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의 정신적 충격, 정상적인 반응임을 먼저 알려줘야
한의사가 알아둬야 할 ‘재난트라우마’와 각 단계별 환자의 반응
최근 2~3년 동안 많은 이들이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쳐온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다. 또한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진이나 토네이도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등 여러 원인으로 불안이나 강박,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특히 큰 사고나 충격을 겪고 재난 트라우마를 겪거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또는 자살과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주요우울증(Major Depression) 증상을 보이는 환자라면 이를 확실 진단하고 처치 혹은 전문의에게 진료의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심리적인 문제는 신체적인 외상과는 달리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지 않으면 눈에 확연하게 증상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호부터 계속해서 한국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최근 작성된 ‘재난 트라우마의 한의사 진료 매뉴얼’을 개요, 진료 프로토콜, 치료법, 관련 자료 중 클리닉에 준비해 두면 도움이 될 만한 자료 순으로 알아본다.
▲ 재난 트라우마란?
각종 재난 경험 후 발생한 생존자의 심리, 신체 및 행동적 스트레스 반응을 말한다. 한의사가 진료에 개입할 수 있는 적용 대상은 재난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는 생존자(1차 피해자) 및 재난 생존자의 가족, 친척 및 가까운 지인 등이다. 또한 재난 현장에서 활동한 재난업무종사자 및 지원인력(소방관, 경찰관, 구조 대원,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심리지원요원, 성직자, 공무원 등), 재난 발생 지역사회 주민, 대중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재난 충격을 경험한 시민 등 2차적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 재난 시 생존자의 반응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나 트라우마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 대부분 생리적·인지적·정서적·행동적 영역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타난다. 재난 후 반응은 즉시 나타나거나 얼마 동안 시간이 지난 후 나타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생존자들은 이런 반응이 재난 충격에 따른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환자들에게 재난 경험 후 어떤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급성 스트레스 반응은 재난의 심각성, 개인별 특성(성, 연령, 기존의 정신과적 병력, 과거 트라우마 경험 등) 및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재난 생존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반응은 급성스트레스 반응, 재난 후 반응, 재난 후 시기별 반응으로 각각 구분한다.
▲재난 생존자의 영역별 증상
진료 중 환자에게 다음과 같은 증상이 관찰된다면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발병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정신과 전문의에게 반드시 진료를 의뢰해야 한다.
∙정서적 반응 없음.
∙멍하거나 넋이 나간 듯 주변 인식에 어려움을 겪음.
∙현실 세계가 실제같이 느껴지지 않음.
∙자신의 몸과 정신이 분리된 것 같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혼란.
∙중요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함.
▲ 재난 후 단계별 반응
재난 후 시기에 따라 급성기(사고 후 3~7일), 아급성기(1~3개월 이내), 만성기(3개월 이상)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고 후 0~48시간: 충격기
사건 직후 단계로 투쟁/도피 반응이 일어나 얼어붙거나 자포자기하는 행동을 보인다. 교감신경계 항진 증상이 나타난다.
사건 직후 생존자들은 일종의 쇼크 상태로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현실인지 믿지 못하고 영화나 다른 사람의 일처럼 멍하니 바라본다. 행동이 경직되고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 불신감, 불감증, 두려움, 혼란을 포함한 감정들이 강하게 나타난다.
▷급성기
보통 구출기(영웅기. 사고 후 3~7일 이내), 밀월기(3~7일 이내), 환멸기(7일~수년 이내) 등으로 세분한다.
영웅기에서는 구출 단계에서 사람들은 충격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을 돕고 구조활동에 참여한다. 구조 대원, 가족, 그리고 이웃들 사이에서 서로 협조하고 영웅적 행위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밀월기중에는 재난 지역과 생존자들에게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대중매체가 구출담이나 재난 경험을 보도함으로써 마치 자신이 세상 중심에 서 있는 것 같이 느낀다.
생존자들은 에너지가 넘치고 생리적으로 각성되어 신체적 활동을 활발히 한다. 그러나 인지 기능은 떨어져 집중하기 어렵고 이해력과 문제 해결력이 떨어지며 우선순위를 잘 정하지 못해 효율성은 전반적으로 낮다.
환멸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재난 현장에 쏟아졌던 관심을 줄어들고, 생존자들은 기대했던 보상이나 필요한 지원을 받는 데 많은 규정과 제한을 경험하며, 피해 복구가 지연되는 것에 실망과 환멸을 느낀다.
환멸기는 재난 직후 7~8일 후 시작되어 7~8주, 때로 수년 동안 계속될 수 있다. 쉽게 짜증을 내고 혼자 있고 싶어하며 우울해한다. 살아난 것에 대해 갑자기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사고 후 1~4주: 회복기
불편한 증상들과 부인(denial)이 번갈아 나타난다. 교감신경계 항진(과잉 놀람 반응, 신경과민, 불면, 악몽
등) 및 예상하지 못한 감정과 생각들이 나타난다. 적응이 끝날 무렵 재난 충격에 대해 흔히 부인하며 피로, 현기증, 두통, 구토 등 신체 증상이 나타나 병원 방문도 잦아진다. 분노, 과민, 무관심, 사회적 위축도 흔히 나타난다.
구출 단계의 스트레스 반응이 지속되지만 반응 강도는 점차 약해져서 괴로워하던 감정과 생각을 추스르기 시작한다. 일상생활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살아나며 미래를 계획하기 시작한다.
▷사고 후 2주~2년: 재통합기
개인에 따라 재통합에 걸리는 시간은 달라진다. 스트레스 반응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으며 재난 사건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에 통합한다. 이 과정은 개인의 대처 역량과 사회적 지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 단계에서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전문적인 치료에 의뢰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조남욱 기자(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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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스트레스 반응>
영역 |
증상 |
신체적 변화 |
심박수가 빨라지며, 혈압이 올라가고, 숨이 가빠지며, 땀을 흘린다. 입술 떨림, 위통, 식욕저하 혹은 식욕항진, 소화불량, 구역, 오한, 불면증 또는 악몽, 수면과다증 및 전신피로, 눈의 피로, 두통, 상복부 통증 및 다른 부위 통증 등을 호소한다. |
정서적 변화 |
괴롭고, 끔찍하고, 마음이 상하고, 억울하며, 화나고, 죄책감, 불행감, 안절부절못함, 두려움 같은 압도적인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자신이 미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소아에서는 과도한 매달림, 공포, 짜증, 자다가 땀을 흘림, 엄지손가락을 빠는 퇴행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
인지적 변화 |
시야가 좁아지고 생각이 경직된다. 멍하고 혼란스러워 집중하기 어렵다. 모든 것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한 무감각상태(해리)가 될 수 있다. 의사소통하기 어렵고 심하면 사람·시간·장소에 대한 지남력이 손상될 수 있다. 사건 관련된 이미지 등이 떠오르고 플래시백을 경험할 수 있다. 세상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사람도 많다. 나처럼 힘든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
행동적 변화 |
행동이 경직되어 화를 잘 내고 비난할 책임자나 희생양을 찾는다. 의사소통이 어렵고 무력하고 안절부절못한다. 사건 관련된 장소나 사람들을 피하려는 회피 반응이 자주 일어나 사회적 고립 상태가 될 수 있다.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알코올, 담배, 마약 및 항불안제, 진통제 등 약물을 과다 복용할 수 있다. |
영적 변화 |
재난 사건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원망하며 희망을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
<재난 발생 시 고위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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