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질병 예측·진단 기술이 잇따라 개발돼 의료기기 상용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 AI는 질병을 조기 진단하고 치료 후 예후를 예측하는 등 환자 맞춤형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조기 진단으로 치료 최적화 기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주형준·차정준 교수팀은 최근 급실에서 시행하는 심전도를 기반으로 급성 심부전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2016~2020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구로병원, 안산병원 등 3개 병원의 응급실 심전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총 1만9285명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뤄졌다.
급성 심부전은 응급실에서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질환 중 하나로, 정확한 조기 진단이 환자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진단 방법은 환자의 상태와 검사 환경에 따라 제약이 많아 정확성과 신속성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 심전도 분석 기술을 도입했다.
연구팀은 심전도 데이터에서 주요 형태학적 특징을 추출하고, 이를 임상 데이터와 결합해 여러 머신러닝 모델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CatBoost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모델이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였는데 내부 검증에서 정확도 81%, 외부 검증에서 82%라는 높은 예측도를 보이며 가장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특히 심전도 데이터와 임상 데이터를 결합한 모델은 심전도 단독 모델보다 진단 정확도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연구팀은 심전도와 임상 데이터를 통합한 딥러닝 모델은 기존 진단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응급실에서의 신속한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했다.
부산대 정보컴퓨터공학부 감진규 교수팀은 최근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뇌신경센터 이재혁 교수팀과 함께 소수 샘플 학습 기법과 하이퍼볼릭 임베딩을 결합해 적은 데이터로도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비정형 파킨슨 증후군 진단 AI 모델을 개발했다.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비정형 파킨슨 증후군은 희귀 신경계 질환으로, 대표적으로 진행성 핵상 마비와 다계통 위축증이 포함된다.
질환마다 예후와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지만, 초기에는 증상이 유사해 감별 진단이 어렵다.
특히 유병률이 낮은 질환의 경우 수집할 수 있는 영상 데이터가 부족해 기존 AI 기반 기술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이 개발한 모델은 뇌 MRI 단계를 통합해 철분 축적 패턴을 정밀하게 시각화하고, 데이터 간 계층적 관계를 반영해 데이터가 부족한 환경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실험 결과 이 기술은 최대 94%의 진단 정확도를 기록해 기존 기술과 비교해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적은 데이터로도 높은 진단 정확도를 구현할 수 있는 실용적 AI 기술을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연구팀은 의료와 AI의 융합으로 희소 질환을 정확하게 감별 진단할 수 있게 돼 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치료 예측으로 환자 경험 개선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남호정 교수팀은 최근 암세포별 항암제의 조합과 투여 농도를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AI 복합 항암제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AI 기반 복합 항암제 효능 예측 연구는 방대한 약물을 대상으로 최적의 조합 결과를 효율적으로 탐색하는 것이 목적이다.
복합 항암제 치료는 두 가지 이상의 항암제를 조합해 사용하는 치료법으로, 단일 항암제 치료에 비해 시너지 효과가 크고 독성이 낮으며 약물 내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조합이 잘못될 경우 강한 독성이나 오히려 낮은 효능을 초래할 수 있어 최적의 조합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존 방식은 효과적인 활용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복합 항암제 약효 예측 모델은 임의의 암세포·약물·약물 농도에 대해 복합 항암제의 효능·상호작용을 높은 정확도로 유추할 수 있다.
암세포 유전자 발현량과 단일 항암제의 구조 정보를 활용해 암세포와 단일 항암제 사이의 약물 메커니즘과 약물 반응 곡선을 분석·예측했다.
이를 바탕으로 단일 항암제 2개를 결합한 복합 항암제의 시너지 효과와 각 단일 항암제의 영향력을 예측함으로써 복합 항암제의 효능을 계산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시너지 효과가 강한 복합 항암제는 시너지 효과가 약한 복합 항암제에 비해 표적 항암제를 포함하는 비율이 높고, 암종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정도가 다른 것도 연구 결과 드러났다.
고형암보다 혈액암에서 시너지 효과가 높게 예측됐는데, 혈액암은 소수의 항암제가 시너지 효과를 주도하는 것에 반해 고형암은 다수의 항암제가 각각 소수의 다른 항암제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암종에 따라 적게는 41쌍의 복합 항암제(전립선암)를, 많게는 417쌍의 복합 항암제(골수종)를 제시해 다발성 골수종 세포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높은 조합 등 2556쌍의 유력 복합 항암제도 제시했다.
연구팀은 맞춤형 항암 치료의 정확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과 공현중 교수팀과 신경외과 김치헌 교수팀은 2015년 7월~2017년 4월 경추척수증으로 수술 받은 환자의 신경기능 회복 상태 등 임상정보를 추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 수술 예후를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경추척수증은 경추(목뼈) 부위의 신경이 압박을 받아 손상되는 질환으로 손 움직임이 어렵거나 걷기 힘들어지는 등 운동신경·감각신경 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
치료를 위해 척수신경이 지나는 부위(후궁)를 열고 압박을 풀어주는 ‘경추후궁성형술’을 실시한다.
이 수술 후 모든 환자는 예후를 추적 관찰하기 위해 수술 후 1년 동안은 수개월에 한 번씩 2년부터는 매년 한 번씩 정기적으로 외래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신경기능을 빠르게 회복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환자는 정기적인 외래진료가 불필요할 수 있다.
실제로 이처럼 예후가 좋은 환자는 불편감을 잘 느끼지 않기 때문에 외래진료에 노쇼(No-show)하는 문제도 생긴다.
환자의 편의를 증진하고 병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맞춤형 추적 관찰 일정을 수립할 수 있도록 예후가 좋은 환자를 미리 선별할 필요가 있었다.
연구팀은 경추척수증 환자 80명의 수술 후 임상정보를 바탕으로 장기 예후를 예측하는 AI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성별, 연령, BMI, 합병증, 수술 전후 신경기능 등의 변수를 머신러닝 기법으로 분석하고 수술 2년 후 신경기능 회복상태를 예측하도록 설계됐다.
환자의 신경기능은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OA 점수(일본정형외과학회점수)’로 측정했으며 17점 만점에 14.25점 이상이면 신경기능이 잘 회복돼 예후가 좋은 상태로 간주했다.
성능 분석 결과 머신러닝 모델의 민감도, 특이도, 정확도는 각각 97%, 88%, 94%였다. 특히 AUROC(곡선아래면적) 수치는 0.90으로 이는 예후가 좋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높은 정확도로 구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예측에 대한 각 변수의 영향을 SHAP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수술 12개월째 JOA 점수’가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수술 6개월·1개월·3개월째 JOA 점수 △BMI △수술 전 JOA 점수 △성별 △연령 △MRI 뱀눈징후 △수술 전 보행상태 등의 순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추가적으로 2020년 9월~2022년 7월 수술 받은 환자 22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이 모델의 성능을 검증한 결과 AUROC 0.86으로 우수한 성적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AI로 예측된 예후가 좋은 환자는 병원 방문 빈도를 줄이는 등 최적화된 일정으로 진료 받을 수 있어 환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강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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