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장애, 정확한 한의학적 진단 및 진료, 리포팅 방법
신음허형(腎陰虛型)∙간신음허형(肝腎陰虛型)∙간울형(肝鬱型) 등 유형 다양
2022년 새해부터 효력을 발생하는 ICD-11의 경우, 해당 증상에 대한 양방코드 및 한의코드를 동시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 증상에 대한 한의학적 진단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한의원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여성 갱년기 질환에 대한 내용을 2021년 발표된 ‘갱년기장애 및 폐경기 증후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통해 알아본다.
▲ 갱년기 장애 및 폐경기 증후군의 정의
한국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은 49.7세이며, 폐경 연령은 유전적으로 결정되지만 인종, 사회경제적 요인, 초경 연령, 과거 배란 횟수와는 무관하다고 한다. 흡연 여성과 자궁을 절제한 경우에는 폐경이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 여성은 백인 여성들보다 혈관운동증상 (안면홍조, 상기감, 수족냉증, 숨참, 심계항진)이 더 자주 관찰됐으며 백인 여성들은 히스패닉, 중국, 일본 여성에 비해 혈관운동증상이 더 자주 나타났다.
아시아에서 수행된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아시아 여성들은 신체통이나 관절통증을 더 많이 나타났다.
여성의 노화과정에 따라 난소기능의 감퇴가 진행되면서 월경주기가 사라지고 결국 배란이 끝나고 월경이 종료된다. 임상적으로는 마지막 월경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을 폐경이라 하며, 이러한 폐경 전후의 광범위한 기간을 갱년기라 한다.
따라서 갱년기장애 및 폐경기후증후군은 갱년기와 폐경 후에 발생하는 다양한 심신장애를 의미한다. 갱년기에 일어나는 급격한 여성호르몬 감소는 안면홍조, 불안, 우울감, 요실금 등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증상을 나타내며, 폐경 후에는 호르몬 결핍에 따른 고지혈증, 동맥경화,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등 만성질환의 위험성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 증상
갱년기장애 및 폐경기후증후군은 폐경 경과에 따른 난소 기능의 감퇴에 따라 폐경전후인 주폐경기 (Perimenopausal)에 나타나는 초기 증상 (급성 증상), 폐경 후에 나타나는 중기 증상 (아급성 증상), 폐경 후 시간이 경과하고 발생하는 후기증상 및 장애 (만성 증상) 등으로 구분한다.
초기 증상은 혈관운동증상 (안면홍조, 상기감, 수족냉증, 숨참, 심계항진), 근골격계 증상 (요통, 어깨결림, 관절통), 정신 및 신경 증상 (안절부절못함, 불안감, 불면, 무력감) 등이 있다.
중기 증상은 초기 증상의 지속과 더불어 나타날 수 있으며, 피부ㆍ지각 증상 (피부 건조감, 벌레가 기는 듯한 느낌, 손발 저림), 질 위축 증상 (질 건조감, 성교통, 성욕저하), 방광ㆍ요도 위축 증상 (빈뇨, 요실금) 등이다.
후기 증상 및 장애가 현저해지는 폐경 후에도 초기와 중기에 현저한 증상들이 잔존하거나 더 심해질 수 있다. 폐경 후 시간이 경과할수록 심혈관계 질환과 골다공증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임상적 중요성도 더 현저해진다. 후기 증상 및 장애에는 고지혈증 및 체지방증가, 골다공증 및 그와 관련된 증상 (요통, 배통, 신장 감소, 골절 경향), 심혈관질환의 위험성 증대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 증상의 한의학적 이해
한의학에 서는 서양의학에서의 갱년기장애 및 폐경기후증후군과 같이 하나의 증후군으로 관찰된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제반 증상과 관련한 내용으로는 ‘천계과기부지방론(天癸過期不止方論)’, ‘연노경수복행(年老經水復行), 연노경단복래(年老經斷復來)’, ‘붕루(崩漏), 노년혈붕(年老血崩)’, ‘장조(臟躁)’, ‘백합병(百合病)’ 등이 있다. 또한 갱년기장애 및 폐경기후증후군의 구체적 증상과 관련하여 안면홍조의 경우 ‘면열(面熱)’에서, 질 위축은 ‘대하(帶下)’, ‘음통(陰痛)’, ‘음양(陰癢)’의 병증에서, 빈뇨 및 요실금은 ‘소변삭(小便數)’, ‘소변빈삭(小便頻數)’, ‘소변불금(小便不禁)’, ‘소변리다(小便利多)’, ‘소변자리(小便自利)’ 등의 병증명이 현대의 갱년기 장애를 표현한 것이라 이해하면 된다.
