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이라고 하면 손을 떠는 특이 증상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여러 부위 근육의 떨림 증상을 말한다. 문제는 환자의 경련 증상이 파킨슨병 때문인지 단순 경련인지 구분이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파킨슨병 환자라면 빨리 양방의학의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파킨스병에 대해 알아본다.
▲ 양방적 정의
파킨슨병은 느린 동작(bradykinesia), 안정시 떨림(4~6Hz), 뻣뻣한 근육(rigidity), 자세반사의 소실 등이 주증상인 진행성 이상운동 질환이다. 특발성 파킨슨병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파킨 유전자(parkin gene, PARK2) 변이와 관련 있다는 주장이 있다. 뚜렷한 원인을 모를 때는 ‘특발성(idiopathic)’이라고 하는데, 파킨슨병 대부분이 특발성에 해당한다.
▲ 경과 및 예후
이 질환은 만성적이고 진행성이다. 발병 이후 진단까지 평균 3~5년이 소요되고 치료는 증상 조절이 목표다. 약물치료 시점에서 대략 5년까지는 어떤 치료를 시행해도 그 효과가 좋은 ‘허니문 기간(Honeymoon period)’이지만 이후 항파킨슨제 약물에 의한 운동합병증이 발생해 특별한 치료대안이 없는 비운동성증상(자율신경계증상, 환각 망상 등의 정신증상 등)이 나타난다. 발병 평균 15년 경과 후에는 낙상이 자주 발생하고 신체거동 불가와 인지능력 저하가 나타난다.
▲ 진단 및 평가
파킨슨병의 진단기준(Queen Square brain bank clinical diagnostic criteria)에서는 3단계가 있다.
①1단계 파킨슨양증후군(Parkinsonian syndrome) 해당 여부 진단: 느린 동작 및 근육의 뻣뻣함, 4-6 Hz의 안정 시 떨림, 특별한 원인(시각, 전정 기능, 소뇌, 고유감각 등의 이상)이 아닌 자세의 불안정성 중 최소 1개 이상을 갖고 있는 경우.
②2단계 파킨슨과 다른 질환 감별 진단: 일반적으로 반복적 두부 외상∙뇌수막염 등의 과거력이 있는 경우, 안구운동발작이 있는 경우, 증상이 완화된 채 지속되는 경우, 발병 초기에 심각한 자율신경계 증상 및 기억, 언어, 행동의 장애를 동반한 심각한 치매가 있는 경우 등.
③3단계 파킨슨병 진단 가능성 높은 인자 검토: 1 단계 증상과 함께 단측에서 증상 발생, 안정시 떨림이 있는 경우, 증상이 진행하고 있는 경우, 도파민의 전구물질인 레보도파에 매우 잘 반응하는 경우(70~100%) 등에서 증상을 3개 이상 가지고 있는 경우.
- 한의학적 이해
특발성 파킨슨병 환자의 변증은 환자의 주된 증상을 기본으로 질병의 진행과정을 고려해 치료한다. 이 병의 초기에는 떨림, 뻣뻣한 근육, 느린 동작 등 운동증상을 주소로 하는 간양상항의 변증유형이 나타난다. 질병이 진행하면서 중기엔 항파킨슨제 투여로 운동증상의 호전을 보이지만 피로, 어지러움, 위장운동저하 등 기허나 비허의 양상을 보이며, 후기엔 수면장애, 소변 장애를 호소하고 침상생활을 위주로 자발적인 활동이 어려워지며, 신허, 혈허 유형을 보인다.
17세기 초 명나라 왕긍당(1549~1613)에 의하여 1604년에 출간된 『증치준승(證治準繩)』에서 전진(顫振)이라는 항목으로 ‘떨림’을 독립적으로 다뤘는데 증상에 대해 “장년에는 드물고 중년 이후에 나타나기 시작해 노년에 가장 많은 질환”이라며 “노년에 음혈이 늘 부족해 화를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법은 풍기운을 몰아내고 기를 끄는 약을 써야 하며 절대로 열한 처방으로 따뜻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동의보감』에서는 신체 부위별로 떨림을 정리해 손의 수진(手振), 머리의 요두(搖頭), 혀의 농설(弄舌) 등의 임상표현으로 각각 분류했다.
- 한의 치료
①한약처방: 운동 항진의 억제인 평간(平肝), 혈액순환의 활혈(活血), 통락(通絡)과 활락(活絡), 떨림을 진정시키는 평전(平顫), 근육을 풀어주는 소근(疎筋) 서근(舒筋) 소화기능을 돕는 건비(健脾), 항피로의 보기(補氣), 항스트레스의 청심(淸心) 등의 관점에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한다.
특발성 파킨슨병 환자의 한약 치료에서 운동증상을 주소로 하는 간양상항 유형의 변증형에는 천마구등음(天麻鉤藤飮)을, 만성기의 신허(腎虛)유형의 변증형에는 숙지평전탕 등을 일차적으로 고려한다.
②침치료: 요배부의 근긴장을 완화시키고, 하지근육기능을 개선시킴을 목적으로 치료한다. 침 치료시 풍지(GB20), 태충(LR3), 곡지(LI11), 합곡(LI4), 족삼리(ST36), 양릉천(GB34), 천주(BL10), 백회(GV20) 등의 경혈을 사용한다.
또한 항파킨슨 제제인 마도파(Madopar)와 침 치료 병용 시 마도파단독 사용에 비해 종합파킨슨평가척도 등을 개선한다는 보고가 있다.
▲예방 및 관리
예방법은 특별히 알려진 바 없지만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linical Excellence)의 『파킨슨병 환자의 진단과 관리에 관한 진료지침』에 의하면 파킨슨병 환자는 음식물 섭취 저하로 체중 감소가 발생할 수 있고, 단백질 식이로 인해 소장에서 레보도파의 흡수가 방해 받을 수 있으므로,영양학적인 생활지도가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아직 특수한 식이나 영양학적 지도가 파킨슨병 개선 등에 유의하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다.
일반적으로 저단백질식이는 체중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으며, 다만 레보도파로 인한 운동합병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 한해 오전에 단백질의 15%를 섭취하고, 저녁에 나머지 85%를 나눠 섭취하도록 권유한다. 식사 후 30-45분이 경과하고 어느 정도 위가 비워진 이후에 레보도파 제제를 복용하거나 공복에 복용하는 것을 권해야 한다. 신경보호 목적으로 비타민E나 코엔자임Q10, 마오B억제제 등은 권하지 않는다.
조남욱 기자(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