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진이 벌독 성분을 이용해 암세포 성장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종양 내 대식세포만 골라 죽이는 방식의 새로운 면역항암제 후보 물질을 개발했다.
경희대 한의대 기초한의과학과 연구팀(배현수 교수, 이찬주 박사)은 벌독 유래 성분인 멜리틴과 세포 사멸을 일으키는 펩타이드를 결합한 형태의 암 표적용 약물 ‘멜리틴-펩타이드'(MEL-dKLA)를 만들어 폐암 유발 생쥐에 투여한 결과, 혈관 생성이 억제되고 암세포가 사멸되는 효과가 관찰됐다고 최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면역학 분야 국제학술지 ‘암 면역치료 저널'(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 최근호에 발표됐다.
멜리틴은 벌독 성분 중 약 50%를 차지하는 ’26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성분으로, 주로 항염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세포사멸 유도 펩타이드(dKLA)는 일종의 단백질 조각으로, 세포밖에서는 전혀 독성이 없으나 일단 세포 안에 들어가면 미토콘드리아를 파괴하는 성질이 있어 다른 물질과 결합해 주로 질병 진단과 치료에 사용한다.
연구팀은 이 두 물질을 결합해 암에 걸린 생체에 전달하면 종양 내 대식세포를 사멸함으로써 암세포가 고사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폐암을 유발한 쥐에 멜리틴-펩타이드를 주사했다.
대식세포는 원래 선천성 면역을 담당하지만, 종양 내에서는 오히려 면역 반응을 억제한다. 또 종양 내 혈관 신생을 통한 산소 및 영양소의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암의 전이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멜리틴-펩타이드를 주입한 쥐는 암세포 성장이 효과적으로 억제된 것은 물론 종양 성장에 중요한 혈관 신생 역시 유의하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정상 조직의 대식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종양 내 대식세포만 유의하게 줄어들고, 이를 통해 암세포 사멸이 유도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하면 종양 내 대식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암을 치료하는 방식의 새로운 면역항암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기술이전 등을 통한 치료제 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배현수 교수는 “기존 화학 항암제나 면역항암제에 대한 내성의 원인이 종양 내 대식세포 때문이라는 보고가 나오면서 대식세포를 표적 제거하는 게 요즘 항암제 개발의 중요한 전략이 되고 있다”며 “향후 치료제로 개발되면 항암 내성을 갖는 환자들에게 복합 처방을 통한 맞춤형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데 큰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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