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많은 환자들이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한의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연구동향에 따르면 침술이 뇌, 척수 등 신경계에 대한 직접 자극과 장-뇌 축(Gut-Brain Axis)에 의한 뇌 신경 조절 치료법 연구로 파킨슨병ㆍ과민성 장 증후군ㆍADHD까지 그 치료분야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연구재단이 최근 발표한 ‘침에 의한 뇌신경 조절’(Neuromodulation by Acupuncture) 연구 동향 정책 브리핑에 따르면 침의 효과 기전에 대한 심화 연구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두침이나 전침 원리를 이용한 전기 자극 치료기술로의 확장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장-뇌 축(Gut-Brain Axis): 장내미생물이 생산하는 다양한 대사체가 자폐증, 우울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치매 등 뇌신경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론
▪ 두침(Scalp Acupuncture): 한의학의 경락이론 및 침구요법의 기초 위에서 신경과학의 대뇌피질 기능정위의 이론을 연결하여 머리 피부의 상응하는 부위에 자침을 하여 치료하는 침법
▪ 전침(Electroacupuncture): 전기침이라고도 하며 전선이 연결된 집게를 침에 연결해서 전기자극을 줌으로써 침의 효과를 높이는 요법
침 치료에 대한 뇌 신경 조절과 관련된 연구는 1970년대에 시작하여 2000년대 이후에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비탈리 내퍼도 교수)과 공동으로 침 치료의 효과 기전을 뇌 영상 기술을 이용하여 증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침 치료의 효과기전에 대한 세계적 연구동향
- 한국(침이 뇌신경 활동과 연합을 증가시킴): 침이 뇌 신경 활동과 연합을 증가시키는 원리를 이용해서 말초에서 침 자극 유발 기전부터 대뇌에 미치는 변화까지의 기전 조사하고 있다. 경희대 한의학과 연구팀은 침 자극 후 말초부터 중추까지의 효과 기전을 조사하여 침 자극에 의해 유도되는 말초의 분자 수준의 신호가 대뇌 신경 반응을 변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기능적 연결성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을 확인했다.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침 자극으로 유도되는 말초 프로테옴의 변화는 ERK 활성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침 자극 후 신피질(Neocortex 생각하는 부분), 해마(Hippocampus), 시상(Thalamus), 시상하부(Hypothalamus), 회백질(Grey) 등에서 신경 활성이 유의하게 변화하였으며 이러한 변화는 말초의 MEK/MAPK가 억제됨으로써 유발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것은 향후 다양한 침의 대뇌 조절 효과 기전을 설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론적 근거를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미국(전침이 경혈 위치, 자극 강도 의존적으로 자율신경계를 통하여 전신 염증을 조절함): 하버드 의대 연구팀이 신경과학 전문지 신경세포(Neuron)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전침이 경혈 위치, 자극 강도 의존적으로 자율신경계를 통하여 전신 염증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전신적인 염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침 자극 같은 특정한 인체 부위 자극이 자율신경계를 변화시키는 조직적인 규칙을 밝히기 위해 LPS로 유도한 내독소 혈증을 모델로 활용하여 전침 자극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키고 전신적인 염증을 조절하는 기전을 조사하였다. 논문에 따르면 뒷다리 부위(족삼리) 저강도의 전침 자극은 뉴로펩타이드-Y(NPY)를 발현하는 부신 크로마핀 세포 의존적으로 미주세포 부신축 (vagal- adrenal axis)를 활성화시켜 항염증 효과를 발생시킨다. 또 복부(천추) 고강도 전침은 척수-교감신경 축을 통하여 NPY를 발현하는 비장 노르아드레날린 신경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질병 상태에 따라 아드레날린 수용체의 변화에 의존적으로 항염 또는 전 염증(pro-inflammatory) 효과를 만들어 낸다. 전침의 효과는 자극하는 경혈 부위, 전침 자극 강도에 의존적으로 나타남을 유전학적인 실험기법으로 제시한 연구로 침을 보다 효과적이며 안전하게 치료하기 위한 최적 자극 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중국(침의 장-뇌축 조절에 관한 임상연구 결과 발표): 침의 장-뇌축 조절에 관한 임상연구 결과를 신경과학 프론티어스(Frontiers in Neuroscience)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침 치료는 장-뇌 축의 조절을 통하여 과민성장증후군을 개선할 수 있다. 설사가 많은 과민성 장 증후군(IBS) 환자를 대상으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기반으로 하는 복합 네트워크 방법을 이용하여 침 자극 전후의 변화된 뇌 기능 연결, 상호작용 및 분리를 연구했다. 분석 결과 백회(DU20), 인당(EX-HN3), 태충(LR3), 족삼리(ST36), 삼음교(SP6), 천추(ST25), 상거허(ST37) 등 경혈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른쪽 해마, 오른쪽 상후두회, 왼쪽 설측회, 왼쪽 중간 후두회, 소뇌의 비정상적인 기능적 연결(FC)과 정상 대조군이 다른 오른쪽 중간 후두회에서의 비정상적인 네트워크가 침술 자극 후 개선됐다.
한국의 주요 연구결과
침 치료에 대한 과학적 연구, 특히 뇌신경조절과 관련된 연구는 1970년대에 시작하여 2000년대 이후에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비탈리 내퍼도 교수)과의 공동으로 침 치료의 효과 기전을 뇌영상 기술을 이용하여 증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다음과 같은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 대구한의대학교 연구팀: ‘침술의 알코올 의존성 억제작용’ 논문에서 통해 알코올 중독 동물모델을 이용하여 정신질환에 사용하는 신문혈에 대한 침 자극이 시상하부 궁상핵의 엔도르핀 신경 활성화를 통하여 몸 떨림, 불안 행동 및 알코올 재발 행동 등의 알콜 의존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알코올 의존성을 줄이는 비약물적 치료 방법으로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에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 부산대학교 연구팀: ‘두침을 응용한 경두개자극을 통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치료기술’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한의학 두침의 장점을 뇌 신경 조절의 경두개 전류 자극술에 융합하여 고밀도 경두개 전류 자극(HD-tDS)을 도출하였으며 이를 활용하여 뇌 신경영양인자의 발현을 통한 다양한 난치성 뇌질환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흰쥐 모델의 전두엽피질에서 도파민 회로 관련 신경영양인자의 조절을 통해 인지기능 장애를 개선하여 치료기술 개발 근거를 마련했다.
- 경희대학교 연구팀: ‘침의 장내미생물 조절을 통한 파킨슨병 치료 가능성’ 논문을 통해 파킨슨병 동물모델에서 침 시술이 뇌의 염증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MPTP 투여로 인한 장내 미생물의 조성 변화를 억제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침 시술은 통증 억제뿐만 아니라 신경 보호, 위장관 운동 조절 등 체내에서 다양한 변화를 야기하는데 이번 연구는 침 시술의 신경 보호 및 염증 억제 기전뿐만 아니라 장내 미생물조절 기전 연구에도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육태한 교수(우석대학교)는 “한의학의 대표적인 치료법인 침술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연구이지만, 향후의 연구는 이를 넘어서서 새로운 임상적 유용성을 발굴하는 연구로 심화되어야 할 것”이라며 ” 뇌는 인체에서 인간이 아직 밝히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서 침 치료의 뇌신경 조절을 통한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매우 중요하며, 이러한 연구에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다만, 현재까지의 침 연구는 고전적인 침술의 연구에 집중한 경향이 있으므로 향후에는 두침, 전침뿐 아니라 광선, 진동, 음파, 초음파 등 다양한 물리적 자극을 활용한 침술의 확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료=한국연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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