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재난 트라우마의 증상 진단 및 진단에 사용하는 검사지 등에 대해 알아본다. 증상에 대한 한의학적 진료 방법은 다음달로 이어진다. <편집자주>
▲ 재난 후 정신장애
세계정신건강조사(The World Mental Health)에 따르면 재난 상황에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유병률은 고위험군에서 44.5%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 직후 급성 스트레스 장애는 더 흔히 나타나는데,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로 지속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치료(심리치료,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트라우마와 연관되는 장애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외에도 주요우울장애, 물질사용장애, 범불안장애, 적응장애, 신체화, 그리고 두부 손상, 독성물질, 질환, 탈수에 의한 이차적 기질성 정신장애가 있다. 가족 사망으로 인한 복합 애도, 재난회복과 관련된 보상 문제, 실직 같은 스트레스 요인은 이와 같은 정신장애의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문진 시 관련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재난 후 정신장애와 심리·신체·행동적 증상>
정신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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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신체적 증상 및 행동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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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과 애도반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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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발생시 고 위험군은 재난을 직접 목격하거나, 재난으로 신체에 부상을 입은 경우, 초기 재난현장에 투입된 적이 있는 구조요원, 재난으로 인해 가족과 사별한 사람, 소아 등이다. 또한 성별, 연령, 과거력 별로 트라우마의 민감도가 달라진다. 여성이 남성보다, 노인일수록 재난으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에 더욱 민감하다. 이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병력이 있는 사람, 과거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 정신장애 및 심각한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사회적 지지를 많이 받지 못하는 인구 역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입을 위험도가 높다.
▲ 병력청취 및 문진
다음은 재난현장에서 문진 시 주의할 사항을 정리한 것이다.
- 천천히 말한다. 단순하고도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한다.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 생존자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어떤 처지에 있는지 섣부른 가정을 하지 않는다.
- 섣불리 질병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대부분 급성 반응은 이해할 만한 정상 반응이다.
- 생존자의 무력감, 약점, 실수, 결함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 트라우마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듣는 것은 목표가 아니며 억지로 트라우마 상황을 떠올리게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 정확한 정보만 제공하며 모르는 경우에는 추론하지 말고,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한다.
- 재난 후 회복을 위해 재난생존자가 안전하고, 삶을 예측할 수 있으며,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 신체적, 정신적 안전 확보를 위해 지금은 안전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 전반적인 진료 과정을 설명하여 예측 가능한 대로 시행할 것임을 인지시킨다.
– 재난생존자들의 선택에 따라 진료과정이 이루어짐을 주지시킨다.
▲ 문진 시 확인할 내용
먼저, 진료에 대해 생존자의 동의를 얻은 후 진료를 시행한다. ①인구학적 조사, ②트라우마 선별검사, ③기초 문진, ④상세 문진, ⑤위험요인 문진, ⑥한의학적 진찰, ⑦주소증별 유형 구분의 순으로 기본 문진 및 트라우마 평가를 시행한다. 단, 담당 한의사는 급박한 현장 상황을 고려하여 지나치게 자세한 문진은 주의한다.
▲ 재난 트라우마 평가설문
재난 트라우마를 평가하는 평가지는 한글 사용 기준으로 외상후 스트레스증상을 평가하는 PC-PTSD, 우울감을 평가하는 PHQ-9, 불안감을 평가하는 GAD-7, 신체증상, PHQ-15, 자살위험성을 평가하는 P4 등을 각각 사용해 정상, 경도~중증, 고도 등의 재난 트라우마 정도를 파악한다.
△ 한국어판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선별검사(The Korean Version of the Primary Care PTSD Screen for DSM-5, K-PC-PTSD-5): 때로는 평소와 달리 매우 두렵거나 끔찍하거나 충격적인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심각한 사고 또는 화재, 신체폭력 또는 성폭력, 신체학대 또는 성 학대, 지진 또는 홍수, 전쟁, 다른 누군가가 죽거나 심각하게 다치는 장면을 목격함, 사랑했던 사람이 살인이나 자살에 의해 사망한 경우 등이다.
<재난 트라우마 평가설문>
*지금까지 한번이라도 이런 종류의 사건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 |
□ 예 □ 아니요 |
*살면서 두려웠던 경험, 끔찍했던 경험, 힘들었던 경험, 그 어떤 것이라도 있다면, 그것 때문에 지난 1달 동안 다음을 경험하신 적이 있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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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경험에 관한 악몽을 꾸거나, 생각조차 하기 싫은데도 그 사건이 떠오른 적이 있었다. |
0) 아니오 1) 예 |
2. 그 경험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거나, 그 경험이 생각날 만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했다. |
0) 아니오 1)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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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계속 경계하거나, 긴장을 풀지 못하거나, 쉽게 놀라는 경우가 있었다. |
0) 아니오 1)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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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른 사람, 일상 활동, 또는 주변에 대해 별다른 느낌이 없거나 혼자 동떨어진 느낌을 가진적이 있었다. |
0) 아니오 1)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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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 사건이나 그 사건으로 인해 생긴 문제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을 멈출 수가 없었다. |
0) 아니오 1)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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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트라우마 평가
척도 |
정상 |
경도~중증도 |
고도 |
외상후스트레스 증상 (PC-PTSD) |
0~1점 |
2점 |
≥3점 |
우울 (PHQ-9) |
1~4점 |
5~9점 |
≥10점 |
불안 (GAD-7) |
1~4점 |
5~14점 |
≥15점 |
신체증상 (PHQ-15) |
0~4점 |
5~14점 |
≥15점 |
자살 (P4) |
자살 과거력과 자살계획 없음 |
자살 과거력 또는 자살계획 있음 |
자살 가능성 있고 보호요인 없음 |
위에서 설명한 설문지를 사용해 증상의 심각도를 파악하고, 선별 요인 중 위험요인 항목(정신과적 과거력, 과거 트라우마 경험 여부, 현재 지속되는 스트레스 사건, 취약한 지지체계)은 해당 요인이 있을 경우 ‘있음’, 없을 경우 ‘없음’, 확인되지 않은 경우 ‘모름’에 체크한 후 ‘있음’의 개수를 고려하여 고위험군, 관심군, 정상군을 구분한다. 고위험군은 다른 조건과 무관하게 자살척도(P4)가 ‘고도’인 경우
3개이상의 척도에서 ‘고도’인 경우, 관심군은 1개 척도라도 ‘경도’ 이상인 경우, 위험요인이 2개 이상인 경우, 정상군은 모든 척도가 정상인 경우 각각 판정한다.
만일 더욱 자세한 환자의 증상을 평가하고자 할 경우, 다음의 심리검사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증상별 상세 평가도구>
평가증상 |
평가도구 |
외상후스트레스장애 |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체크리스트-5(Korean version of PTSD-5, PCL-5-K) |
우울 |
벡우울 척도(Beck Depression Inventory, BDI) |
불안 |
상태-특성 불안척도(State-Trait Anxiety Inventory, STAI), 화병증상 척도 |
분노 |
상태-특성 분노 표현 척도 (State-Trait Anger Expression Inventory, STAXI) |
불면 |
불면증 중증도 척도(Insomnia Severity Index, ISI) 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Pittsburgh Sleep Quality Index, PSQI) |
중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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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
복합 애도 척도(Inventory of Complicated Grief, ICG) |
조남욱 기자(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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