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전방•정인적방의 기본 개념과 장단점, 임상 활용 방법
병-방을 기계적 대입하는 정병전방보다 자연치유력 올리는 정인적방 효과적
동의처방(東醫處方; 또는 동의처방의 접근법)은 크게 정병전방(定病專方), 정인적방(正人適方) 2가지 종류의 처방(또는 접근법)이 있다.
정병전방은 정해진 병정병(定病)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처방으로 특정병증에 대한 특효방을 의미하는데 병인약방(病人藥方)의 4로(路) 중 병의 종류를 보고 접근하는 접근법이라고 보면 된다.
정인적방은 어떤 환자의 몸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정인(正人), 그 환자의 유형에 가장 적합도가 높은 처방(適方)으로 그 환자의 몸을 고양시킬 수 있는, 그 환자의 개체 특이성에 가장 적합도가 높은 처방이다. 정인적방은 병인약방의 4로 중 사람의 유형을 보고 접근하는 접근법이다.
▲ 정병전방의 접근
서의(西醫)가 ‘정해진 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것처럼, 정병전방은 ‘정해진 병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처방’을 투여하는 것이다.
『금궤요략(金匱要略)』 이후 『동의보감(東醫寶鑑)』, 『방약합편(方藥合編)』 등 역대 동의 방제서적들은 대개 정병전방의 편제를 따르는데 정해진 질병이 있고 ‘이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처방’들이 나열되어 있는 편제이다.
예를 들어 두통을 주소로 하는 환자가 오면 방제서적의 두통문(頭痛門)을 펴서 ‘두통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처방’들 중에 어느 하나를 골라 투여한다.
▷장단점: 장점은 처방을 공부하기가 쉽고 정해진 병류(病類)에 따라 처방에 접근하고 선방하기가 쉽다는 것이지만 단점도 많다.
①무엇보다도 적중률이 매우 낮다. 정병전방의 접근이 공부하기는 쉬워도 실제 임상에서 막상 써보면 치료가 잘 안 된다. 임상을 조금이라도 해본 독자들은 크게 공감할 것이다.
필자 역시 임상 초기 정병전방의 접근으로 방제서적을 펴서 병명을 쫓아 처방을 찾아 선방했는데 십 중 3~4이상을 득효하기 어려웠다.
방제서적에는 ‘이 병에 이 처방을 쓰면 백발백중이다’, ‘신효하다. 탁효를 기대할 수 있다. 실패한 적이 없다. 수백을 치료했다. 치료한 사례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렇게 적혀있었지만 정작 썼을 때는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②간혹 이것이 도대체 무슨 병인지, 무슨 병의 편목을 펼쳐 처방을 찾아야 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희한한 병을 치료해달라고 오는 경우가 있다. 이때 정병전방의 접근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입안에서 짠맛이 난다’는 것을 주소로 내원한 부녀가 있었다. 입안에서 짠맛이 난다니, 무슨 병의 편목을 펼쳐 적방을 찾을 수 있겠는가. 병류를 보지 않고 인형(人形)을 보고 접근했다. 신체증상(身體症狀)에서 수족번열(手足煩熱)이 있는 것을 보고 삼물황금탕(三物黃芩湯)을 선방해 치료했다.
또 다른 환자는 “머릿속의 뇌가 무슨 생각만하면 꿈틀꿈틀 움직이는 것 같다”고 한 적도 있었고 또 어떤 환자는 “생식기로 작은 덩어리 같은 것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느낌이 든다”며 내원한 적이 있었다.
이 때 역시 병류를 보지 않고 인형을 보고 접근, 음적성향(陰的性向)으로 입면장애형 불면이 있고(복령茯)), 추위를 많이 타고(계지桂枝), 경골상 함요부종이 저명(출朮)해 영계출감탕(苓桂朮甘湯)으로 치료하였다.
③공부할 처방이 많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병이 있는가. 병을 보고 처방을 쓰는 접근이기 때문에 만병(萬病)을 쫓아 만방(萬方)을 공부해야 한다.
