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에서는 정신과 질환, 과민성대장염에 많이 사용하는 감초사심탕을 소개하겠다
*감초사심탕(감사거삼탕): 반하12 감초 대조8 황금 건강6 황련2~6 ×1~2→필자는 감초사심탕에서 거(去)인삼한 처방을 별도로 감사거삼탕이라 명하였다.
감초사심탕방(甘草瀉心湯方): 감초사량자(甘草四兩炙) 황금삼량(黄芩三兩) 건강삼량(乾薑三兩) 반하반승세(半夏半升洗) 대조십이매벽(大棗十二枚擘) 황련일량(黄連一兩)(삼량(三兩))
우륙미(右六味) 이수일두(以水一斗) 煮取六升 去滓 再煎 取三升 温服一升 日三服.
→『강치본(康治本)』 황련 3냥(임상용량 6g)으로 기재. 필자의 임상 경험상 대개의 황련제는 황련을 일미증량해야 효과적이거나 비로소 효과가 났다.
▷처방기준: 소함흉탕, 반하사심탕과 비교. ①소함흉탕증 같은데 높은 정도, 빈도의 연변·설사(한리>열리)가 보이는 경우 ②반하사심탕증 같은데 소화불량이 없는 경우
▲ 강해
감사거삼탕은 반하사심탕에서 인삼이 빠진 처방이므로 반하사심탕증 같은데 소화불량이 없으면 이 방제를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소함흉탕증 같은데 높은 정도와 빈도의 연변·설사(한리>열리)가 보였을 때도 이 방제를 고려할 수 있다. 소함흉탕은 황련증 하나로 접근할 수 있고 성향 양적, 입면장애형 불면, 상열, 면적, 심계항진 등과 변비경향이면 선방할 수 있다. 특히 대변에서 변비경향이 아니라 높은 정도와 빈도의 연변·설사경향이 한리 위주로 보이면 감사거삼탕을 떠올려줘야 한다.
황련아교탕은 변비경향~대변정상~연변·설사경향으로 대변 범위가 넓다. 이 처방의 연변·설사는 낮은 정도와 빈도의 열리로 나타나기 때문에 소함흉탕증 같은데 낮은 정도와 빈도의 연변·설사(열리위주)가 나타나면 황련아교탕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런데 감사거삼탕은 높은 정도와 빈도의 연변·설사가 한리 위주로 나타나기에 황련아교탕을 r/o하고 접근할 수 있다. 이 밖에 갈근황금황련탕, 백두옹탕도 r/o하고 접근한다.
▲ 처방기준
감사거삼탕의 처방기준은 소함흉탕을 바탕으로 한다. 처방기준표의 검은색 글씨는 소함흉탕과의 공통점이고 진한 검은색+밑줄 글씨는 감별점(차이점)이다. 감사거삼탕과 소함흉탕은 오직 하나의 감별점(차이점)을 가진다. 소함흉탕은 변비경향이고 감사거삼탕은 높은 정도, 빈도의 연변·설사(한리>열리)이다.
이 처방의 또 다른 기준은 반하사심탕이다. 두 처방의 차이점은 반하사심탕은 소화불량이 있고 감사거삼탕은 소화불량이 없는 것이다. 형색성정, 신체증상의 빈증, 혹증, 경향성 모두 (소화불량이 없다는 것만 제외하면) 반하사심탕과 동일하다.
▷형색성정: 체형 수척~비만, 면색 백황갈, 번적 관홍. 성향 양적. 감정은 흥분, 분노+긴장, 예민, 걱정, 불안 등.
▷신체증상: 빈증은 입면장애형 불면, 높은 정도, 빈도의 연변·설사(한리>열리). 감사거삼탕의 3대 빈증(선방의 최소요소)은 ①양적성향 ②입면장애형 불면 ③높은 정도, 빈도의 한리>열리. 대개 황련증의 상열을 비롯한 번적지상이 나타난다. 높은 정도, 빈도의 연변·설사·변폐가 나타나고 한리와 열리가 모두 보이며 한리가 더 심하다.
▷임상표현: 평소 대변이 늘 무른 편. 처음 형체가 있어도 나중에는 무르고 퍼지는 경우가 많다. 거의 매일 무른 변을 보고 아주 가끔씩 형체가 있는 변을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배도 편하고 컨디션도 좋을 때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찬 것, 술, 맵거나 자극적 음식, 기름기 등을 먹으면 연변·설사를 자주 한다. 특히 배를 차게 하거나 찬 음식(맥주, 냉우유 등)을 먹으면 설사한다.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음식,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경 쓰거나 과로 시 설사. 빈변경향. 대변을 자주 본다. 하루에 대변을 2회이상 자주, 술 마신 다음 날에는 3~4번 넘기도 한다. 식사 후, 긴장하거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도 변의가 느껴져 대변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평소 아랫배가 차다. 무더운 여름에도 아랫배는 꼭 덮고 잔다. 아랫배를 내 놓고 자면 어김없이 설사를 하게 된다.
