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증의 개념 및 각종 비증에 대한 처방∙각종 양방질환의 비증 구분
필자는 지난 호까지 SOAP 노트 작성법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호부터는 SOAP노트 작성에 중요한 이학적 검사에 대해 살펴보겠다.
본격적인 이학적 검사법에 들어가기 전 Assessment 부분에 들어가는 한의학적 진단 부분에 대해 먼저 알아본 뒤 이학적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좀더 클리닉에서 환자를 보는 순서에 더욱 부합할 것으로 생각한다.
증상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더욱 적합하고 효율적인 검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한의원에 오는 환자의 대부분이 근육통증 등 동통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한의한적 진단으로는 비증으로 정의한다. 물론 차트에는 비증이라고 기재한다. 하지만 각 비증별로 처방하면 좋은 한약이 있고 환자들이 가져오는 양방병명을 바로 한의학 진단으로 변환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진료가 편해지기 때문에 이번기회에 비증의 종류와 각 비증에 사용하는 처방을 정리하고자 한다.
▲ 『동의보감』에서 본 관절질환
비증은 『동의보감』에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비증은 『잡병편 권이 풍(卷二 風)』에 다음과 같이 정의돼 있다.
▷『내경(소문, 오장생성 10)』에서는 “땀을 흘린 다음에 바람을 맞으면 혈액이 피부에서 뭉쳐 비증(痺症)이 된다”고 하였다.
▷풍사로 인해 병이 생겼다면 마땅히 한쪽 몸을 쓰지 못해야 할 것인데, 단지 팔만 쓰지 못한다면 이것은 비증이다.
▷사기가 침범하는 것은 인체의 정기가 반드시 허하기 때문이다. 사기가 머물어 떠나지 않으면 실증이 된다. (『내경, 소문 평열병론 33』)
▷허사(虛邪)가 인체에 침입하여 머물러 떠나지 않으면 비증(痺症)이 되고 위기가 잘 돌지 못하게 되면 불인(不仁)한 증상이 나타난다. (유취)
▲ 세가지 비증(三痺)
▷『내경(소문, 痺論 43)』에서 황제가 묻기를, “비증은 어떻게 생기는 것입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기백이 답하기를 “풍, 한, 습 세가지의 사기가 섞여서 인체에 침범하면 비증이 됩니다. 그 중에서 풍사가 심한 것은 행비가 되고 한사가 심한 것은 통비가 되며 습사가 심한 것은 착비가 됩니다”라고 하였다.
▷행비에는 방풍탕을 쓰고, 통비에는 복령탕을 쓰며, 착비에는 천궁복령탕, 삼비탕을 쓴다.
▲ 다섯가지 비증(五痺)
▷황제가 묻기를 “비증은 다섯 가지로도 나눌 수 있다는데, 어떤 것입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기백이 답하기를, “겨울에 생긴 비증을 ‘골비’가 되고, 봄에 생긴 것은 근비가 되며 여름에 생긴 것은 ‘맥비’가 되고 늦은 여름에 생기는 것은 ‘기비’가 되며, 가을에 생긴 것은 ‘피비’가 됩니다”라고 하였다.
▷음기(淫氣)로 인해 숨이 찬 것은 비사(痺邪)가 폐에 몰린 것이고, 음기로 인해 지나치게 근심하고 생각하는 것은 비사가 심에 몰린 것이며, 음기로 인해 자기도 모르게 오줌이 새는 것은 비사가 신에 몰린 것이고, 음기로 인해 피로하고 기운이 쇠갈된 것은 비사가 간에 몰린 것이며, 음기로 인해 살이 빠지는 것은 비사가 비(脾)에 몰린 것이다.
여러가지 비증이 오래도록 낫지 않으면 더욱 내장 깊이 들어간다. 주해에서 “음기라는 것은 기운이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겉에서 제거되지 안으면 더욱 심해져서 몸속으로 들어간다”라고 하였다.
▷오비탕, 증미오비탕, 행습유기산(『방약합편 하18』)을 쓴다.
▲비증별 치료약(출처: 『동의보감 잡병편 권이 풍卷二 風』)
▷풍비, 습비, 한비일 경우에는 부자탕을 쓰고, 냉비일 경우에는 견비탕을 쓴다.
▷골비, 근비, 맥비, 기비, 피비, 행비, 통비, 착비일 경우에는 삼비탕, 오비탕, 증미오비탕,
행습유기산, 방풍탕, 복령탕, 천궁복령탕을 쓴다.
