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환자를 많이 보는 한의원의 경우, 자녀들의 성장과 관련한 진료를 종종 하게 된다. 한국의 경우, 많은 성장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한의원을 찾는 경우가 미국 보다는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있어 특히 성장치료에 있어서 많은 임상 케이스가 있는 한국의 자료가 더욱 신빙성과 임상 효율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달에는 한국 국가한의임상포털에 연재되고 있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중 소아성장장애편을 알아본다.
▲호르몬과 성장
신체와 골격계의 성장에 현저한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으로는 성장호르몬, 갑상선 호르몬, 부신피질호르몬, 성호르몬, 인슐린과 여러 종류의 펩티드 성장인자 등이 있다. 각각 성장호르몬은 신체 성장, 특히 골격계 성장에 관여하며 2세 이후의 신장 성장에 가장 중요한 호르몬이다. 성장호르몬은 숙면을 취할 때와 운동할 때 가장 많이 분비되며, 잠이 든 후 첫 2시간, 운동 후 20분에 분비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갑상선호르몬은 태아의 성장과 발달에는 큰 역할을 하지 않지만 출생 후 성장호르몬의 합성에 영향을 미치는 등 영향이 있다. 성호르몬은 생식기의 성숙을 촉진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나, 뇌하수체에서 성장호르몬의 합성을 증가시키며 성장호르몬의 생물학적 효능을 증가시킨다. 성호르몬이 증가될 경우 성장의 급진전이 오지만 골격계 성숙의 급진전으로 골단부 융합이 빨리 오게 되며 결국 성인 신장이 감소될 수 있다. 성장호르몬은 장골의 성장에 관여하는 데 비해 성호르몬은 척추의 성장에 관여한다.
소아·청소년은 두 번에 걸쳐 급성장을 거친다. 성장 시기는 신생아기(생후 4주)와 영아기(생후 1개월~2년) 그리고 유아기(생후 2~5년)와 학령기(생후 6~10년)가 지난뒤 사춘기부터 제 2성장 급증기가 나타난다.
▲ 소아·청소년의 성장장애의 정의
성장장애는 △연간 성장 속도가 같은 연령, 성별 대비 25백분위수 이상 낮거나 △연간 성장 속도가 4cm 미만에 해당할 경우에 해당한다. 신장이 같은 연령, 성별의 평균보다 2 표준편차 이상으로 작거나 신장백분위수가 3백분 위수 미만일 때 진단되는 저신장의 경우도 성장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신장백분위수란 100명 가운데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로, 신장백분위수가 1이면 100 명 가운데 신장이 가장 작다는 의미다.
성장장애 질환은 △성장판의 내인적 결함으로 생각되는 1차성 성장장애 △만성 질환 또는 내분비 질환에 의한 2차성 성장장애 △특발성 저신장 등으로 구분한다. 특발성 저신장은 적정 체중아로 출생한 소아 중 성장호르몬 분비가 정상이면서 다른 신체기관의 장애를 찾을 수 없고, 신장이 3백분위수 미만인 비균질적인 저신장을 의미하며, 저신장으로 병원을 찾는 가장 많은 원인으로 조사돼 있다.
성조숙증은 여아에서 8세 미만, 남아에서 9세 미만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성조숙증이 있는 경우, 골단이 빨리 닫혀 성장기간이 감소하고, 최종 성인 키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소아·청소년의 성장장애의 한의학적 병인, 병기
중국 명대 소아과 의서 ‘유과발휘(幼科發揮)’에 따르면 선장장애의 원인을 △비상부족(脾常不足), △폐상부족(肺常不足) △신상허(腎常虛) 등으로 각각 정의했다. 이외에도 간신음허(肝腎陰虛), 심혈허(心血虛) 등 역시 소아·청소년 성장장애와 관련이 있다.
비상부족(脾常不足)은 소아의 생장발육이 신속하여 정(精), 혈(血), 진액(津液)의 영양물질 요구량이 많은 데 비하여 비위(脾胃)의 운화(運化)기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다. 신상허(腎常虛)는 소아의 생장발육이나 질병의 저항력, 골격, 뇌수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신(腎)이 허한 경우를 의미하며, 폐상부족(肺常不足)은 인체의 면역력, 흡수한 영양물질의 전신 산포와 관계 있는 폐(肺)의 기능이 온전하지 못한 것을 각각 의미한다. 간신음허(肝腎陰虛)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先天稟賦)의 부족으로 근골을 영양 하지 못하는 상황을, 심혈허(心血虛)는 정신작용과 관계가 많은 심(心) 기능이 약한 것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불면, 불안 등 심리적 문제를 동반,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로 각각 성장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치료법
한의학적 치료는 식욕부진 등 직접적인 성장부진의 원인을 치료하면서 식이, 수면, 운동 등 성장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성조숙증을 동반한 경우 조기골단융합 이 저신장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연령에 비해 골연령이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조절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약치료와 함께 침치료 및 근건이완수기요법 등 병행요법을 시행한다.
