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은 최근 유년기에 걸리는 마마와 관련한 전문 의료서적으로 마마 원인과 예방법, 해독법 따위를 명료하게 설명한 희귀한 의료서적 보적신방(保赤神方)을 발굴했다고 최근 밝혔다.
천연두, 두창 등으로도 불리는 마마는 발열, 수포, 농포를 수반한 급성 질환으로 조선 시대에 사망률이 매우 높던 악성 전염병이다.
마마가 창궐한 뒤에는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 공포 대상이었다.
책 이름 보적(保赤)은 중국 유학경전 서경(書經)에 ‘갓난아이를 보호하듯’이란 구절을 인용해 제목으로 삼았다.
자기 자식을 키울 때 정성을 다하듯 의술을 베풀 때도 마음을 다 기울여야 한다는 존애(存愛) 뜻이 담겼다.
신방(神方)은 신비한 처방 또는 신기한 방법이란 뜻으로 의료 서적 제목에 자주 쓰인다.
책 크기는 가로 7cm×세로 19cm이고 60쪽 분량 앞뒤 양면에 붓으로 단정하게 필사했다.
체재는 서문과 권1, 권2, 필사 기록 순으로 구성했다.
장정(책 겉장, 면지, 도안, 색채, 싸개 따위 겉모양 꾸민 것)은 한지를 이어붙여 똑같은 크기로 접고 좌우 면에 표지를 붙인 이른바 절첩장(折帖裝)형식이다.
보적신방 첫머리에는 1806년에 퇴계학파 관료학자 권방(1740∼1808)이 지은 서문이 붙어 있다.
권방은 서문에서 “갓난아이를 돌보듯 하면 병은 자연히 치료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마마 치료도 의원 성심성력에 달려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보적신방 저자는 변광원으로 본관은 밀양, 자는 여정, 호는 요산이다.
아버지 변중관은 전의감정, 변광원도 전의감 직장을 지냈다.
가학을 계승한 변광원은 한의학 이론에 정통해 자기 호를 딴 요산신방(樂山神方)을 지어 만병을 치료하는 바탕으로 삼았다.
마마 치료와 관련한 중국과 조선 학자들 제설(諸說)을 집성하고 자기 견해를 덧붙여 보적신방을 편찬했다.
그는 이 책에서 당대에 이미 일가를 이룬 명의로서 의원이 지녀야 할 최고 덕목인 존애 정신에 기초해 마마에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했다.
마마에 걸리더라도 부족한 정기를 보충하고 질병 기운을 감소하면 몸이 조화를 이뤄 병이 스스로 물러난다고 생각했다.
그는 병 예방을 중시하고 증상에 따라 적합한 여러 가지 치료법을 마련했다.
내용을 보면 권1은 두진 근원, 예방법, 증세, 전염, 약물치료 등을 서술하고 방제 여러 효능, 약물이 작용하는 원리, 구성 약물 성분을 언급했다.
또한 발병 전에 예방을 중시하며 마마 색깔, 금기사항, 식이요법, 약물 복용 때 준수할 사항 등도 넣었다.
권2는 마마 여러 가지 증세를 합리적으로 다양하게 논술한다.
발열, 발진, 수포, 해수, 중풍, 불면증, 구토 등 원인과 증상, 그리고 약방, 음식 등 치료와 관련해 간략하나 명료하게 제시했다.
책 뒷부분에는 안기역 관아에서 1806년 음력 12월에 쓰기 시작해 이듬해 음력 1월에 끝마쳤다는 사기(寫記)를 기록했다.
국학진흥원은 보적신방 가치를 우선 마마 치료에 이론적 연구와 일상에 직접 활용한 처방이 조화를 이루며 합리적으로 제시한 점을 든다.
또 생명을 중시하는 활인(活人) 정신과 사물을 구제하려는 존애 인식이 책 곳곳에 묻어나고 권방의 서문 자체가 한의학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국학진흥원 관계자는 “마마에 시달리며 죽어가는 민초들 비참한 삶을 본 변광원은 활인과 존애 정신으로 치료법을 보적신방에 담았다”며 “병이 들기 전에 예방할 것을 강조하며 심신 조화를 치료에 기본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최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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