭과 수족대응
상하동경의 경락 즉 같은 육경에서 수족대응 관계의 상관혈부가 존재한다는 이론 하에서 실제 임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통풍으로 족태음비경의 대도나 태백부위에 통증이 심한 경우 수태음폐경의 어제 혹은 엄지 내측면의 폐경락을 이용해 통풍치료를 할 수 있다. 이는 상하로 흐르는 태음경이 수족대응으로 쌍을 이뤄 에너지를 교류하고 있는 것을 활용한 치료법이다.
마찬가지로 족태양경의 족외측부의 통증 치료는 족태양경과 같은 태양경인 수태양의 손의 수족대응으로 외측부에 있는 후계혈을 이용하여 치료할 수 있고 반대로 후계부의 통증을 속골에서 치료할 수 있다.
즉 상하동경의 수족대응과 움직임과 생김새가 비슷한 동형동기(同形同氣)의 상관혈부 이론을 이용한 치료이다.
추가적으로 한 가지 더 치료율을 높일 수 있는 조건이 속골과 후계가 모두 수혈(輸穴)로서 체줄절통에 유효한 효과가 있는 혈이다. 이 같이은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는 조건이나 치료효용의 조건이 많아질수록 에너지의 밀접도는 더 증가하고 그만큼 치료율도 더 증가하게 된다.
▲ 본경(本經) 역대응 상관혈부
6경의 상하동경의 역대응관계에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했는데 자기 본경(本經)에서도 역대응의 관계를 이용하여 치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족태양방광경의 기시혈이 되는 정명혈은 눈을 좋게 하는 효과 외에도 좋은 효능이 매우 많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자침을 잘하면 문제가 없지만 간혹 멍이 잘 들어서 치료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정명혈과 본경에서 역대응관계로 지음혈을 대신 자침하면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같은 원리에 의해서 12경락의 상하역대응관계를 이용하면 상관혈부를 좀 더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고 자침할 경우에는 상하허실관계를 반드시 잘 따져서 기맥의 흐름을 파악한 뒤에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 본경(本經) 순대응 상관혈부와 독맥상대 취혈법
본경(本經)의 역대응 뿐만이 아니라 순대응도 응용할 수 있는데, 내인성 혹 뇌인성(內因性 或 腦因性)적 병증(病症)은 두 혹 신체(頭 或 身體)에 나타날 수 있는데 특히 독맥혈에서 두부와 배부의 혈로 순대응 관계에 잘 나타난다. 즉 독맥의 순대응관계로 두부의 통증을 몸체 배부에서, 몸체 배부의 통증을 두부에서 치료할 수 있다.
머리의 어느 한 곳에 통증이 있는 경우 통처를 중심으로 독맥의 정중선과 청궁혈의 연결선에 해당하는 독맥혈을 찾아서 대응되는 배부에 대응되는 독맥혈에 자침을 하면 통증을 잘 제어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자침방향은 머리의 통증이 좌측이면 독맥에서 좌측으로 침방향을 잡고, 머리의 통처가 우측이면 우측으로 침방향을 잡아준다.
마찬가지로 배부의 일정부위의 통증이 발생하면 그 통처와 나란한 독맥혈을 찾아서 대응되는 두부의 독맥혈에 자침하는데 통처방향으로 자침한다. 즉 배부의 통처가 좌측이면 좌측 청궁혈을 향해 자침하고 배부의 통처가 우측이면 우측 청궁혈을 향해 자침해 통증을 제어할 수 있다.
이런 본경 대응관계가 두부와 배부로 반씩 나누어지는 독맥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독맥혈을 중심으로 많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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頭部 |
背部 |
1 |
은교 |
대도 |
2 |
태단 |
도도 |
3 |
수구 |
신주 |
4 |
소료 |
신도 |
5 |
신정 |
영대 |
6 |
상성 |
지양 |
7 |
신회 |
근축 |
8 |
전정 |
중추 |
9 |
백회 |
척중 |
10 |
후정 |
현추 |
11 |
강간 |
명문 |
12 |
뇌호 |
요양관 |
13 |
풍부 |
요수 |
14 |
아문 |
장강 |
▲ 경락의 등고대비와 건측취혈법
인체에는 12경락이 인체의 좌우로 같은 에너지의 유형을 가지면서 흐르기 때문에 좌우로 같은 혈부에서는 같은 높이의 에너지가 흐른다. 그러다가 한 쪽에서 에너지의 균열이 생기면 좌우이 에너지의 편차가 생기면서 발병한다.
만일 한쪽에 염좌가 생기면 병처의 사기로 홍종통이 생기고 그 사기를 제거하려고 정기가 급격하게 모이게 되며 통처로 에너지가 몰리기 때문에 좌우 에너지의 편차가 발생한다.
