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가 발달하면서 과거엔 없었던 질환들도 점점 나타나기도 한다. 테니스나 골프 같은 운동이 유행할 땐 해당 운동명을 따 테니스 엘보 같은 팔꿈치 통증이 생겨났고 최근 들어 오랜 가사노동을 해온 주부들이나 컴퓨터,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 등을 중심으로 극심한 손목통증을 호소하는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들도 늘고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증후군)은 손목터널(손목 앞쪽 피부 밑에 뼈와 인대에 의해 형성된 통로)이 여러 자극으로 인해 좁아 지거나 압력이 증가되어 정중신경을 압박해 손바닥과 손가락에 이상감을 느끼게 되는 질환이다.
이렇게 손목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은 한의학적으로 어떻게 치료하면 좋을까? 이번 호에서는 손목터널증후군의 양방적 정의 외에도 한방적 정의와 이해, 증상, 진단 및 각종 치료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봤다.
▲ 정의
손목터널증후군은 수근관 증후군과 동의어로 손목터널을 덮고 있는 가로손목인대(transverse carpal ligament)가 두꺼워져 발생하는 손목 부위의 정중신경 포착 신경병증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약 5배 정도 많이 발병하고 발병 빈도는 40~74세에서 높은 중장년형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증상은 정중신경 분포 부위를 따라 나타나는 통증과 감각이상 및 저림증이며 특히 야간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이 치료되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 무지구의 근육, 특히 단무지외전근(abductor pollicis brevis)이 위축되거나 근력 약화가 생길 수도 있다.
주로 반복적인 가사노동이나 컴퓨타 및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사용하는 등 손목에 무리가 가는 행동을 많이 했을 때, 손목 부위의 골절이나 탈구로 수근관이 좁아져 신경이 눌리는 경우, 감염이나 류머티스 관절염, 통풍 등 활액막염을 초래하는 질환의 합병증 등으로 발생하고 임신, 비만, 노인, 당뇨병 환자의 경우 더 흔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 병인 및 병리
손목 관절 부위에 있는 수근골의 모양은 홈이 파진 형태(凹)로 이 홈이 파진면 상단으로 가로손목인대가 지나간다. 가로손목인대와 수근골 사이 공간을 수근관이라고 한다. 이 수근관에는 요측수근굴근건, 장모지굴근건, 천지굴근건 등을 포함한 9개의 굴근건과 정중신경이 지나간다.
다양한 원인으로 수근관 내부의 크기가 감소되거나 수근관 내용물의 부피가 증가하여 수근관 내
조직압이 증가되어 정중신경을 압박하게 되면 손목터널증후군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조직압의 증가는 정중신경으로 공급되는 혈류를 감소시켜 신경섬유의 허혈을 유발하고 만성화되면 신경섬유의 변성까지 초래할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과도한 손목사용이나 외상이 주된 원인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동작은 설거지, 운전, 걸레질, 뜨개질, 타이핑, 페인팅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임신, 비만, 혈액투석 환자, 류마토이드 관절염 등의 전신적인 문제도 손목터널증후군을 야기할 수 있다.
▲ 한의학적 관점
손목터널증후군은 한의학적으로 비증완통, 비증완비 등 범주로 본다.
손목 부위의 외상, 풍한습열침습, 기혈불화, 노손 등으로 마목, 동통 등 증상이 나타난다. 경락으로는 수삼음경, 수태음폐경, 수소음심경, 수궐음심포경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진단 및 평가
▷주요 증상: 손이 무감각하고 손을 꽉 쥐려고 하면 때때로 타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거나 물건을 세게 잡지 못해 떨어뜨리곤 하다가 증세가 심해지면 손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갑자기 손목에 힘이 빠지면서 병뚜껑을 따거나 열쇠를 돌리기가 힘들고 바느질처럼 정교한 동작을 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를 각 증상별로 세분화하면 다음과 같다.
① 통증과 감각 이상: 손목터널증후군의 증상은 정중신경이 지배하는 영역에서 감각이상 또는 저하, 밤에 심해지는 통증을 호소하며, 손을 흔들거나 주무르면 증상이 소실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모든 수지에 감각 이상 또는 저하, 밤에 심해지는 통증을 호소할 수도 있으며 팔꿈치와 어깨까지 뻗치는 통증을 호소할 수도 있다.
② 근력 저하: 손목터널증후군이 만성으로 이환되는 경우 정중신경 주행 부위의 손가락, 특히 엄지의 근력 약화를 호소하며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단추를 잠글 때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③ 이학적 검사: 팔렌(Phalen) 검사, 덜칸(Durkan) 정중신경 압박 검사 등을 할 수 있다. 팔렌검사는 양손의 손등을 마주한 상태에서 손목을 90도 정도로 꺽은뒤 1분정도 자세를 유지한다. 이후 손목이 저리는 증상이 있으며 양성으로 판단한다. 덜칸검사는 정중신경부위를 손가락으로 30초 정도 강하게 누른뒤 손에 이상증상 여부를 보며 이상증상이 있으명 양성으로 판단하며 티넬검사는 정중신경을 가볍게 손가락 등으로 두들겼을 때 손가락에 이상증상이 있으면 양성으로 진단하는 방법이다.
