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체질침』 출간, “침 효과 수치∙계량화로 치료 효과 예측 가능”
“전통침의 처방엔 비방혈만 있고 원리나 음양, 표리, 보사 개념을 찾기 힘들다. 기전이 전혀 없으니 후학들이 각 침법을 사용할 때 잘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답을 찾기 시작하다가 책까지 쓰게 됐다.”
지난 5월초 『신유체질침』을 출간한 유창범 원장의 발간 동기다.
유 원장은 “세계보건기구(WHO)에 등록된 침 치료 처방 역시 안 되는 것이 있다. 유명 한의사를 찾아가 침 치료 원리나 이유를 물어도 속 시원히 대답하지 못했다”며 “사암도인이 사용한 사암침 치료 중 원리처방 같은 치험례가 약 30%이고 나머지가 변형방이나 왜 이 처방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암침법이 모든 병증에 완벽히 적용되지 못했고 사암도인 역시 변방을 통해 힘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며 “8체질 침법 역시 처음 발표한 속효방과 근치방이 후 1, 2, 3차 주증으로 계속 치료법이 바뀌는 것은 발전적이지만 원래 이론이 해결치 못한 문제를 찾아 헤매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유 원장은 지난 10여 년 동안 여러 침법의 문제점의 보완법을 찾다가 송혈(送穴)과 수혈(受穴) 개념을 대입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암침도 송혈과 수혈까지 설명되면 더 완벽해진다는 것이다. 유 원장은 “모든 병의 공통분모만 보면 된다. 병은 실증과 허증으로 구분해 실증은 사하고 허증을 보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간정격을 송혈과 수혈 개념으로 설명하면 허한 간(肝) 때문에 허즉보기모(虛則補其母) 원리를 적용한다. 간의 모(母)인 신(腎)을 보(補)하면 강화된 신(腎)의 본혈(수경의 수혈)인 음곡이 송혈의 역할을 한다. 송혈을 통해 기가 방출되면 병자인 간의 수혈인 곡천에서 받고 간의 대표혈(목경의 목혈)인 대돈에서 정상화된 기운을 다른 장부로 송출한다.
사암도인은 “허즉사시관(虛卽瀉其官)”이라고 했다. 간의 관(官) 즉 조모격인 금을 사하면 금경의 금혈인 폐경의 경거가 약화된 상태로 송혈을 통해 방출되고 간의 금혈이자 수혈(受穴)인 중봉에서 이를 수납, 약화된 기능이 간의 대표혈인 대돈에서 타 장부로 다시 나간다. 결론적으로는 각각의 침 치료효과가 상쇄돼 버린다.
유 원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침의 효과를 수학적으로 풀어 침법의 보사법을 수치화해 해당 보사로 인한 치료결과를 미리 알 수 있다.
이런 과정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신유침법’이다. 이 침법은 화를 제외한 목토금수형을 다시 음양으로 총 8개의 체질로 구분해 사용한다. 오수혈만 사용하기 때문에 환자를 눕힐 필요가 없다. 또한 신유체질침에서는 8체질처럼 음식을 중요하게 본다.
체질은 장부 대소관계에 따라 실한 부분과 허한 부분으로 나뉜다. 실한 장부로 귀경하는 음식을 오랜 기간 섭취하면 실한 장부는 더욱 실해지려는 특성 때문에 임계치를 넘어 병증이 나타나는 반면 허한 장부는 더욱 허해져서 보하지 않으면 하한선 밑으로 기능이 떨어져 병증이 생긴다. 침 치료에서도 실한 두 장부는 사해주고 허한 두 장부는 보해주는 것이 기본 원리다.
예로들어 수음체질(水陰體質)은 실한 장부인 신과 폐를 사(경거, 부류)하면 경거(약화된 폐의 대표혈)의 송혈(受穴) 기능으로 방출해 부류(수혈受穴인 신의 금金혈)에서 수납하고 약화시킨 기능을 음곡(신의 대표혈)에서 타 장부로 방출한다. 이후 척택(폐의 수水혈)이 받아 폐의 기능을 약화시켜 폐의 대표혈인 경거가 타 장부로 이 기운을 퍼트린다.
또한 허한 장부인 심과 비를 보하면 심의 대표혈인 소부가 강화된 기능으로 방출, 대도(수혈受穴인 비의 화火혈)에서 받아 강화시키고 대표혈인 태백에서 다른 장부로 송출한다. 강화된 기운이 태백에서 나가면 신문(심의 토土혈)이 받아 심을 강화한 뒤 대표혈인 소부를 통해 각 장부로 이 기운을 전달한다.
결과적으로 신은 음곡, 폐는 경거, 심은 소부, 비는 태백이 약화나 강화된 상태로 다른 장부를 돕기 때문에 보사로 인한 치료효과의 상쇄 없이 다른 장부에 골고루 기능을 전달할 수 있다.
신유침법은 모든 진단 및 치료를 수치화해서 이 침법을 아는 어떤 사람과도 객관적으로 치료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
장부의 균형, 치료 및 진단은 24혈을 사용한다. 체질진단기구로 간단히 체질을 찾아낸 뒤 전자침(편작침)을 사용한다. 경락이 막혀 있거나 병이 있다면 상당한 통증을 느낀다. 침으로 환자의 피부를 찌르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고 침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이다. (『신유체질침』 책 문의 T. 213-505-4740, [email protected]
조남욱 기자(한의사)
<저작권자ⓒHani Time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