▷열비일 경우에는 승마탕을 쓰고, 혈비일 경우에는 오물탕을 쓴다.
▷근비일 경우에는 영양각탕을 쓴다.
▷풍한비일 경우에는 오약순기산으로 기도를 소통한다.
▲ 비증: 행비, 통비, 착비, 열비, 어혈비, 허비의 정의 및 감별증상 정리
비(痺)란 폐(閉), 즉 막혀서 잘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각종 관절염과 근육과 골격에 통증을 나타내는 질환, 즉 류마토이드 관절염, 통풍, 퇴행성관절염,
폐색성혈전혈관염, 경피증, 전신성홍반성낭창, 근염 등이 비병(痺病)에 포함된다.
▷행비(行痺): 풍한습사가 인체에 침입한 가운데 이중 풍사(風邪)가 편승한 비증을 말한다. 간신음허, 비위불건, 영위불화, 주리폐설실상 등이 위양(衞陽)의 정상작동을 방해하고 이틈을 타 풍사가 피모, 근육, 경락을 따라 침입, 근맥을 폐조(閉阻)해 발생한다. 오풍, 발열, 한출, 맥부 등의 위분(衞分)에서 정사가 투쟁하는 표증이 수반된다.
▷통비(痛痺): 풍한습사가 인체에 침입한 가운데 한사가 더욱 심한 비증을 통비 또는 한비(寒痺)라고 한다. 통증이 비교적 심하고 통증부위가 일정, 따뜻한 기운을 만나면 완화되고 찬기운을 만나면 심해진다. 지체관절기육의 동통이 극렬하고 불신불리가 나타남. 기혈순환불리로 혈어가 유발하면 마목도 발생한다.
▷착비(着痺): 풍한습사가 함께 인체에 침입했지만 습사가 편승한 비증을 착비 또는 습비라고 한다. 지절동통하며서 통증 부위가 일정. 통비와 비교하면 증세는 심하지 않지만 무겁고 막힌 느낌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또한 수습지사가 피부로 침범, 근골관절에 머물게 되고 노역과다 하거나 외부의 손상이 가해지면 기체와 내부출혈로 인해 혈어의 병리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기체와 어혈이 제거되지 않으며 신혈이 생성되지 않으면 손실된 기혈이 보충되지 못해 기혈양허를 유발시킨다.
▷열비(熱痺): 열사가 침범하거나 외상 후에 지절이 발적, 발열, 동통한 것을 열비라고 하는데 원래 건강한 사람으로 양기가 왕성한 사람이 손상을 받아 악혈어적이 울체돼 열로 변화하거나 습사가 울체해 열로 변한 경우, 외감육사에 재차 감염돼 열이 되거나 음허양항으로 음양이 부조해 열사가 내생하는 경우 발생한다. 근골의 윤조, 관절의 정상적 움직임, 경락 순행을 방해하기 때문에 환부에 발적, 중통 등을 유발시킨다.
▷어혈비: 외상이나 비증이 오랫동안 낫지 않아 기혈이 응체돼 어반, 피부결절, 관절중통, 굴신불리 등 증상이 나타나는데 환부가 중창하고 피부가 암자색이며 통증이 심하고 부위가 일정하고 통증이 비교적 심한 편이다. 외부의 폭력에 의해 인체의 피부근골에 손상을 입어 기기가 불창해 국소부위에 발생해 어혈비 유발시킨다. 또한 외감육음이 침범해 경락, 근골, 기육에 있으면 기기가 불리해져 기체를 유발, 어혈을 만들 수 있다.
▲ 양방병명에 따른 비증 구분
▷골관절염(osteoarthritis), 류마티스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 연소성 류마티스 관절염(Juvenile rheumatoid arthritis), 라이터 증후군(Reiter’s syndrome – 처음에 설사를 하고 이어 요도염, 결막염 및 우수성 다발성관절염을 주증상으로 하는 원인 불명의 병), 임균성 관절염(gonococcal arthritis) → 관절 비증.
▷인산염결정 침착성 질환, 통풍, 족저근막염, 화골성 근염, 섬유근통 증후군, 근막 통증 증후군 → 기비증, 근비증.
▷경피증,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 피비증.
▷혈전성 정맥염, 베체트병 등 폐색성 혈관질환 → 맥비증.
▷골다공증, 강직성척추염, 장골치밀환골염, 골괴사 → 골비증.
조남욱 기자(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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