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서구형 암으로 꼽히는 전립선암이 한국에서 급증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와 식생활의 서구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대한비뇨기종양학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국내 전립선암 진료 환자는 2017년 7만7077명에서 2021년 11만2088명으로 45.4%(3만5011명)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9.8%다.
전립선암은 남성의 생식기관인 전립선에 생기는 암이다. 방광 아래쪽 깊숙한 곳에서 요도를 감싸고 있는 전립선은 정자에 영양을 공급하고 운동을 돕는 기능을 한다.
전립선암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남성 암 발병률 1위를 차지한 지 오래다. 국내에서는 아직 남성 암 발병률 4위이지만, 증가율로만 따지면 이미 남성 암 1위다.
전립선암의 가장 큰 특징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암이 진행되면 전립선비대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가늘게 나오면서 잔뇨감이 있는 게 대표적이다.
전립선암은 진행 속도가 빠르지 않지만, 뼈로 잘 전이되는 특성이 있다. 뼈로 전이되면 마약성 진통제를 써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고, 전이된 뼈가 약해져 골절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척추에도 전이가 잘돼 심하면 하반신 마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전립선암이 더욱 심해지면 소변이 배출되는 요도를 완전히 막아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다가 완전히 소변을 못 보는 증상이 생기거나 지속적인 혈뇨에 시달릴 수 있다.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대한비뇨기종양학회가 전립선암 환자 21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최초 진단이 ‘3기 이상’이었다는 응답이 47.1%(100명)나 됐다. 즉, 환자 중 절반 가까이가 이미 암이 전립선을 벗어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시점에서야 병원을 찾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정기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상이 없더라도 만 50세부터는 1년에 1회 검사를 받아야 하며, 직계가족 중 전립선암 환자가 있다면 만 40세부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검사는 어렵지 않다. 혈액으로 전립선특이항원(PSA)을 점검하거나 손으로 전립선 크기를 촉진하는 직장수지검사,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다. 여기서 암일 가능성이 높으면 조직검사를 하게 된다. 조직검사는 초음파를 통해 전립선의 12군데 조직을 골고루 얻어 시행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최중원 교수는 “전립선암 환자 중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10% 정도로, 아버지나 형제가 전립선암이 있다면 발병 확률이 정상인보다 3배 정도 높다”면서 “만약 가족력이 있다면 40세부터, 50세 이상이라면 연 1회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전립선암은 암의 진행 정도, 환자의 전신 상태와 기대여명, 치료 선호도에 따라 수술적 치료, 방사선치료, 호르몬 치료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만약 전립선에 한정된 부위의 암이라면 수술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요즘은 3차원으로 주변 구조물을 면밀하게 확인하면서 전립선을 적출할 수 있는 로봇수술이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암 덩어리가 크고 주변 조직을 침범했다면 방사선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또 암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호르몬치료를 하기도 한다. 약물 치료도 검토할만하다. 최근에는 3기 후반~4기 전립선암에 쓸 수 있는 약제가 많아졌고, 치료 효과도 좋은 편이다.
전립선암이 서구형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발병 위험을 높이는 원인으로 고령, 가족력, 비만(복부비만), 고지방 식사, 만성질환(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이 꼽힌다.
이 중에서도 복부 비만은 가장 확실한 전립선암 위험 요인으로 평가된다.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여러 논문을 종합해보면, 복부 둘레가 90㎝ 이상인 경우 전립선암이 발생할 위험은 정상보다 1.3∼2배로 증가한다.
전문가들은 전립선암을 예방하려면 그동안 식생활 습관을 점검해 고지방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 견과류, 콩 등 식물성 식품 섭취를 늘리라고 권고한다. 여기에 해산물과 닭고기 등의 저지방육류를 곁들이는 지중해식 식단은 전립선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고지방, 고당분, 가공식품 등을 제한하는 게 지중해식 식단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강동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최태수 교수는 “토마토의 리코펜, 마늘의 알리신, 카레의 커큐민, 녹차의 카테킨 성분 등이 예방적인 효과가 있다는 보고들이 있지만, 그 근거 수준이 아주 높지는 않다”면서 “무엇보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음주와 흡연 등을 피하는 생활 습관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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