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적 과민대장증후군, 복통∙변비∙설사 등에 해당!
간기승비∙기체습조∙장위열결∙비위허약∙신양허쇠 등 5가지로 변증
이번 호에서는 한의원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과민대장증후군에 대해 알아본다.
▲ IBS의 양방적 정의
IBS는 적어도 6개월 전부터 시작된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 설사나 변비와 같은 배변 습관의 변화, 팽만 등의 증상이 만성적이고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기질적 질환을 배제하고 내시경 검사에서 이상이 없을 때 확진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병태생리적 기전으로는 소화관 운동이상, 내장감성, 중추신경 조절이상, 정신학적 이상과 같은 일반적인 발병원인 외에도 최근에는 감염 후 과민대장증후군, 장내 세균총의 변화, 세로토닌 경로의 이상, 소장내 세균 과 증식과 같은 새로운 발생 요인이 알려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
▲ IBS의 한의학적 정의
한의학에서 과민대장증후군은 ‘복통(腹痛)’, ‘변비(便秘)’, ‘설사(泄瀉)’ 등의 범주에 해당한다. 주요병인은 정지실조(情志失調)로 인해 간울기체(肝鬱氣滯)가 되고 간비불화(肝脾不和)하게 되면, 장관의 기기(氣機)가 불리(不利)하게 되어 전도(傳導)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병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외에도 음식(飮食), 노권(勞倦), 한습(寒濕) 등이 주요 소인으로 질병을 가중시키고 발전시킨다고 보고 있다.
과민대장증후군의 변증유형(辨證類型)은 간기승비(肝氣乘脾), 기체습조(氣滯濕阻), 장위열결(腸胃熱結), 비위허약(脾胃虛弱), 신양허쇠(腎陽虛衰)의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 IBS 유병률
IBS는 국가별로 유병률이 상이한 질환이다. 전세계적 유병률은 11.2%, 발생률은 1.35~1.5%로 추정하고 있으며 남성보다는 여성이, 50세 이상보다는 젊은 층에서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지역별로 보면 북미 및 캐나다에서는 12%, 동남아시아 지역 7.0%, 남미 지역 21.0%로 서양에서는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 진단 및 평가
IBS의 진단기준은 ‘로마기준IV’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방법이다. ‘로마 기준’이란 지난 1989년 각국의 소화기질환 전문가가 모여 ‘로마기준I’을 만든 이후 4차의 개정을 거친 바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IBS는 적어도 6개월 전부터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복통이나 복부불편감, 배변 횟수 및 성상의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로 위 증상의 원인을 확진할 질환이 없으며 대장내시경 검사 등에서도 이상소견이 없을 때 확진한다.
또한 변비 우세형 과민대장증후군(IBS with predominant constipation), 설사 우세형 과민대장증후군(IBS with predominant diarrhea), 혼합형 과민대장증후군(IBS with mixed bowel habits), 미분류형 과민대장증후군(IBS unclassified)의 아형 (subtype)으로 각각 IBS를 세분한다.
▲ 평가도구
과민대장증후군은 복통, 가스 참, 설사, 변비 등 다양한 소화기 증상의 집합체로서 그 증상의 심한 정도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아 증상을 분류하고 심한 정도를 평가하는 다양한 평가도구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도구는 IBS-SSS(irritable bowel syndrome symptom severity score), GSRS-IBS (gastrointestinal symptom rating scale-irritable bowel syndrome), AR(ade¬quate relief), IBS-QoL (irritable bowel syndrome related quality of life) 등의 설문방식의 평가도구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대변 성상(설사, 변비 등)을 평가하는 도구는 브리스톨 대변척도(BSFS; Bristol stool form scale)라는 평가도구를 활용한다.
한의학적 평가를 위해 담음(痰飮) 설문지, 식적(食積) 설문지, 한열(寒熱) 설문지, 허실(虛實) 설문지, 비기허(脾氣虛) 설 문지 등이 개발되어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다.
담음 설문지(DQ; Damum questionnaire)는 담음(痰飮)에 대한 중국 고전 및 최신 논문을 기초로 만든 설문지를 총 14개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14가지 항목에 대해 심한 정도에 따라 1에서 7점까지 7단 계로 평가하고 총점이 높을수록 담음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식적 설문지(FRQ; Food retention questionnaire)는 박 등(Park JS, Yang DH, Lee SC, Park YJ, Park YB. Development of Questionnaire for Damum Patternization. The Journal of the Society of Korean Medicine Diagnostics 2006;10(1):64-77)이 식적(食積)의 유무를 판별하기 위해 개발한 설문지로, 이전에 개발한 평위산 설문지를 토대로 문항을 추려 만든 것이다.
