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가 낳은 질병,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다이어트법이 유행처럼 번졌다 사라지기를 거듭하는가 하면 다이어트를 도와준다는 갖가지 식품과 의약품이 범람하고 있다. 비만은 주로 구미선진국에서 공중보건상의 문제로 지적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경제발전에 따라 비만의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비만에 의해 유발될 수 있는 각종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널리 알려짐에 따라 의료인뿐만 아니라 일반대중의 관심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비만이란 대사장애로 인해 체내에 지방이 과잉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즉, 칼로리 섭취가 신체활동과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보다 초과되어 중성지방의 형태로 지방조직에 과잉축적된 열량불균형의 상태로 정의될 수 있다. 따라서 비만의 진단은 체지방의 정확한 측정으로서 가능하며 지방이외의 나머지 체중(제지방체중)의 증가로 인해 표준체중을 초과하는 과체중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남자의 경우 체지방량이 체중의 25%이상, 여자의 경우 30% 이상인 경우 비만으로 진단하게 된다.
비만은 그 자체만으로도 용모손상(Disfigurement), 불편감(Discomfort), 비능률(Disability), 질병(Disease), 죽음(Death) 등 소위 “5D현상”을 초래하며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중풍 등의 심혈관계질환, 신장장애, 당뇨병, 폐질환 등의 만성질환에 대한 빈도를 증가시키고 생리적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한의학에서는 비만을 주로 습(濕), 담(痰), 기허(氣虛) 등에서 기인하며, 장부(臟腑) 중에서는 주로 비(脾)와 폐(肺) 및 신(腎)의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기허(氣虛), 활동감소, 스트레스, 영양과잉 등의 요인과 폐(肺)의 선발(宣發)과 숙강(肅降), 비(脾)의 운화수포(運化輸布) 및 신(腎)의 증등기화(蒸騰氣化)와 같은 기능의 저하가 연관되어 습(濕)이나 담(痰)과 같은 수액대사의 이상으로 인한 비생리적 체액의 저류를 일으킴으로 인해 비만이 유발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각각 그 유형에 따라 비허이수습정체형(脾虛而水濕停滯型), 담음형(痰飮型), 양허겸수습형(陽虛兼水濕型), 식적형(食積型), 간울형(肝鬱型), 어혈형(瘀血型)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한, 체질의학적인 관점에서는 사람마다 각기 타고난 장기의 기능상의 편차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비만하기 쉬운 체질과 마르기 쉬운 체질로 구분되어질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에너지 소모, 배설의 장기가 소화흡수의 장기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태음인과 소양인의 경우가 비만자가 되기 쉬운 것으로 보고 있다. 흔히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든지 반대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서 고민인 경우에는 체질의학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효과를 보는 때가 많다.
2. 합병증
비만은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뇌졸중, 심근경색, 고지혈증, 퇴행성 관절질환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비만자의 평균 수명 또한 정상인보다 짧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고혈압: 비만자는 정상인에 비해 고혈압의 유병률이 10배 정도 높으며, 체중을 5kg정도 감소시키면 수축기 혈압은 10mmHg, 확장기 혈압은 5mmHg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당뇨병: 비만에서 오는 당뇨병은 인슐린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세포가 말초에 많이 증가하기 때문에 생긴다. 유년기 당뇨병(인슐린의존성 당뇨병)과는 달리 비만 성인에서 오는 당뇨병은 당분해 효소인 인슐린은 정상이거나 오히려 증가(고인슐린혈증) 되어 있어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이라고 한다.
- 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 비만이 지질대사에 미치는 영향은 주로 중성지방(triglyceride)의 대사 이상에서 기인하며, 저비중지단백(LDL-cholesterol), 총 콜레스테롤의 양이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지질대사의 이상은 체중을 조절하면 대부분 교정된다.
- 동맥경화증: 비만에 의한 지질의 증가, 고인슐린혈증은 직접적으로 혈관의 손상을 가져온다. 혈관벽에 지방이 수도관에 녹이슨 것처럼 침착이 되고 고인슐린혈증은 혈관벽을 구성하는 세포의 비후를 초래한다. 결과적으로 혈관의 내경이 좁아져 혈압이 오르고 관상동맥경화증이 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유발하게 된다.
