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최근 출시된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런데 비만 치료가 아닌 다이어트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렇게 정상 체중인 사람이 살을 빼기 위해 위고비를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
위고비는 원래 당뇨 치료를 위해 만들었던 주사제다.
그런데 개발 과정에서 이 약이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만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여러 임상 실험에서 위고비를 1년 4개월(68주) 정도 사용하면 원래 체중에서 15% 정도 감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고비는 음식을 먹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과 유사한 성분(세마글루타이드)을 갖고 있다.
위고비를 주사하면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양을 늘려 혈당을 낮추고, 위에서는 음식 통과를 지연시켜 포만감을 유지하게 한다.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해 식욕을 떨어뜨리게 하는 원리다.
위고비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주사제 형태의 전문의약품이다.
김정하 중앙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가 30을 넘는 경우에 위고비 처방이 가능하다”면서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수면 무호흡증이 있거나 기존의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을 가진 경우에는 BMI가 27 이상이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이어트 목적으로 위고비를 처방받는 사람도 크게 늘어 문제가 되고 있다.
주로 환자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않는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비대면 진료·처방전 발급 플랫폼을 통해 위고비를 처방받은 여성 A씨(38세)는 “비대면 진료 때 의사가 체중과 BMI(체질량지수), 위고비 사용 경험 유무 등은 확인했지만 기저 질환이 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온라인 다이어트 커뮤니티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비만이 아니어도 위고비를 처방해주는 병원 리스트가 돌고 있다고 한다.
A씨는 “비대면 진료·처방 앱에 들어가면 진료가 가능한 병원 목록이 뜬다”면서 “그중에서 바로 진료 예약이 가능한 곳을 선택해 위고비를 처방받았다”고 말했다.
비만 치료가 아닌 미용 목적의 위고비 처방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약사가 처방을 거부할 수 없어 약국에선 별다른 제약 없이 위고비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상 체중인 사람이 위고비를 사용해 생기는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정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위고비 사용이 처음이라서 여러 가지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데, 부작용으로 복부 불편감이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면서 “당뇨 환자가 위고비를 사용하면 당뇨병성 망막병증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용 전에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혈압, 고지혈증, 수면 무호흡증, 심혈관 질환자는 주치의와 상의해 위고비를 써도 되는지 판단해야 한다”면서 “위고비를 처방받은 뒤에는 사용 후 나타나는 증상을 계속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된 후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유사 성분을 가진 기존 비만 치료제의 비대면 처방이 급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비대면 진료 처방 항목에서 비만 치료제를 제외하고, 비대면 진료·처방 플랫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서 오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씨는 “저체중인 분 중에도 계속 마른 몸을 유지하기 위해 비대면으로 위고비를 처방받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부작용 우려도 있는 만큼 조금 위험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하 교수는 “비만을 관리하려는 개별적인 욕구가 높기 때문에 위고비가 아닌 다른 비만약의 오남용 사례도 매우 많다”면서 “위고비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체중 관리를 위해 가급적 식사, 운동 같은 생활 습관이 교정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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