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발견되는 증상이며 미국에서도 한국인 여성환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번호에서는 화병에 대해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내용을 알아본다. 특히 화병은 정신과 질환으로 여러 유사 증상과 감별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정의
화병은 울화병(鬱火病)의 준말로,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되지 못해 화의 양상으로 폭발하는 양상을 보인다. 주요한 신체적 증상은 △가슴 답답함 △열감 △치밀어 오름 △목이나 명치에 덩어리가 뭉친 느낌 등이다. 핵심 심리 증상은 △억울하고 분한 감정 △마음의 응어리 △한(恨)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증상들이 뚜렷한 스트레스 사건과 관련해 나타난다. 한의학적으로는 간기울결(肝氣鬱結), 간양상항(肝陽上亢), 심신불교(心腎不交), 기혈양허(氣血兩虛), 담울담요(膽鬱痰擾) 등으로 변증할 수 있다.
▲ 진단 및 평가
화병의 원인은 분노나 분노와 연관된 억울함, 분함, 한(恨)과 같은 부정적 감정반응이 오랜 시간 누적돼 발생한다. 이같은 감정반응을 일으키는 구체적인 스트레스 원인으로는 남편의 폭력이나 고부갈등과 같은 가정내 갈등, 가난, 고생과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 배신, 부당한 판결, 억울한 누명, 사업 실패, 승진 누락 등 부정적인 생활사건, 과거에 심하게 놀란 사건 등이 있다.
이런 분노 사건에 대해 화병 환자들은 스스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느끼고 자존감이 훼손된다고 생각하며, 분함과 열등감을 경험한다. 정서적으로는 분노, 우울, 불안 등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고 신체 증상으로 마비나 통증, 치밀어 오르는 것을 경험한다. 이와 같은 반응이 급속성으로 나타나 병으로 빠르게 이환되면 ‘급속성 화병’ 또는 ‘외상 후 격분증후군’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진단도구: 본 임상진료지침은 화병면담검사(HBDIS)에서 제시한 화병 진단 기준을 화병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 권고하는 진단기준으로 정했다. 표에서 7가지 항목이 모두 진단기준에 충족될 경우, 화병으로 진단한다.
▷평가도구: 화병척도는 화병의 발생에 기질적, 성격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화병에 이환되기 쉬운 개인적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개발됐으며 환자들이 특이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의 심각도를 평가할 수 있다.
▲ 감별 진단
화병은 다양한 신체증상과 정신증상으로 여러 신체 질환 및 정신장애와의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우울증과 화병에서는 공통적으로 불면, 불안, 허무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우울증에서는 자살과 관련한 생각, 체중 감소 및 식욕 감소, 사고와 집중력이 감소한다.
불안장애의 경우, 화병과 같이 공통적으로 반응하는 정서로 초기에는 교감신경의 과흥분이 나타난다. 하지만 화병에서는 특이하게 분노, 가슴의 답답함, 열감을 보인다. 이외에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신체형 장애, 격분증후군, 갱년기증후군, 갑상샘기능장애, 고혈압 등에서도 화병과 공통적인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 한약치료
화병 환자의 치료에 질병의 양상을 결정하는 증상을 고려하여 이에 해당되는 변증치료를 해야 한다.
분심기음은 화병 치료의 대표적인 처방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외 특징적인 증상에 따라 억간산, 가미소요산, 황련해독탕, 귀비탕, 청심온담탕, 가미보익탕, 황기계지탕, 보혈안신탕, 보심건비탕, 자음건비탕등을 사용할 수 있다.
체질에 따라서 태음인 화병 환자에게는 청심연자탕이나 열다한소탕, 소양인 화병 환자에게는 양격산화탕, 소음인 화병 환자에게는 향부자팔물탕이나 십이미관중탕등을 사용한다.
▲ 침 치료
일반적으로 주 2~3회의 빈도로 1~2개월 이상 치료하는 것이 이상적이고 환자의 증상에 따라 다양 한 침법이 사용될 수 있다.
화병 치료 경혈은 전중(CV17), 중완(CV12), 천추(ST25), 합곡(LI04), 족삼리(ST36), 백회 (GV20), 용천(KI01) 등 기본 경혈과 함께 내관(PC06), 소부(HT08), 태충(LR03) 등이 있고, 이 중 특히 전중(CV17)은 진단, 치료, 경과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경혈이다. 불안이 동반된 경우에는 신문(HT7), 삼음교(SP6), 인당(EX-HN3), 전중(CV17) 등을 응용할 수 있다.
▲ 뜸 치료
중완(CV12), 하완(CV10)은 소화기 증상이 있는 사람들에게 많이 활용되며 기해(CV06)와 관원 (CV04)은 차가워진 인체 아랫부분에 뜸의 기운을 더해 원기를 북돋우고 기혈의 순환을 원활히 하며 과항한 열기를 순환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행한다. 보통 3~7장 정도의 뜸을 뜬다.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화병의 정신적 증상 및 신체적 증상에 일반적으로 뜸 치료를 활용하고 있었으며 소화장애 등 복부증상에 가장 효과가 있다고 했다.
조남욱 기자(한의사)
<저작권자ⓒHani Time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화병 면담 검사(HBDIS)
평가내용 | 문항 |
A. 핵심 신체증상(4가지 중 3가지 이상) |
1. 가슴의 답답함
2. 열감 3. 치밀어 오름 4. 목이나 명치에 뭉쳐진 덩어리가 느껴짐 |
B. 핵심 심리증상(2가지 중 1가지 이상) | 1.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자주 느낌
2. 마음의 응어리나 한 |
C. 관련 신체증상(4가지 중 2가지 이상) |
1. 입이 마르거나 목이 마름
2. 두통이나 어지러움 3.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깸 4. 가슴이 두근거림 |
D. 관련 심리 증상(3가지 중 2가지 이상) |
1.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거나 분노가 치밂
2.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거나 혹 자신이 초라하고 불쌍하게 느껴짐 3. 두렵거나 깜짝깜짝 놀람 |
E. 심리사회적 기능저하 | 1. 집안일, 직장일, 대인관계상의 어려움 |
F. 관련 스트레스 | 1. 증상과 관련된 스트레스 |
G. 의학적 질병 | 1. 의학적 질병 유무, 약물 복용 여부 |
기존 연구에서는 증상의 지속기간을 6개월로 하여 급성 스트레스 반응과 분리하여 진단을 하였지만, 최근 보고된 사례를 종합하면, 증상의 지속기간은 화병의 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진단 기준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단순 한 스트레스 반응과는 감별하여야 한다. |
평가척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