▷혹증: 상열, 심계위주의 흉부 불편감, 오심, 구토, 피부과민, 찰과발적 등. 경향성으로 심하~협하 저항 압통이 안진되고 대조 삼두근-능형근이 안진.
▷신증: 성향·체형 모두 음적, 감정 안정, 능면, 변비경향 등이 보이면 신중하게 재고.
▲ 치험례: 지난 2016년에 초빙 강의차 도미해 공개진료 시 자폐증 앓는 16세 남아 B군 진료(큰 키에 수척한 체형).
▷cc1 자해: 수시로 자신을 자해. 손으로 얼굴을 때려 머리가 깨지고 입술이 터져서 피가 흐를 때까지 자해를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자해로부터 두면부를 보호하기 위해 항시 미식축구선수들이 쓰는 헬멧 착용하나 헬멧 착용 시에도 수시로 헬멧 위를 손으로 때리곤 한다.
▷cc2 공격성, 폭력성, 불안정성, 괴성, 불면 등: 공격성, 폭력성이 심해지면 난동을 부려 잠 잘 때를 제외하고는 어디를 가나 건장한 남자 도우미가 항시 옆에서 아이를 따라다니면서 지킨다.
B군은 언어소통이 전혀 불가능했다. 건장한 남자 도우미를 대동하고 거대한 미식축구 헬멧을 착용하고 진료실에 들어와 대기실에 대기할 때부터 이미 괴성을 질러대고 소란을 피워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했다.
같이 온 환자의 어머니는 B군의 병 치료를 위해 한의학을 공부했다. 아들의 병이 현대 양방의학으로도 전혀 호전되지 않자 오직 아들의 병을 치료하겠다는 일념으로 한의대에 입학해 한의사 면허증을 따낸 것이다. 그동안 양한방 안 해본 치료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치료를 해왔으나 대개 무효했다고 한다.
B군과 대화가 전혀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어머님을 통해 간접 문진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간접 문진이었기 때문에 문진시간이 많이 걸렸고 원하는 정보를 얻기가 매우 어려웠다.
항시 엄마가 아이를 재운다. 그런데 아이를 잠재우기가 어렵다. 아이가 빨리 잠에 들지 않는다. 아이를 잠을 재우려면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옆에서 재워줘야 겨우 잠에 든다. 아이를 재우다가 엄마가 먼저 잠들기 일쑤이다.
어둡고 갇힌 밀폐공간을 매우 싫어한다. 한번은 잠을 재우다가 방문이 닫혔는데 아이가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나 괴성을 지르고 문을 두드리면서 열어 달라고 하였다. 그 뒤로 항시 잠 자는 방문을 살짝 열어 두었다.
매운 음식을 매우 좋아한다. 매운 음식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먹어댄다. 대변 상태는 잘 모르겠다. 변비경향인지 설사경향인지 알지 못한다.
30분이 넘도록 문진을 하여 알아낸 정보는 상기의 내용이 거의 전부였다. 일단 진료실에서 괴성을 질러대고 소란을 피워대는 등 도저히 음적성향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양적성향으로 보고 입면장애형 불면도 있어 정신과질환의 프로토콜을 따라 접근했다.
이런 경우의 단서약물로는 황련을 고려할 수 있었으나 별다른 정보가 없어 소함흉탕이 가장 적합도가 높은 처방이 된다. 대변이 변비경향이라는 것만 알아내도 소함흉탕을 확진할 수 있을 텐데 이를 끝내 알 수 없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소함흉탕증이라면 매운 음식을 좋아할 수는 있어도 실제로 매운 음식을 그렇게 많이 먹을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임상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소함흉탕증 환자가 매운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거의 반드시 속쓰림이 생겨 위염이나 역류성식도염 등의 진단을 받는다. 소함흉탕증 같은데 (대변상태를 알지 못하는 가운데) 여타 단서가 잡히지 않고 매운 음식을 이렇게 많이 먹을 수 있다면 감사거삼탕증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여겨져 이를 선방해주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듬해2017년에 다시 초빙강의차 도미하게 됐는데 강의 말미에 왠지 익숙한 얼굴의 여성이 필자에게 인사했다. 바로 B군의 어머니였다. B군은 감사거삼탕을 복용하고 자폐증의 거의 모든 증상이 소실, 호전되었다고 한다. 자해를 하지 않게 되어 미식축구 헬멧을 벗게 됐고 공격성, 폭력성, 불안정성, 괴성 등이 거의 사라져서 남성 도우미도 대동하지 않고 다닐 수 있게 됐다. 학교에서도 B군이 지난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고 행복해 보인다는 관찰기록부를 보내왔다고 한다.
조현창 원장(TEM,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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