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감초탕, 건조한 폐 자윤 → 비정상 운동하는 심장까지 정상
계지거작약탕+인삼, 맥문동, 건지황, 아교, 마자인, 추가약물은 모두 자윤제
‘부정맥’이란 심장이 불규칙한 리듬이나 비정상적인 심박동수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인체 곳곳에 혈액을 공급하도록 펌프질을 하는 심장은 일정한 속도로 규칙적으로 박동한다. 평상시에 쉬고 있을 때에는 1분에 50~80회가량 맥박이 뛰고 긴장하거나 운동을 할 때에는 150~180회까지도 뛴다.
이런 심장 박동수가 과다하게 변하거나 불규칙해지는 현상을 통틀어서 부정맥이라고 한다. 맥박이 과도하게 느린 경우를 서맥이라고 하고 반대로 지나치게 빠른 경우를 빈맥이라고 부른다.
심장질환의 대표격인 협심증은 심장 혈관이 좁아져서 발생하지만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 계통에 이상이 생겨서 나타나며 특징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가슴 통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고 일부에서는 뇌졸중이나 돌연사(급사) 등으로 발전할 수 있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이번 호에서는 부정맥의 한의학적 치료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서양의학에서의 치료
정상적인 맥박은 심장 내에 위치하는 동방 결절(S-A node)에서 발생한 전기적 자극에 의해서 심방이 규칙적으로 수축할 때 일어나며 이 맥박 수는 신경 및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정상적인 맥박 수는 분당 50∼100회로 규칙적이며 이를 동성 맥박이라고 한다.
부정맥의 가장 흔한 원인은 심장 질환 특히 관상동맥질환이며 판막질환과 심부전 등이 있다. 가벼운 부정맥은 알코올, 흡연, 카페인, 스트레스, 운동에 의해 발생할 수 있지만 특별한 원인 없이도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주요증상으로는 두근거림, 빠르게 가슴을 두드리는 느낌, 피곤함, 어지러움 등이며 의식을 잃거나 숨이 가쁘거나 흉통이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 질환이다.
서양의학에서는 부정맥을 치료하기 위해 심장박동을 일으키는 심장근육 부위 중 전자극 전달이 안돼 부정맥을 일으키는 부분을 고주파로 잘라내는 시술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치료방법을 부정맥 시술이라 해서 서혜부(사타구니) 혈관에 여러 의료기기 도선을 집어 넣어 심장에 도달하게 한 후 심장 근육을 체크하고 모니터로 보아 가면서 심장 근육 중 전기 자극 반응에 이상이 있는 부분을 고주파로 도려낸다고 하니 현대의학 기술이 정말 대단한 것은 분명하다.
▲ 자감초탕의 부정맥 치료원리
그런데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부정맥 치료방법은 너무나 간단하게 자감초탕을 복용하는 것이다.
자감초탕은 계지거작약탕에 인삼, 맥문동, 건지황, 아교, 마자인을 가해 만든 처방으로 추가약물들은 모두 자윤제이다.
『상한론 조문』에서는 ‘상한 맥결대 심동계 차감초탕주지傷寒, 脈結代, 心動悸, 炙甘草湯主之(상한병으로 맥이 결대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면 구감초탕을 반드시 사용한다)’고 했다.
이 약은 건조해진 폐를 자윤시켜 비정상적인 율동을 하고 있는 심장을 정상화시켜 부정맥을 치료한다. 음양오행으로 말하자면 화극금(火克金) 즉 심장의 열기가 폐의 수분을 오버해 발생한 현상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다.
자감초탕은 경증에서 중증에 이르는 부정맥을 정확하게 치료하고 심방세동을 비롯한 심장 근육운동의 실조로 인한 많은 증상을 치료하는 탁월한 처방이다.
고열의 감기나 과로로 심장이 너무 많은 일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발상하는 많은 열을 발산하기 위해 폐에 있는 수분을 과도하게 소모한다. 때문에 더 이상 심장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혀줄 수 있는 수분이 폐에 충분하지 않으면 심장 근육이 자체 발생하는 열로 인해 근육 섬유질의 박동 운동에 실조가 생기고 부정맥이 나타난다는 것이 한의학적 이론이다.
