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은 염증으로 기도가 좁아져 호흡을 잘 못 하는 질환이다.
천식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경우에 따라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천식 환자는 뇌종양에 걸릴 위험이 비교적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식 환자가 뇌종양에 덜 걸리는 이유를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직관적으로 무관한 듯한 이 현상을 이해하는 열쇠는 T세포의 특이 반응에 있었다.
천식 환자의 폐에 염증을 일으키는 T세포가 간접적으로 뇌종양의 성장을 억제하기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발견은 장차 뇌종양 치료에 새로운 접근로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뇌종양 환자의 T세포 유전자를 조작해 천식 환자의 T세포처럼 행동하게 하면 뇌종양의 발생과 진행을 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의대의 데이비드 구트만(David H. Gutmann) 신경학 석좌교수 연구팀이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지난 8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사실, 천식과 같은 염증 질환을 앓는 사람의 뇌종양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역학(疫學) 관찰 결과가 학계에 보고된 건 15년이 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서로 이질적인 뇌종양과 천식이 연관성을 보이는 이유를 전혀 몰랐다. 심지어 그런 가설적인 제안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과학자도 적지 않았다.
논문의 수석저자로서 이번 연구를 이끈 구트만 교수는 신경섬유종증(약칭 NF) 전문가다. 현재 그는 이 대학 NF 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다.
NF는 뇌나 다른 신체 부위의 신경에 종양이 생겨 자라는 일군의 유전 질환을 말한다.
그 가운데 1형 NF가 생긴 어린이는 시신경의 ‘광학 경로 신경교종'(optic pathway glioma)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구트만 교수팀은 이전의 연구에서 면역세포가 광학 경로 신경교종의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알아냈다.
이 발견이 천식과 뇌종양의 연관성을 면역세포로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연구팀은 생후 4주 내지 6주의 생쥐 여러 마리를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군엔 천식을 일으키는 자극성 물질을 주고 대조군엔 소금물을 먹였다.
그런 다음 생쥐들의 NF1 유전자를 조작해 광학 경로 신경교종이 생기게 했다.
생후 3개월과 6개월 시점에 검사해 보니 천식을 앓은 생쥐는 신경교종이 생기지 않았다.
NF1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일으킨 생쥐가 천식을 앓게 되면 T세포의 행동 방식이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쥐에게 천식이 생기면 T세포가 데코린(decorin)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하기 시작했다.
천식 연구자에게 잘 알려진 데코린은 기도의 상피 조직을 자극해 천식 증상을 악화한다.
하지만 뇌에 발현한 데코린은 ‘NFkappaB’라는 활성 경로를 교란해 소교세포( microglia)의 활성화를 막았다.
활성 소교세포는 뇌종양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F1 돌연변이 생쥐도 데코린이나 NFkappaB 억제 화합물인 CAPE(카페인산 페네틸 에스테르)를 투여하면 광학 경로 신경교종이 생기지 않았다.
이는 소교세포 활성화의 차단이 뇌종양 치료에 효과적인 접근일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구트만 박사는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뇌와 다른 신체 부위의 T세포 사이에서 광학 경로 신경교종의 생성과 성장을 지지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별일 아닌 듯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뇌종양의 성장을 촉진하는 세포(소교세포)와 T세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 이해하면 그 과정에 개입하는 치료법 개발의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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