- 척추 및 관절질환: 비만이 심할수록 무릎과 허리는 체중에 의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퇴행성 관절질환은 비만환자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 지방간: 비만한 환자에서 지방간의 발생빈도가 높은데, 이것은 말초의 지방이 간으로 많이 이동되며 증가된 중성지질이 간에 과다하게 축적이 되기 때문이다.
- 피부에 미치는 부작용: 피부층의 과도한 지방 축적은 습진, 피부터짐 등과 같은 피부 질환을 유발하게 되고 악취로 인해 주위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 여성의 불임증: 비만한 여성은 대사성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이 영향을 받아 임신에 장애가 되기도 하며, 설사 임신이 되었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임산부보다 임신중독, 난산, 요통 등의 부작용을 야기시킬 확률이 매우 높다. 또한 정상적인 분만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제왕절개 분만을 할 때도 마취와 수술의 어려움이 있다.
- 폐기능 장애: 심한 비만환자에서는 흉벽이나 횡경막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폐활량이 감소되고 저산소증에 빠질 수 있다.
- 기타: 정상인에 비해 활동력의 감소 및 체력의 저하로 쉽게 피로를 느끼며 고도 비만의 경우 자신감의 결여등으로 인해 대인관계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3. 진단
비만치료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적게 먹고 운동하는 것이 원칙이다. 2차적으로 비만이 시작된 경우에는 반드시 원인 질환을 치료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비만은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단순비만이므로 먹는양을 줄이고 많이 움직인다는 원칙하에 치료하는 수 밖에 없다. 즉, 적게 먹으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여 건강에 해를 주지 않으면서 체중조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체중 감량은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하지 않으면 자칫 건강을 해칠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지도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비만은 관리의학으로 환자의 병력과 체력 뿐만 아니라 환경, 의식구조, 가족력 등 가능한 환자에 대한 주변 정보를 모두 종합하여 원인을 분석하고 환자의 식생활 습관을 개선하여 철저하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 기본적으로 한방 비만 치료의 목표는 후유증 없이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을 빼는 데 있다.
다음은 비만 치료의 기본적인 세가지 법칙이다.
첫째, 고통스럽게 체중을 줄여서는 안 된다.
둘째, 체중을 줄이는 동안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셋째, 감량에 성공한 후 원상복귀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한의학에서 인체는 오장육부(五臟六腑) 상호간의 힘과 음양의 조화(사람에 따라 각 장부의 힘과 크기가 다르다)에 의해서 건강을 유지하게 되어 있는데, 이 균형이 깨졌을 때 병이 생긴다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한방 비만치료는 잘못되어 있는 인체 내부의 균형을 찾아주고 생명 에너지를 활성화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비만치료는 엄격히 말해 의사가 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가 할 일은 단지 환자 몸이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백인백색(百人百色)’의 치료법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비슷한 비만 환자라고 해도 각자의 체질과 환경에 따라서 치료를 달리 해야 한다.
- 식이요법 및 체질에 따른 섭생: 비만 치료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치료법으로서 섭취 열량의 조절은 물론 체질의학적인 섭생을 바탕으로 이로운 음식과 해로운 음식에 대한 조절을 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식이요법이 가능하다.
- 운동요법 및 한방기공요법: 운동요법은 체지방의 감소 및 감소된 체지방의 지속적인 유지와 근육량의 증가를 위해 필수적이다. 소비 열량을 높이기 위한 일반적인 운동요법과 체지방 연소에 효과적인 기공요법을 혼합하여 비만 치료에 높은 효과를 보인다. 특히 용유공(龍遊功)은 군살을 빼고 몸매를 아름답게 하는데 놀라운 효과가 있으며, 안복행법(安腹行法) 정좌심호흡법(靜坐深呼吸法) 등이 비만치료에 효과가 인정되고 있다.
