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끝났지만 비염 환자들은 반갑지만은 않다. 일 년 중 가장 비염이 심해지는 가을 환절기가 되어서다.
특히 알레르기비염은 한국의 경우 유병률이 20% 정도로 보고될 만큼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질환이다. 환절기로 비염이 심해졌을 때엔 한의 치료가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다.
비염은 코막힘, 콧물, 재채기, 코 가려움증 등 다양한 증상의 코 질환으로 알레르기 유무에 알레르기비염과 비 알레르기비염으로 나눌 수 있다.
비염은 요즘처럼 갑자기 날씨가 변하고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그 증상이 심해진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이 늘어나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며 몸 안에 공기를 들여보내는 역할을 하는 코의 점막 기능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코의 점막은 일정한 형태가 아닌 온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화한다.
환절기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쌀쌀해지면 코점막에 따뜻한 혈액이 몰리며 부풀어지면서 유입되는 공기를 데우기 쉽게 하고 낮에 더울 때는 다시 원래 모양으로 탄력적으로 변하며 유입되는 공기의 온도나 습도를 조절한다.
이미 비염이 있으면 이러한 코점막의 탄력 운영이 어려워지고 항상 부어있게 되면서 그 증상이 더욱 심해지게 된다.
알레르기비염은 알레르기 항원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만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10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기도 하며 부비동염과 편도염 등의 합병증도 잘 생겨 며칠이면 나아야 할 감기가 몇 주씩 가기도 하며, 항생제까지 사용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봄 가을철 증상이 심해지길 반복하면서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진다.
따라서 장기간 치료에도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좋은 치료법이 필요하지만 많은 비염 치료제는 효과 지속 기간이 짧고 코막힘, 콧물 등의 여러 증상이 동시에 잘 개선되지 않는 등의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알레르기비염은 장기간 치료에도 부작용 없이 치료 효과가 좋은 한의학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 한의학의 한약, 침과 뜸 치료의 치료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김민희 교수팀도 임상 연구를 통해 한의학의 알레르기비염 치료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먼저 항알레르기, 항염증 효과를 가진 한약인 형개연교탕, 소청룡탕에 대한 임상연구를 통해 한약 투여 2주 만에 콧물, 코막힘, 코 가려움증의 증상이 호전되고 4주간의 복약 종료 8주 이후에도 호전이 지속되는 것을 확인하고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또 김민희 교수팀은 알레르기비염 환자가 증상에 따라 자율 신경의 특성이 달라져 개인별 맞춤치료가 필요함을 밝혀내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침과 뜸 치료도 다양한 임상 연구를 통해 비염에 대한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한의학의 알레르기비염 치료는 단순히 코막힘, 콧물의 증상 호전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몸속에 있는 과민성의 원인을 찾고 보충하는 치료를 원칙으로 한다.
과민성의 원인이 호흡기인지, 소화기인지 나누고 개인 체질이 허한지 실한지 뜨거운지 찬지 나눠서 치료하게 된다.
형개연교탕, 소청룡탕, 보중익기탕, 신이산과 같은 한약 치료로 증상을 완화하고 사이토카인 등의 여러 염증 관련 물질을 조절한다. 또한 침치료를 통해 자율 신경 기능과 면역기능의 이상을 조절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복부와 코 주변에 뜸치료를 함께 하면 코막힘을 완화할 수 있다.
한의학의 검증된 치료효과는 객관적으로 정리되어 2021년 알레르기비염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으로 발표됐다.
한국에서는 이미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침이나 뜸치료에 비해 한약은 비급여가 많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됐었다. 하지만 올해 4월부터 첩약 건강보험 제도가 시행되어 환자의 부담이 많이 감소하게 됐다.
첩약시범사업은 △알레르기비염, △안면신경마비, △요추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 △기능성 소화불량, △뇌혈관질환 후유증, △월경통 한약 치료 효과가 검증된 6개 질환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1가지 질환에 연간 1개 의료기관에서 최대 20일까지, 개인당 총 2가지 질환에 대해 가능해 40일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병원에 따라 본인부담률 30~40%의 가격으로 첩약 복용이 가능하다.
김민희 교수는 “한방치료는 효과가 클 뿐 아니라 부작용도 적다”며 “한약은 효과가 느리다는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연구를 통해 알레르기비염에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양약 못지않게 뛰어나다는 것이 밝혀져 요즘같이 비염이 심해지는 시기에 치료를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비염을 증상 완화를 위한 생활 관리법도 도움이 된다. 일교차가 큰 가을철에는 마스크나 스카프 등을 착용해 코의 갑작스러운 온도변화를 줄여주는 것이 좋다.
적당한 온도만큼 적당한 습도도 중요한데 실내가 매우 건조하므로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세척이 쉬운 제품으로 구입해 매일 닦아서 사용하면 좋다.
비염이 심하면 위로 열이 올라 찬물이 당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찬물을 자주 마시는 것은 속을 냉하게 하여 비염에 오히려 좋지 않다.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을 마시도록 한다.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고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것 역시 내부의 열원을 보호해 비염에 도움이 된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이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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