▲ 임상진단 현황
IBS 한의표준 임상 메뉴얼을 작성한 연구진이 지난 2021년 1~2월간 213명의 환자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IBS를 진단받은 최초 증상으로는 설사가 70.3%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복통(60.9%), 가스 참(46.9%), 변비(32.8%), 더부룩함(0.8%)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증상을 보면 상대적으로 설사 우세형과 과민대장증후군 아형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위험인자 및 예후
과민대장증후군은 뇌-장 질환(brain-gut disorder)으로 알려져 왔다.
따라서, 유전적 소인이 존재하는 취약한 사람이 심리적 스트레스(불안, 우울, 신체화 등), 감염증, 염증 반응 등을 동반하게 되면 장관 투과성(intestinal permeability)이 변화, 즉 염증세포의 침윤, 국소적 부종, 염증 매개인자의 분비 등이 개시돼 과민대장증후 군으로 발전하게 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과민대장증후군 환자 중 일부에 서 우울증, 신체화 등이 동반되면 장관 투과성, 면역체계, 장내세균총에 변화가 시작돼 IBS가 발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보고된 바 있다.
▲ 한약 처방
과민대장증후군은 ‘복통’, ‘변비’, ‘설사’ 등의 병증에 해당한다. 또한 간울기체(肝鬱氣滯) 등 장관의 기기(氣機)가 불리(不利)해 대장 전도(傳導)기능 부조로 인해 발현되었는지 여부, 평소 위장관이 허약하고 신허(腎虛)해 증상이 발현되었는지를 구분해 치료한다.
이와 함께 음식(飮食), 노권(勞倦), 한습(寒濕) 등이 질환을 가중시키고 있는지를 살펴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대표적인 한약 치료처방으로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 통사요방(痛瀉要方), 소요산(逍遙散), 마자인환(麻子仁丸), 육군자탕(六君子湯), 삼령백출산(蔘苓白朮散), 부자 이중탕(附子理中湯) 등을 병증에 따라 사용한다.
IBS의 변증분류는 크게 간기울결, 비기허, 간기울결과 비기허의 혼합 등 3 가지고 구분한다.
간기승비의 경우 통사요방을 가미해 하용하고 가미하는 약물은 시호, 목향, 지각, 외갈근, 방풍, 용담초, 치자, 목단피, 야교등, 초산조인 등을 증상에 맞게 사용한다.
기체습조의 경우, 곽향정기산이나 오마음자 합 위령탕 가감방을 사용하고, 장위열결의 경우, 마자인환 가감방을 사용한다. 이때 증상에 따라 인삼, 복령, 의이인, 연자육, 당귀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비위허약인 경우 삼령백출산을 사용하고 증상에 따라 오약, 소회향, 현호색, 초건강, 목향, 포부자를 더할 수 있다. 신양허쇠인 경우 사신환과 부자이중환을 합방해 사용하고 증상에 따라 황기, 적석지, 가지육을 더할 수 있다.
▲ 침 치료
IBS의 침구(鍼灸)치료는 설사우세형 과민대장증후군의 경우, 침 치료(일반 침 치료, 전기 침 치료, 온침 요법이 포함됨)는 양약대조군(loperamide, dicetel 등)에 비해 배변 횟수를 포함한 소화기 증상의 중증도, 삶의질, 증상 재발률에 있어서 유의한 호전도를 보인 동시에 부작용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 혈자리는 백회(GV20), 인당(GV29), 태충(LR3), 족삼리(ST36), 태백(SP6), 천추(ST25), 상거허 (ST37)에 득기감을 주며 자침하는 방식으로 6주간 주 3회, 30분/회 치료를 하여 대조군(PEG 4000 혹은 pinaverium bromide)에 비해 증상의 중증도와 삶의 질에 있어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를 나타냈다.
IBS 치료 시 치료 대상이 되는 경락은 주로 비경, 위경, 대장경, 간경이었으며 복모혈과 배수혈을 배합해 사용하는 것이 권장됐다.
조남욱 기자(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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