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련과 강황, 단삼 등 한의 처방으로도 자주 사용하는 한약재의 유효성분들이 위암 억제 또는 치료에 효능이 있음이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경희대학교(총장 한균태) 한의과대학 김봉이 교수 연구팀은 위암 억제 또는 치료 효능을 보인 천연물 종류를 정리해 신약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 데이터를 최근 발표했다.
위암은 2020년 기준 세계에서 신규 환자가 5번째로 많은 암이다. 암으로 인한 사망 원인 4위에 해당하기도 한다. 현재 위암 항암치료에 사용되는 항암제는 말초신경장애, 구내염, 설사, 구토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위암 생존율을 높이고 기존 치료법의 부작용을 낮추기 위해선 새로운 약물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 연구팀은 식물과 한약재를 포함한 다양한 천연물의 생리활성물질(bioactive components)과 여러 한약재가 섞인 탕약 같은 복합물 등에서 위암 억제 효능을 보인 성분을 정리해 신약 개발에 필요한 후보물질 데이터를 제공했다.
이 연구는 기존 연구를 취합하고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천연물 개별 생리활성물질의 화학적 분류를 진행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천연물이 가진 많은 성분 중에서도 실제로 우리 몸에서 위암을 조절하는 생리활성물질을 찾는 작업이 신약 개발에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 연구팀이 59편의 논문을 살펴본 결과, 여러 기전에서 효능을 보인 천연물의 성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초 ‘황련’에 함유된 베르베린(berberine) 성분과 카레로 익숙한 ‘강황·울금’의 주성분 커큐민(curcumin), ‘천련자’ 추출물에서 발견한 토오젠다닌(toosendanin) 성분, 한약재 ‘단삼’에 들어있는 화합물 단시논(tanshinone ⅡA) 등이 대표적이었다.
기존 항암제 내성을 억제하는 데는 양파의 아이소람네틴(isorhamnetin), 감초의 리퀴리틴(liquiritin) 성분 등이 효과를 보였다.
암이 진행되고 특정 단계를 넘어서는 원격전이(보통 4기로 분류)가 발생하면 생존율이 급격히 낮아진다. 연구에서는 천연물이 이 단계 전에 억제 작용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억제 효능을 보인 약재를 연구하거나 비슷한 성분을 가진 다른 후보군을 뽑아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면, 생존율이 어떻게 바뀌는 지도 효율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됐다.
또 매일 먹는 식품과 한약재 복용을 통해 위암 위해도를 낮출 수 있다는 비임상연구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천연물이 암 치료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임상 가능성도 제시하게 됐다.
연구에는 한의학과 18학번 강석영 김명찬 박진주 신소영 학생, 17학번 황동원 학생, 고성규 교수, MD. Hasanur Rahman 학술연구교수, MD. Ataur Rahman 학술연구교수 등이 참여했다.
제1저자인 강석영 학생은 “한의학 연구가 갇혀있는 연구라는 오해를 받을 때가 종종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었다”며 “전공수업 ‘본초학’에서 천연물의 의료 성분에 대해 배우고 문헌연구를 진행해보니 한약 기반 천연물의 기초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존 항암제 내성으로 환자들이 힘들어 할 때 천연물 성분 약물이 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연구에서 확인했다”면서 “후보물질 데이터를 제공한 이번 연구가 임상시험에서 천연물의 유효성을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대에 따르면 이번 연구의 의의는 위암 항암제 개발 관련 임상시험의 기반을 마련한 점으로 논문은 ‘Potential of Bioactive Food Components against Gastric Cancer: Insights into Molecular Mechanism and Therapeutic Targets’라는 제목으로 국제학술지인 ‘Cancers(JCR Q1, IF: 6.639)’에 게재됐다./(자료=경희대)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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