▲ 감별진단
피부와 연부조직에 문제가 없는지, 근육의 위축은 없는지를 확인하고 상지의 근력과 수부의 악력 및 집게력을 측정한다. 6번째 경추의 신경근증이 수근관 증후군의 증상과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경추부 병변과의 감별을 위하여 경추압박검사(Spurling 검사) 등으로 흉곽출구증후군과 손목터널증후군을 감별해야 한다.
다음의 특징이 있는 경우, 손목터널증후군이 아닌 다른 증상으로 감별진단해야 한다.
①경추 6번 신경근병증: 목 통증을 동반하며, 엄지와 둘째 손가락에만 감각 장애가 있는 것이 감별점.
②당뇨성 신경병증: 당뇨병력이 감별점.
③자신경병증: 첫째 손등뼈 사이근의 약화, 넷째, 다섯째 손가락 감각장애가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④손가락 및 손목의 관절염: 통증과 저림감이 있으나, 감각저하는 주요 증상이 아니며, 영상검사상 관절 변형이 관찰된다.
⑤흉곽출구증후군: 경추부 통증과 손 저림이 동반되나, 특정 신경근 압박 및 특정 말초신경 포착처럼 손 저림 영역이 명확하지 않다.
▲ 한의학적 변증 감별
▷실증
①한습: 통증의 양상은 시리고 아프며, 차가운 곳에 있으면 통증이 심해지고, 따뜻하게 하면 통증이 줄어든다. 간혹 붓는 경우가 있고, 혹은 마비감이 발생하기도 하며, 혹은 무력감이 발생하거나 또는 구축감이 발생하기도 한다. 혀는 청자색이며, 맥 현긴.
②담탁: 체형이 비만한 사람에게 많이 발생하고, 손의 증상 외에도 가습이 답답한 증상이 있는 경우가 있으며 가래가 섞인 침을 뱉고, 설태는 백니하고 맥 현활.
③습열: 통증 부위에 작열감이 있으며, 차갑게 하면 통증이 가라앉고, 때로 몸에서 열과 땀이 난다. 혀는 붉고 설태는 황니하며 맥 활삭.
④담체: 손가락에 마비감이 있으면서 찌르는 듯이 아프고, 감각 이상이 있으면서 아픈 자리가 고정되어 있으며, 잠자기 어렵다. 혀는 붉고 설태는 박백 하며 맥 현활.
△허증
①기음양허: 은통, 마비감 또는 구축감이 있다. 정신이 피곤하고 힘이 없으며, 몸이 마르고 얼굴이 부으며, 입술과 손톱 색이 담백하게 된다. 혀는 엷거나 붉은색이고, 설태는 얇거나 적다. 맥
침세.
②간신휴허: 손목터널증후군의 증상과 함께 무릎이 시리고 아프며, 쉽게 피로하다. 이명이 동반하며 눈이 껄끄러울 수 있다. 꿈을 많이 꾸지만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입마른 증상이 생긴다. 혀는 붉은색이면서 설태는 적다. 맥 세삭.
▲ 치료
한의학적으로 손목터널증후군은 비증에 해당되며, 원인은 풍한습열사가 경락으로 침범하거나 근골, 관절에 응체돼 발생한다. 증상은 마목, 부종, 동통, 종창, 굴신불리 등이다. 치료시 증상에 대한 한의학적 변증시치를 적용하여 기본진찰 및 다양한 진단검사를 통해 각각의 질병에 따른 치료원칙을 세운다.
△침(鍼) 치료
▷정경침(正經鍼): 기본혈-대릉, 극문, 내관, 노궁, 청령, 신문, 소부, 태연, 곡지.
배혈: ①무지동통마목: 가(加) 경거, 소상등. ②식지동통마목: 가 양계, 합곡 등. ③중지동통마목: 가 외관 등. ④수배홍종동통: 가 중저, 액문, 외노궁(EX-UE8) 등. ⑤어제방위축동통: 가 어제 등.
▷사암침: ①행비: 담승격. ② 착비: 비승격. ③ 통비: 대장승격. ④ 골비: 방광정격. ⑤ 근비: 간정격. ⑥ 맥비: 소장정격. ⑦ 기비: 위승격. ⑧ 피비: 폐정격.
△한약 치료
손목터널증후군에 대한 한약은 기본적으로 기체(氣滯), 어혈(瘀血)을 제거하는 처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외에 황기계지오물탕, 익기활혈탕, 신통축어탕, 어혈방, 온비방 등의 처방 등으로 기혈의 운행을 원활히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사용된 처방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료=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손목터널증후군, 한국한의학진흥원)
조남욱 기자(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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