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살균·소독제의 호흡기 노출이 폐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박은정 교수팀은 ‘염화디데실디메틸암모늄(DDAC)’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체내 축적 및 폐 질환 유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그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된 물질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왔다. DDAC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 확산 차단을 위해 사용하는 물질로, 미국 환경청에 등록된 4가 암모늄 계열 살균·소독제이다. 목재나 건축 용품, 물탱크 같은 산업용 물품과 가습기나 세탁기 같은 주거용 제품의 방부제나 소독제, 항생제로 많이 사용된다. 그동안 호흡기 노출과 관련된 연구 결과가 거의 전무한 성분으로 박 교수는 이에 대한 위험성 판단을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DDAC는 지난 2006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주요 성분 중 하나로 박 교수는 2016년부터 이 사건과 관련된 물질을 연구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인간기관지 상피 세포(BEAS-2B)와 실험용 쥐를 사용해 폐 질환 유도 가능성과 그 독성 기전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DDAC는 4μg/mL 농도에서 세포 생존율을 급격하게 감소시켰고, 세포 내 소기관 손상과 함께 세포 자살과 세포막 손상을 유도했다.
기관지를 통해 500μg의 DDAC를 1회 직접 투여한 쥐는 투여 후 14일까지 정상적으로 생존했으나, 2회 투여한 쥐에서는 만성 섬유성 폐 병변이 현저하게 관찰됐고, 궁극적으로 사망을 초래했다. 더불어 DDAC에 노출된 세포와 쥐에서는 라멜라 구조체(Lamellar Bodies)가 형성됐고, 이온을 함유하는 용액 내에서는 그 구조가 뚜렷하게 변화됐다.
라멜라 구조는 지질 이중층으로 만들어진 막이 겹겹이 쌓인 구조를 말하는데, 이 구조는 소량의 물을 포함하면 인지질 중 가장 안정된 구조를 나타낸다. 결국 라멜라 구조체의 형성은 DDAC의 체내 축적 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DDAC가 호흡기를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폐 질환을 유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연구팀은 코로나 19의 전파 속도를 고려할 때 살균 소독제의 위험성을 제시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기보다는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연구 결과 발표 시기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슬기로운 살균·소독제 사용법을 제안했다. 공기 중에 살포하지 않고, 환기되는 상태에서 사용해야 하며 여러 종류를 섞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자료=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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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대응하는 현명한 살균·소독제 사용 방법 제안
첫 번째는 살균·소독제는 공기 중에 뿌리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는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며 반드시 환기되는 상태에서 사용해야 한다. 특히 염소계열의 소독제는 증발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산 가스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사용 후 환기해야 한다. 세 번째, 자주 물로 손과 입, 코 주변을 닦고, 물로 닦을 수 없는 시기에는 손 소독제를 사용해야 하지만 절대 입이나 코, 눈 등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넷째는 살균·소독제를 혼합해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계면활성제의 기능은 임계미셀농도(critical micelle concentration, 미셀이 형성되는 농도)에서 개시되고 그 반응의 크기도 거의 최대에 이르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농도는 온도, 습도, 이온 존재 여부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변화될 수 있다. 인체에 대한 유해성 또한 이 임계미셀농도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만약 두 가지 이상의 살균·소독제를 사용하는 경우 혼합하지 말고 번갈아 가며 사용해야 한다. 다섯째는 제품 설명서에 기록된 사용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용량을 더 넣는다고 효과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의료진과 소독 진행 인력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누구보다 노출이 심한 직군임을 고려할 때 철저한 개인 보호장구 착용과 함께 충분한 휴식을 통해 폐 자정 능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제적, 행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