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의학 ‘공간과 소통’ 개념 및 ‘기경의 작용’ 중요하게 생각
기경이 병들며 노화 시작, 심포/ 삼초는 기경의 출장소로 함께 고려해야
한방의 체계는 보통 치료 시에 경혈을 생각한다. 이는 엄밀히 따지면 아시혈, 장부변증 등 사암침 위주로 할 수 있다. 한국 한의학에는 항상 음양중이 있으며 기경과 12경락, 장부를 본다는 의미로 ‘3의 체계’이다.
특히 침에서 그렇다. 또한 약을 쓸 때와 침을 놓을 때의 맥을 보는 법이 각각 다르며 예전에는 이렇게 구분해서 환자를 치료했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 한의학에서 어떻게 침을 이해하고 사용했는 지에 대해 살펴보겠다.
▲ 공간 소통
한국 한의학은 ‘공간과 소통한다’는 개념을 강조한다. 침법 수련법도 같다. 호흡이라는 것도 나와 공간에너지가 교류를 하면서 내 몸이 공간과 함께 채워져 나가는 것이다.
이는 내 몸이 공간 기운과 같아진다는 것으로 현대 과학적 측면에서 말하면 대기 중 압력과 내 몸의 압력이 같아진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 상태가 된다면 몸과 공간의 편차가 없고 외기가 내 몸으로 들어오는 과정은 기경팔맥이 주관해 이뤄진다. 때문에 기경이 약한 사람은 공간의 기운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며 공간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그 사람의 용량이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폐활량이 적어지면서 대기압력을 이기지 못하게 돼 찌그러지게 되면 죽는 것이라 이해하면 된다.
▲ 기경의 작용
여기서 폐활량을 우리 전통한의학에서는 ‘기경의 작용’이라 한다. 기경은 외부의 기운으로 몸에서 받아들여 외기가 단전까지 갔다가 단전을 완전히 채우고 다시 올라가 기항지부인 뇌를 채우고 밖으로 나간다.
무술을 하든지, 명상을 하든지, 수련하든지 등은 기경을 늘리는 것이라 이해하면 된다. 소위 임맥이 통하니 독맥이 통하니 하는 것은 기경이 들어오는 길은 넓히는 도로확장 공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들어오는 양이 많으니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
기경이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본능적인 것, 직감적인 것 등 뇌가 생각 못하는 것을 기경에서 한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차에 깔렸는데 이를 확 들었다는 것은 기가 경의 작용이라 보면 된다.
기경은 모두 8개가 있는데 7개는 발에서부터 올라오고 12경락은 양경이 하강하고 음경은 상승하는데 비해 기경팔맥은 모두다 상승한다. 이는 기경이 순양지기이기 때문이다.
대맥만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 몸을 감싸지만 결국은 위로 올라간다. 지구상 살면서 중력을 이기지 못하면 늙는다. 이는 기경팔맥부터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 사람의 노화는 기경팔맥에서 시작한다.
즉 발이 먼저 늙는다. 이후 척추에 문제가 생기고 발은 족삼양경을 통해 뇌와 연결되며 두부의 열 예를 들어 울화 같은 것은 족삼양경을 통해 내려온다. 발이 건강한 사람은 머리에 울화가 쌓이지 않는다.
열이 잘 내려오지 못하면 중풍이 온다. 열생풍의 개념으로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산이 많아 다리 단련을 많이 할 수 있었다.
모든 호흡수련이나 무술 수련은 다리의 단련이 먼저이다. 머리의 열을 내리기 쉽다. 태극권을 할 때 가만히 서서 수련하는 참장공을 통해 하체단련을 하는 동시에 기경팔맥을 여는 연습을 한다.
이후 투로는 움직이면서 경락과 장부로 조화를 시켜가는 것이다. 태극권에서 참장공을 모르면 태극권을 모르는 것이라 한다. 양으로 양을 먼저 일구고 음이 따라가게 한다.
▲ 기경과 인체
기경이 병이 들면서 노화가 시작된다. 보통 일년 이상의 병은 모두 기경의 병이라 본다. 현대적으로 보면 기경은 뇌와 척추 신경계를 말하는 것. 기경은 단순한 어린아이나 동물에서는 살아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머리가 복잡하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면 기경이 막힌다. 이는 머리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지자기, 즉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간다든지 하면 기경이 작동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조절해줘야 하는데 현대인처럼 비행기로 먼 거리로 이동을 많이 하고 다른 민족과 살게 될 된 상황에서 기경이 빨리 작동을 못하면 새로운 상황에 몸이 적응을 못해 문제가 생긴다.
