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염진통제인 아스피린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의 심혈관질환을 겪은 환자들에게 재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널리 쓰이는 약물이다.
하지만 심혈관 건강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 심혈관질환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사용하는 데 대해서는 그 효용성을 두고 찬반 논란이 큰 편이다. 무엇보다 복용 후 내출혈과 위궤양 위험 등의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과거에 심근경색이나 뇌혈관질환을 앓지 않은 40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가 혈압약에 더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추가로 먹는 게 바람직한지를 보자면 아직 확립된 지침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는 심근경색, 뇌졸중을 겪었거나 또는 흉부 절개하는 수술을 받은 환자만 2차 예방 목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건강한 성인도 아스피린을 장기간 먹으면 사망 위험을 평균 9% 줄여준다는 분석이 국내에서 나와 주목된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오탁규·송인애 교수팀은 국제학술지 ‘연세 메디컬 저널(Yonsei Medical Journal) 최신호에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 코호트에 등록된 40세 이상 성인 42만4444명을 대상으로 장기간(2006∼2010년)의 아스피린 복용과 5년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살폈다. 조사 대상자는 모두 심혈관이나 뇌혈관 관련 질환의 과거력이 없는 상태였다.
분석 결과, 5년 동안 아스피린을 지속해서 복용한 사람(1만8482명, 4.4%)의 사망 위험도는 아스피린을 복용하지 않은 그룹에 견줘 평균 9% 낮았다.
특히 아스피린의 이런 효과는 40세 이상∼60세 이하 그룹과 암환자 그룹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40∼60세 연령대(31만3372명)의 경우 아스피린을 지속해서 복용한 그룹의 5년 사망률이 아스피린을 복용하지 않은 그룹보다 24%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암환자 그룹에서도 아스피린을 지속해서 복용했을 때의 사망 위험이 같은 비교 조건에서 14% 낮았다.
반면, 61세 이상 고령자 그룹에서는 아스피린을 복용해도 이만큼의 유의성 있는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고령자와 아스피린 사이의 부정적인 연관성은 미국과 호주에서 공동으로 시행된 ‘아스피린의 노인 건강위험 감소효과'(ASPREE) 임상시험 결과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2018년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호주 보건·의학연구위원회는 미국·호주에 사는 65세 이상 1만9천11명을 대상으로 평균 4.7년에 걸쳐 임상시험을 시행했지만, 아스피린이 심뇌혈관 질환 및 사망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관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임상시험 기간에 사망한 사람은 아스피린 그룹이 5.9%, 대조군이 5.2%였다. 물론 연구팀은 임상 결과 해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아스피린 복용 후 내출혈 발생률이나 암 사망률에서도 이렇다 할 효과는 없었다.
이번 논문을 발표한 연구팀도 결과 해석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아스피린이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측면에 대해서는 많이 보고되고 있지만, 40∼60세 그룹에서 사망위험을 낮추는 데 더 효과가 있다는 점은 향후 전향적인 방식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탁규·송인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후향적으로 추출된 데이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 연구만으로 아스피린 사용이 뇌혈관, 심혈관 질환이 없던 건강한 성인에게 추천돼야 할지 여부를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심혈관질환 과거력이 없는 사람, 특히 고령자가 아스피린을 복용할지에 대해서는 전문의와 꼭 상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약리학 박사)는 “아스피린은 이번 연구 결과처럼 40대 이상 60세 이하의 건강한 성인에게는 이득이 더 클 수 있겠지만, 노인에게서는 이와 반대로 위험도가 더 크다는 보고가 많은 편”이라며 “현재로서는 60세 이상이라면 의사와 먼저 상의한 후 아스피린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저작권자ⓒHani Time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