▲ 자감초탕의 역할
자감초탕에서 군제가 되는 자감초에는 알데스테론의 효과(슈도 알도스테론 효과)가 있어서 너뮤 많이 복용하면 부종이 오는데 이는 감초가 소변 배출을 억제해 체내 수분이 많이 축적되기 때문이다.
부정맥을 치료하려면 먼저 수분 배출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자감초탕에서는 감초를 적절하게 사용했다. 또한 많이 공급된 수분과 혈액의 고형물질이 되는 무기질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맥문동과 생지황, 아교를 추가했다.
이 밖에 인삼은 혈액의 고형성분과 함께 체액을 보강하면서 스트레스와 긴장을 이길 수 있도록 뇌의 흥분을 다스려 심장 운동의 과잉을 막고 마자인은 체액 부족으로 인해 대변이 굳어지는 것을 막는다.
자감초탕은 이런 자윤제와 함께 계지거작약탕(桂枝去芍藥湯)을 합해 사용한다. 여기서 계지는 심장 균육의 운동을 강화하고 자윤제에 의해 공급된 수분과 무기물을 비롯한 풍부한 혈액의 고형 성분들이 조화롭게 섞여 자감초와 자윤제로 인해 체내 수분이 과잉되지 않도록 조절해 준다.
이런 계지의 기능을 한의학적 용어로 조화영위(調和營衛)라 한다.
상한론 기본 처방인 계지탕에 자윤제를 가한 것으로 동시에 온병조변의 기본처방이기도 하다. 온병조변에서는 자감초탕을 목맥탕으로 부르고 조성을 조금 변형시키고 있다. 따라서 자감초탕은 상한론과 온병조변, 즉 상한병과 온병의 기본 처방이라고도 볼 수 있고 한의학 모든 처방의 기본이라 할 만큼 이론적으로 중요하고 임상적으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 사용량 및 방법
심박동의 이상을 정확하게 치료하는 자감초탕은 부정맥을 치료하는 명방이다. 상한론 본문에서 이 처방을 사용하는 증으로는 결맥과 대맥으로 되어 있다.
자감초탕은 작약이 없기 때문에 복진상 복진근연급이 나타나지 않는 대신 인삼이 있으므로 심하비경(心下痞硬), 맥문동 건지황이 있기 때문에 동계(動悸)가 있고 건지황이 있기 때문에 소복구급(小腹拘急)이 있고 아교가 있으므로 번조(煩躁)가 있다. 복진상 환자가 심하비경이 없으면 인삼을 거하고 변비가 없으면 마자인을 빼고 쓴다.
태양인의 부정맥에서는 심하비경이 나타났을 때 인삼을 넣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태음인과 소앵인의 부정맥에서 심하비경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 인삼을 빼고 사용할 때가 많으며 소음인의 부정맥에는 소복구급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건지황을 빼거나 생지황과 함께 맥문동을 소량 넣어서 쓰는 경우도 있다.
자감초탕으로 결대백 증상이 심한 환자를 치료할 때 건지황 대신 생지황을 1회 최소 40g 사용하고 황기는 최소 20g 함께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생지황이 진액 부족이 극심한 심폐에 충분한 수액(진액)을 공급하기 위해서이고 생지황을 많이 사용해 심박동에 저항이 생기고 무기력해지므로 황기를 추가하는데 만일 촌맥의 함몰()이 심하면 황기를 최소 24~40g 사용한다.
본방에서 맥문동 인삼 아교 건지황(또는 생지황)은 모두 심폐의 부족한 진액을 공급해서 심장의 율동을 정상회복 시키는 약물들이다. 즉 심장의 율동을 정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폐에 진액을 충분히 공급해 심장 근육 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열을 충분히 배출시킬 수 있게 한다.
강주봉 원장(샬롬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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