△한약치료
소아는 생장발육이 신속함에 비하여 ‘장부교눈(臟腑嬌嫩), 형기미충(形氣未充)’하여 ‘비상부족(脾常不足), 신상허(腎常虛)’한 특징으로 인해 성장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한약 처방으로는 보중익기탕, 삼출건비탕, 육미지황탕, 향사양위탕, 팔진탕 등이 있다. 변증에 따라 비허(脾虛)의 경우 보중익기탕, 신허(腎虛)의 경우 육미지황환, 비신양허(脾腎兩虛)의 경우 육미지황환합사군자탕, 간신음허(肝腎陰虛)의 경우 좌귀음 등을 각각 사용한다.
△침치료
① 경혈침치료: 성장판 주위 혈자리 또는 뼈와 근육에 관계된 경락의 혈을 사용한다. 대표적 혈자리는 족삼리(ST36), 독비(ST35), 양릉천(GB34), 현종(GB39), 삼음교 (SP6), 태계(KI3), 곤륜(BL60), 용천(KI1), 합곡(LI4), 태충(LR3), 백회(GV20) 등 이 있고 사암침으로는 신정격이나 간정격을 많이 이용한다.
② 이침치료: 내분비, 피질하, 부신, 갑상선, 심, 비 등의 혈자리를 사용한다.
③ 전침치료: 성장판 주위 혈자리에 전침치료를 시행한다.
△뜸치료
뜸치료를 통해 기혈소통을 촉진하고, 정기회복, 면역력 증강을 통해 성장이 원활하도록 돕는다. 뜸을 뜨는 자리는 기해(CV6), 관원(CV4), 족삼리(ST36) 등의 혈자리를 쓴다.
△근건이완수기요법
독맥과 방광경을 안마해 음양조절, 경락소통, 장부기능과 기혈운행을 촉진, 비위기능을 개선하고 식욕 증진 및 소화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최근 연구에는 날척법(捏脊法), 안유법(按揉法)을 이용, 백회(GV20) 용천 (KI1) 족삼리(ST36), 관원(CV4), 신수(BL23) 등의 부위를 중점으로 치료한다. 날척법이란 제7경추에서 꼬리뼈까지 척주혈의 아래쪽에서 위쪽 방향으로 엄지와 검지를 사용, 피부를 잡아 올려주며 이동하는 수법으로 일회 치료 시 3~10회 정도 반복한다. 안유법은 시술자의 엄지나 중지 또는 손바닥면을 사용하여 혈자리에 대고 직각으로 지그시 누르고, 시계방향이나 시계반대방향으로 환자의 근육층을 나선원형으로 움직여 마사지하는 방법을 각각 말한다.
▲예방 및 관리
소아·청소년 성장장애 관리에 있어서 식습관, 운동습관,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아동·청소년기에는 연령, 성별에 따라 하루에 1,500~2,700kcal 섭취가 적당하다. 식사와 간식의 비율은 하루 2,000kcal를 섭취한다고 가정하면 식사로 500~600kcal, 간식으로 200~300kcal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 섭취를 위해 하루에 ‘곡류’, ‘고기·생선·달걀· 콩류’, ‘채소류’, ‘과일류’, ‘우유·유제품류’ 등 5가지 식품군을 골고루 섭취하도록 한다. 특히 탄산음료와 카페인 음료 등 가당 음료는 칼슘의 손실과 영양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어 과잉 섭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체활동은 매일 하루 60분 이상의 중강도와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권장하며 일 주일에 최소한 3일 이상은 고강도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TV시청과 스마트폰의 과다사용은 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을 가능성을 높여 체내 멜라토닌 분비 감소로 인한 성조숙증을 유발 위험이 높다. 한편 연령대별 권장 수면시간은 미취학 연령 아동(3~5세)의 경우 10~13시간, 학령기 아동(6~13세)의 경우 9~11시간, 청소년기에는 8~10시간이 적정 수면시간이다.
조남욱 기자(한의사)
<저작권자ⓒHani Time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