- 행동수정요법: 비만의 원인 중 70%는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에 기인하는데, 생활분석을 통해 이를 교정하고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한다.
- 침구요법: 이침요법과 체침요법, 그리고 전기지방분해침(Electro Lipolysis) 등의 요법이 이용된다. 이침요법은 귀에 5-7개의 작은 침을 매침(埋鍼)하는 방법으로 식욕억제, 식욕항진 조절작용, 진정, 이뇨작용 등이 있어 칼로리 섭취의 감소 효과, 수분 나트륨대사 개선작용, 위장관 활동을 약화시켜 식후 소화속도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체침요법은 주로 족양명위경과 족태음비경을 주로 사용하는데 역시 식욕의 억제효과와 위장관 활동의 조절을 통해 자연스러운 식이조절을 가능하게 한다. 전기지방분해침은 특수 기기를 사용하여 복부, 대퇴부, 상박부, 둔부 등에 선택적인 지방분해를 도모하는 방법으로서 통계적으로 6-12회 시술로 복부나 엉덩이의 경우 8-12cm, 대퇴부나 종아리의 경우 4cm 정도의 감소효과를 보인다.
- 약물요법: 흔히 비만에 사용되는 약물로 식욕억제제, 이뇨제 등이 있으나 장기간 복용하면 습관성이 되거나 중독의 우려가 있다. 이에 비해 일반적으로 한약의 치료는 우선 안전하며 동시에 체내의 습담(濕痰)을 제거하여 비만에 수반된 제증상을 경감시킬 뿐만 아니라 체내 지방인자의 억제효과와 갑상선 호르몬의 증가효과가 있어 신체조직에서의 산소소모량을 증가시켜 신진대사를 촉진함으로써 지방을 소모시키는 효과가 있다. 비만치료에 있어 한약을 복용하여 얻고자 하는 효과는 식욕 억제와 함께 식사량을 줄이는 데서 오는 심한 공복감, 무기력, 어지러움, 구역감, 변비 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지방이 에너지로 분해될 때 생기는 부산물인 케톤 성분을 효율적으로 배설 시켜 무기력, 두통 등의 부작용을 줄여주는 일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아울러 오장육부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인체를 보하여 식사 및 체중감량에 따르는 만성질환의 발생이나 저항력 감퇴 등을 막아줄 수 있다는 데에 그 장점이 있다고 하겠다. 한약은 total cholesterol, triglyceride, free fatty acid 등의 억제 효과와 갑상선호르몬의 증가로 신체조직에서의 산소 소모량을 증가시켜서 신체의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지방을 소모시키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한 비만에 사용되는 처방들은 대부분 고지혈증 등에도 효용이 있는 것으로 비만으로 인한 성인병의 예방효과도 크다.
- 절식요법: 절식요법은 자연요법의 하나로서 우리생체의 생리적 본능을 이용하는 전신적 치료방법이다. 자연계의 동물은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면 금식하는 본능이 있는데 여기에 착안하여 영양공급을 중지하는 것을 하나의 치료방법으로 사용하게 되었는데, 절식전후의 식이요법으로 비만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관련된 만성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감식기, 절식기, 회복식기, 식이요법기의 4단계로 나누어 시행한다. 일반적인 비만치료로 효과를 보기 힘든 고도비만환자의 경우에서 시행하는 것이 좋으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단식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단시간내에 시행하는 무절제한 단식은 반드시 신체에 무리가 따르며 건강을 해치게 되는데, 절식요법은 이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 기타 요법: 식이요법, 운동요법, 약물 및 침구요법과 병행하여 보조적인 수단으로 노폐물 배출과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효과를 가진 부항요법, 기혈순환을 촉진시키는 도인안교요법, 자율신경계통의 조절과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냉온욕요법 등이 효과적이며 이외에도 장세척(Colon irrigation), 수압맛사지(Aqua PT), 수기(手技)요법, 광선요법, 전기요법 등을 시행한다./ 자료=대한한의사협회
<저작권자ⓒHani Time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