시차적응 역시 기경의 작용이 둔화되면 몸이 적응을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 현대에는 기경의 병이 굉장히 많다고 본다. 대신에 기경은 좋은 장소 기가 많이 생기는 곳에 가면 잘 열린다.
등산을 하는 등 자연을 벗하면 기경이 잘 열린다. 암이 걸린 사람들, 기경작동의 문제가 원인이다. 머리에 생각이 없고 걱정이 없고 자연스럽게 많이 움직이면 자연스럽게 기경이 열린다.
도시에 사는 경우,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기공을 하는 것이 좋다. 발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경은 우리 몸에서 승강의 주체가 된다. 침의 4대 기기에는 승강출입이 있다. 승강이 돼야 소위 수승화강이 잘 되고 사람이 병이 안들고 건강을 유지하는 길이 된다.
중국은 승강출입을 한국은 승강완속을 각각 말한다. 승강완속이란 승강하되 승강의 속도가 있다는 것. 이점이 한국과 중국 침법의 다른 점이다.
▲ 침의 요체는 ‘기경’
기경은 머리와 척추, 공간과 어울릴 수 있는 큰 틀이다. 기경이 막히면 생명은 끝이라 봐야 한다. 기질과 체질이 있다. 체질은 장부대소를 보는 것이고 기질은 기경팔맥을 말함. 체질은 변치 않지만 기질은 바뀐다. 기질이 바뀌면 체질도 따라서 보완이 된다.
현대인은 승강의 문제가 많기 때문에 척추를 통해 승강을 주도하는 게 수련의 요체다. 충맥의 개념이 기경팔맥에서 가장 중요하다. 충맥이 잘 열리면 승강이 잘돼 큰 병이 잘 생기지 않는다. 호흡이 잘 안 된다는 것은 승강이 잘 안 된다는 말이다. 위에서 정체되기 때문이다.
기경팔맥에 대한 이해와 이를 이용한 치료는 한국만큼 잘 된 곳이 없다. 얼굴의 7규(구멍)도 기경의 파트다. 얼굴은 신령한 영이 드나드는 곳이라는 의미 즉 이 역시 기경과 관련이 있다. 이 시대는 기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참 힘들어진다. 기경을 아는 만큼 쓸 수 있다. 해외여행도 많고, 다른 동네에서 살기 때문에 기경을 알지 못하면 큰 흐름을 모른다는 것. 기경을 아는 만큼 내공이 깊어진다.
기경을 통해 외부로부터 기가 들어오고 경락은 기가 흐르는 길, 장부는 기가 머무는 곳. 기경으로 기가 적게 들어오면 경락이 쇠해지고 장부 역시 쇠해지는 것. 침의 요체는 기경이다. 기경은 생명력이기 때문이다.
▲ 기경과 12경락의 관계
12경락에서 심포(뇌)와 삼초(척추)는 기경의 출장소와 같다. 기경은 파장이 크다. 12경은 작다. 기경은 폭이 커서 자기 장부를 가질 수 없다.
기경은 에너지 파동의 세계다. 기경과 12경락과 장부를 보면 이를 정기신으로 표현가능하며 장부는 정에, 경락은 기에, 기경은 신에 속한다. 즉 기경은 신의 세계라 할 수 있다.
머리는 사신총, 신정구궁은 머리에 있는 28숙 즉 28개 하늘의 별자리를 말하고 동서남북으로 각 7개씩이 있는데 조선시대 도학자인 강홍로 선생의 침법에 따르면 신정구궁을 주행침에서는 태원상이라 하며 고려 때까지 우리 침은 극한까지 갔다고 본다.
이는 무술하고 철을 일찍 접한 민족이라 그렇다. 칼을 잘 다루는 사람이 침을 잘 다룬다는 개념과 같다고 보면 됐다. 우리의 침법은 이렇게 발전하다가 조선시대에 이르러 이론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했다.
8맥교회혈, 극혈, 사총혈(합곡-수삼양, 열결-족삼양, 삼리-족삼음, 위중-수삼음을 각각 총괄한다는 의미), 13귀혈, 6하합혈 등은 모두 기경의 파트다. 기경팔맥은 선천원기를 다르기 때문에 현대인처럼 원기를 많이 사용할 경우 더 좋다. 침 치료라는 것은 선천원기를 잘 흐르게 해 사기를 쫓아내는 것, 부정거사다. 다음 호는 12경락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다뤄 보겠다. (→다음 호에 계속)
홍순호 교수(사우수배일로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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