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진단 및 치료에 기여할 기기가 잇따라 등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국 한의업계에 따르면 한국 연구진이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복진기를 개발함과 동시에 뜸 치료 도구에 대한 국제 표준 제정을 이끄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강동경희대병원, 고려대, 의료기기업체 BNR과 함께 한의사의 복진을 모사해 생체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첨단 센서 융합형 복진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복진은 한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복진을 위한 생체 기기 개발이 요구돼 왔다.
이번에 개발한 복진기는 크게 압력에 따른 통증 정보를 측정하는 압통기, 복부 온도를 확인하는 체온 측정기, 복부 외형을 관찰하는 기하·색상 측정기로 이뤄져 있다.
적외선 체열 카메라, 복부의 높낮이를 확인하기 위한 3차원 깊이 카메라, 초음파 영상 촬영기, 전자 청진기 등 기술이 적용됐다.
복부에 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복직근 유·무력’, 뱃속이 싸늘한 증상을 나타내는 ‘복냉’, 명치 부위가 그득해 답답한 증상을 나타내는 ‘흉협고만’, 진액이 체내에 쌓여 생기는 ‘담음’, 비위의 운화 기능 장애로 인한 음식물 정체 증상인 ‘식적’ 등 5가지 변증 진단을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복진기의 국제 표준화를 추진하는 한편 부인과 질환, 뇌 신경 정신질환, 피부 질환 등 진단에도 확대 적용하는 연구를 할 계획이다.
한의학연 김종열 원장은 “객관적인 한의 진단을 위해 그동안 사상체질 진단기, 맥진기, 설진기 등을 개발해왔다”며 “앞으로 인공지능 한의사 개발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의학의 주요 치료법인 전기 뜸 치료법 ‘온구기’가 국제표준으로 제정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의학연은 한의약 의료기기의 ISO 국제표준 개발을 위한 기술분과 회의인 ‘TC/249/WG4’에서 온구기가 국제표준으로 제정됐다고 발표했다.
뜸은 경혈(經穴)에 온열·화학 자극을 줘 질병을 다스리는 한의학 대표 치료 도구이다.
뜸 치료 시 발생하는 연기와 화상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를 이용한 뜸 모사 도구가 활용되고 있으나, 표준화되지 않은 형태로 생산·보급되고 있다.
한국을 중심으로 중국과 캐나다의 한의약 의료기기 분야 전문가들은 온구기의 국제표준 제정 필요성을 지속 제기해왔다.
이에 한의학연 류연희 책임연구원이 2016년 6월부터 중국·캐나다 전문가와 공동으로 국제표준 제정을 위한 공동프로젝트 리더를 맡아 협력해 왔다.
이번에 제정된 전기식 온구기 국제표준 주요 내용은 ‘화상을 입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온도 유지를 위한 전력공급 장치’, ‘직접 피부에 닿아 온도를 전달하는 발열체’, ‘해당 장치를 평가할 수 있는 시험 방법’ 등이 포함됐다.
특히 발열체 형태와 전력 공급 방법 등을 놓고 국가 간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한국이 국내에서 생산 중인 온구기 사양을 중심으로 국제표준 제정을 이끌어 세계 시장 선점에 유리한 결과를 얻어냈다.
한의학연 최선미 부원장은 “우리가 보유한 전통의학 의료기기 핵심기술을 기반으로 한국 주도의 한의약 의료기기 국제 표준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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