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한방병원 한방피부과 김규석 교수, 경희대 한의과대학 박히준 교수 및 경상국립대 권순경 교수 공동연구팀이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장내 미생물군(마이크로바이옴)이 침 치료 반응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 43명을 실제 침 치료군(29명)과 모의침군(14명)으로 무작위 배정해 4주간 총 8회 치료를 시행했다.
실제 침 치료에는 내관(PC6), 곡지(LI11), 족삼리(ST36)를 양측에, 족임읍(GB41), 내정(ST43), 삼간(LI3)을 편측에 적용했으며, 5~30mm 깊이로 자입해 15분간 유침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곡지는 만성 피부 병변과 아토피 관련 염증·가려움 완화, 족삼리는 항염 작용, 내관은 가려움 완화와 자율신경계 조절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
이후 실제 침 치료를 받은 29명 가운데 증상이 뚜렷하게 호전된 15명을 반응군, 나머지 14명을 비반응군으로 나눠 치료 전후 장내 미생물군을 비교·분석했다.
분석 결과, 침 치료 효과가 좋았던 반응군은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높고 치료 기간에도 미생물 생태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특징을 보였다. 또한 항염 작용과 관련된 특정 미생물도 상대적으로 풍부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과 침 치료 효과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실험도 진행했다. 반응군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받은 아토피 피부염 모델 쥐에서는 침 치료 후 피부 병변과 표피 두께가 줄고 염증 반응이 뚜렷하게 감소했다. 반면 비반응군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받은 쥐에서는 이 같은 침 치료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같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라도 장내 미생물의 상태에 따라 침 치료에 대한 반응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장내 미생물이 침 치료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일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침 치료 연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상적으로도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피부 증상뿐 아니라 소화기 증상이나 전반적인 장 건강 상태를 함께 살펴보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특정 장내 미생물을 검사해 침 치료 효과를 예측하거나 이를 기준으로 치료법을 결정할 수준은 아니며, 향후 보다 큰 규모의 임상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김규석 교수는 “장내 미생물이 장과 뇌, 피부가 긴밀히 소통하는 ‘장-뇌-피부 축’을 통해 침 자극에 대한 신체 반응을 돕고 치료 효과를 뒷받침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 상태로 효과를 미리 예측하고 환자별 맞춤 침 치료 모델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글로벌 기초연구실 ‘신경 네트워크 기반 침 처방 구성 원리 규명 연구실’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논문 ‘Gut microbiota contributes to the therapeutic effect of acupuncture in atopic dermatitis’는 미국미생물학회(ASM)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Microbiology Spectrum’에 게재됐다.
한편 연구팀은 이에 앞서 경증 및 중등도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대상으로 침 치료의 유효성을 평가한 연구 결과를 피부면역학 분야 국제학술지 ‘Clinical & Experimental Allergy’에 발표한 바 있다. (자료=경희대 한방병원)
진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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