④병(病)에 방(方)을 기계적으로 대입하여 선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지럼증에는 반하백출천마탕(半夏白朮天麻湯)이나 청훈화담탕(淸暈化痰湯), 생식기의 실증성 염증에 용담사간탕(龍膽瀉肝湯), 냉대하에는 난간전(煖肝煎) 등, 병-방을 기계적으로 대입해 선방하면 선방과정에서 의사의 진단적 사고가 결여된다.
임상단서를 추적해 적방에 접근하는 추적과정이 사라지고 말로는 변증논치(辨證論治)를 주장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변증논치(辨證論治)조차 사라지고 병-방의 기계적 대입만 남는 것이다.
왜 이 병에 이 처방을 써야 되는지 선방의 필연성이 부족하게 된다. 선방과정의 개연성, 선방 이후의 재현성 역시 떨어진다. 그냥 이 병에는 이 처방이 잘 들어 그냥 이 처방 쓰면 된다는 경험적 TIP을 따라 선방하게 된다.
그럼에도 실제 임상에서의 득효율은 생각보다 매우 낮다. 가끔 치료되는 경우가 있겠지만 선방 시 치료의 확신도 갖기 어렵고 치료의 예후도 판단하기 힘들다. 그 처방으로 치료가 되었더라도 왜 나았는지 치료기전을 알 수 없고, 치료가 안 되면 대안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 정인적방(正人適方)의 접근-우리 몸의 의사, 자연치유력
인체는 병을 스스로 치료해주는 ‘자연치유력(Self-healing power)’가 있기 때문에 자연치유력을 ‘우리 몸의 의사’라고 한다. 자연치유력은 그 어떤 치료보다도 강력한 치유력을 발휘하여 그 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해 낼 수 있다.
자연치유력이 저하되면 우리 몸의 결함에서 비롯된 병이 발생하지만 자연치유력이 고양되면 우리 몸의 결함에서 비롯된 병을 스스로 치료해내어 무병상태에 이르게 된다.
▷서약(西藥)은 Killer, 동방(東方)은 Helper(도우미): 자연치유력이 우리 몸을 고양시켜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어떤 한계점에 멈춰버린 경우가 있다. 더 이상 인체를 고양시키지 못해 병적상태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정기(精氣)가 부족하여 사기(邪氣)를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인데 이때 정인적방은 자연치유력을 도와 우리 몸을 고양시켜(정기精氣를 보하여) 한계점을 넘어(사기邪氣를 이겨내어) 무병상태(건강상태)에 이르게 해준다.
▷정인적방의 예: 영계감조탕에 대해 살펴보자면 영계감조(복령 16, 계지 8, 대조 8, 감초6)의 형색성정은 형 수척>중등도, 색 백황, 체력약, 성 음적~교잡. 정 걱정+예민 긴장, 불안 등이다.
또한 신체증상은 입면장애형 불면, 오한+혹 심계위주의 흉부불편감, 상충, 두통, 어지럼증, 체력이 약해 쉬 지치고 피곤한 편, 사우나 목욕탕에 땀빼고 나면 몸이 무겁고 지친다, 신경 쓰면 입맛이 없어지고 소화도 잘 안 된다, 커피 마시면 잠을 잘 못 잔다 혹 가슴 두근, 손 떨림, 거수(擧手)시 팔이나 손가락 떨림 등이 나타난다.
환자가 호소하는 병증이 많고 복잡 다단하나 병증의 VAS는 낮은 경우가 많다.
이 경우 Rule In: 영계감증인데 대조 연인강급이 보이는 경우엔 삼두근-능형근 과긴장 압통이 보이고 항강, 견배통, 협통, 소복급통, 족저통 등 신근위주의 과긴장 강직감을 호소하는 경우이다.
Rule Out: 영계감증인데 출(소변불리, 부종-영계출감탕), 출 택사 저령(+갈증, 연변설사경향-오령산), 생강(소화불량, 연변경향-복령감초탕), 오미자(마른기침 등 호흡기증상-영계미감탕), 방기 황기(면푸석, 부종, 다한출-방기복령탕) 등이 보이지 않아 여타 처방들이 배제된 경우이다.
치료영역은 불면증, 동통질환, 생리통, 갱년기 장애, 두통, 흉부불편감 등을 치료한다.
조현창 원장(TEM,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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