그러면 가벼운 사기에는 몰려든 정기로 인해서 치료를 빠르게 할 수 있지만 사기가 강성해지는 초기 발병시기에는 치료를 위해 몰려간 정기가 사기를 잠시 흩어놓는 순간에 호전반응이 있다가 충분히 사기가 제거되지 못한다. 강성해지는 사기를 제어하지 못하면 치료를 위해 몰려든 정기조차도 사기화되어 침 치료후에는 잠시 호전이 되었다가 이후 다시 더 붓고 아프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염좌부위에 사혈하거나 부항을 하면 당일에는 시원하다가 다음날에 고통스러워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즉 병처에 직접 침 치료를 하면 순간적으로 사기를 흩어서 치료하는 순간에는 시원해지나 치료 이후에 더욱 불편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정기가 사기화 되는 작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치료를 병처의 반대편의 같은 자리를 자극해 통처로 무분별하게 정기가 몰려들게 하기보다 정기의 배분을 조절한 뒤 사기를 흩어내는 치료를 한다. 동시에 원도선혈로 국소반응을 일으켜 통처의 회복을 촉진시킬 수 있게 한다. 이것이 바로 경락의 등고대비성에 의해 치료하는 이론이다.
이런 연유로 건측취혈이라는 취혈법이 나왔으며 자침 순서 또한 매우 중요하다. 즉 병처가 있는 그 경락자체를 치료하기보다 등고대비의 이론으로 반대편 경락에 먼저 자침해 자인경기(刺引經氣)로 건측으로 정기를 유도하여 정기가 병처로 가서 사기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같은 높이의 같은 에너지와 동형동기(同形同氣)로 병처의 사기를 소산시킬 수 있다.
발침도 사기를 소산시키기 위해 병처의 자침을 먼저 발침한 뒤 정기를 좀 더 안정적으로 건측에 유지시키기 위해 나중에 발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등고대비의 상관혈 자극과 동형동기로 치료를 좀 더 극대화시키는 발침의 자극이 중요하다.
▲ 축혈(軸穴) 요법
만일 좌측 곡지에 통증이 생기면 통처에 자침하는 것도 좋지만 건측인 우측의 곡지에 자침하면 더 효과적이다. 이런 경우 건측 등고대비 상관혈에 자침한 것을 기의 중심 축을 잡아주는 ‘축혈(軸穴)’이라고 한다. 축혈을 잡는 순간에 이미 치료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통처의 사기를 더 빨리 흩어내기 위해서 축혈을 자침한 뒤에 통처에 자침하면 정기의 손상 없이 기가 더 빨리 흩어지게 할 수 있다.
필자는 통상적으로 통처에 자침하지 않고 축혈을 중심으로 치료해도 충분한 치료목표에 도달하기 때문에 환처에 치료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기방출을 위해 통처에 자침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를 들어 발목이 염좌된 경우 그 부위가 좌측 구허자리라면 병측 환부에 자침하기보다 건측의 구허자리에 자침해 축혈을 잡으면 정기가 환부로 몰려가는 것을 방지하면서 환처를 치료한다.
동시에 환처의 사기를 흩어내기 위해 환처에 침을 놓으면 정기의 사기화는 방지하면서 환처의 사기만을 흩어낼 수 있다. 그리고 발침하는 것도 환처의 침을 발침한 뒤 건측의 축혈(軸穴)을 자극한 뒤 자침하면 발목 염좌부위의 홍종통을 줄이면서 사기를 제거할 수 있다.
그런데 환자가 실(實)한 경우라면 위의 경우로 문제없지만 환자가 허(虛)한 경우라면 좌측 구허의 염좌로 기운이 하기된 상태에서 치료를 위해 추동혈부(推動穴部)인 우측 구허에 자침하면 좌우로 급격하게 기운이 아래로 몰리면서 어지럼증과 같은 훈침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허(虛)한 경우라면 2가지의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①축혈을 건측 구허로 잡지 않고 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조화혈부(調和穴部)인 양릉천을 잡아준 뒤 통처에 사기를 흩어내기 위한 자침할 수 있다.
②축혈을 상하동경 역대응 관계인 상관혈부로 우측의 수소양삼초경의 양지혈을 잡아 주고 통처에 사기를 흩어내는 자침을 할 수 있다
축혈 자침법은 통처의 통증보다 강한 자극이 있어야 정기가 통처로 끌려가는 현상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축혈을 자침 후 침을 한 방향으로 계속 돌려 피부의 섬유질이 침을 감싸고 묶여져서 침이 더 이상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돌린다.
돌리다 보면 가볍게 침이 물리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데 그 순간에 아주 살짝 더 돌려서 환자가 자침의 통증을 순간적으로 병처의 통증보다 약간 더 느낄 정도로 한다. 계속 돌리면 환자의 고통이 너무 증가되므로 이런 자침법은 피한다.
이 같은 자침요령은 어떤 침자극보다 강하게 기운을 유도할 수 있다. 침이 물리게 하는 자침법은 축혈법 뿐만이 아니라 중풍마비환자의 마비를 풀기 위한 강한 자침법을 하는 경우 응용해서 보다 좋은 침자극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통처 사기배출 자침법은 염좌부위를 중심으로 천인지(天人地)3개의 경락에 모두 자침하는 것이 좋다. 마치 끓는 찌개에 숟가락을 3개 정도 담그면 그 숟가락의 전도열 발산에 의해 끓는 현상이 순식간에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전도열 발산을 증가시키기려 3개 이상 자침하면 자인경기에 의해서 통처로 정기가 너무 많이 끌려들어가 축혈의 의미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통처의 사기 출시 시 자침은 과다하지 않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리고 자침 깊이는 골관절면의 1/5~1/3까지 골막을 건드리는 자침을 하면 더 효과적이다.
오세준 원장(밝은 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