▲ 진단
갱년기 장애 및 폐경기증후군의 안면홍조, 폐경과 관련한 증상의 진단시 주의할 점은 환자의 증상 개선을 위해 반드시 변증후 진단을 해야한다. 하지만 허증과 실증이 복합돼 나타날 수 있고 두 개이상의 변증이 복합돼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단 및 변증에 임해야 한다.
주로 갱년기 및 폐경기증후군에서 나타날 수 있는 진단은 신음허형(腎陰虛型), 간신음허형(肝腎陰虛型), 간울형(肝鬱型), 신양허형(腎陽虛型), 신음양양허형(腎陰陽兩虛型), 심신불교형(心腎不交型), 심비양허형(心脾兩虛型) 등이다. 병위는 신, 간, 심, 비의 병위를 위주로 진단한다.
병성(病性)은 음허(陰虛), 기체(氣滯), 혈허(血虛)의 병성을 위주로 진단한다.
갱년기장애 및 폐경기후증후군 환자의 진단 과정은 우선 연령과 혈관운동증상과 월경 불규칙 등 관련증상 파악을 통해 폐경전조증 발현을 확인하거나 12개월 이상의 무월경 상태를 확인함으로써 주폐경기 혹은 폐경임을 판단한다. 이후 관련 증상의 유형과 정도를 판단하고 갱년기 장애 및 폐경기후증후군을 진단하도록 한다.
신허를 기본으로 하여 신음허(腎陰虛), 신양허(腎陽虛), 신음양양허(腎陰陽兩虛) 등의 충임맥(衝任脈)의 쇠약과 천계(天癸)의 고갈에 동반되는 기본적 변증 유형과 함께 심신불교(心腎不交), 간울(肝鬱), 심비양허(心脾兩虛) 등의 병기 분석을 통한 변증 유형의 파악을 우선적으로 진행한다.
한의 기기진단의 경우, 상열(上熱)이나 상열과 그와 동반된 하한(下寒)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체열진단, 경락기능과 자율신경 기능을 평가하기 위한 수양명경락기능검사기, 맥진기, 양도락검사기, 체성분검사기 등을 사용한다.
▲ 치료 및 치료목표
갱년기장애 및 갱년기증후군의 한의치료는 폐경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을 안전하고 부작용 없는 치료를 통해 완화시키고, 폐경 후의 만성적인 문제들인 심혈관질환 및 골다공증 등을 예방할 수 있도록 섭생을 지도하며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안면홍조를 중심으로 한 급성 증상에는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 가미귀비탕(加味歸脾湯), 당귀작약산(當歸芍藥散), 계지복령환(桂枝茯苓丸) 등의 한약치료와 침 치료가 유효하다.
안면홍조의 경우, 면열(面熱)의 치료 처방인 승마황련탕(升麻黃連湯)이 ‘동의보감’과 ‘방약합편’에 수록돼 있다. 배뇨장애와 질 위축이 나타나는 아급성기에는 좌귀음(左歸飮), 우귀음(右歸飮), 이선탕(二仙湯), 공제환(鞏提丸), 대조환(大造丸) 등의 보신효능의 약물 등을 사용할 수 있다.
▲ 예후
갱년기장애 및 폐경기후증후군의 주요 증상인 안면홍조 등 혈관운동증상은 수개월 내에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수년간 지속되기도 하여 예후에 대한 개인차가 크다.
인종적 차이에 따라 폐경기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여성은 6개월에서 2년 동안 증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하였으나, 1/3 이상의 여성에서는 5년 이상 안면홍조가 지속되기 때문에 지속 기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학술적인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질 건조 혹은 위축은 오랫동안 지속되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 나빠진다. 폐경 전 여성에 비해 질 건조 증상이 있는 폐경 후 여성들은 질로의 혈액 순환이 감소되어 있고, 질 분비물이 감소하며, 콜라겐의 유리질화, 엘라스틴의 파편화, 질 결합조직의 증식을 가지고 있다.
폐경 전에 산성이던 질 분비물은 점차 중성이 되어 요로감염과 관련된 미생물의 증식이 쉽게 한다. 배뇨장애 역시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 나빠진다.
조남욱 기자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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