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9일 처음 확인된 뒤 두 달 만에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는 다른 코로나19 변이들보다 전파력은 강하지만 치명도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 오미크론 변이가 폐나 기도 아래쪽(하기도)이 아닌 기도 위쪽(상기도)에서 감염과 복제가 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치명도는 그만큼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보도했다.
◆ 오미크론 변이, 상기도에서 주로 복제…”폐에서 진행돼야 치명도 높아”
공기가 폐로 전달되는 통로인 기도는 코에서 인두까지를 상기도, 후두에서 폐까지는 하기도로 구분한다.
미국 휴스턴 감리교 병원의 병리유전체의학과장인 제임스 머서 박사는 연구 결과 오미크론 변이가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호흡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폐보다는 호흡기 위쪽 세포에서 잘 자라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홍콩 대학의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연구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폐 근처에 있는 세포에서 감염과 복제가 주로 일어나는 데 반해 오미크론 변이는 주로 상기도에 있는 세포에서 감염과 복제가 일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케임브리지 대학의 바이러스학자 라빈드라 굽타는 “하기도에서 감염이 진행되는 것은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쥐와 햄스터 실험으로도 비슷한 결과들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 의과대학의 바이러스 면역학자인 마이클 다이아몬드는 초기 연구 결과 “오미크론 변이가 기도 윗부분에서 아랫부분으로 이동하는데 선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다른 코로나 변이들 실험과는 다른 특징”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간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텍사스 의과대학의 바이러스학자인 비넷 메나허리 박사는 조직 배양과 동물 실험으로 인간 질병을 추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햄스터와 쥐의 경우 상기도보다는 폐가 인간과 더 비슷하기 때문에 상기도 실험에 햄스터와 쥐 모델은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 스파이크 돌연변이, 세포 여는 열쇠…백신과 감염 상관성은 의문
오미크론 변이가 다른 변이들에 비해 중증도는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확산력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델타 변이가 유행했을 때보다 더 빨리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메나허리 박사는 오미크론 변이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돌연변이 중 ‘H655Y’와 ‘P681H’라는 두 가지 돌연변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 돌연변이들이 바이러스가 세포를 열고 들어갈 수 있게 하는 딱 맞는 열쇠라고 비유하며 “세포 진입 능력이 높을수록 전염이 더 잘 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된 뒤 수많은 과학자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해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과 백신을 맞거나 코로나19 감염 경험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진행 과정이 어떻게 다른지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다른 변이들에 비해 덜 치명적이라고 결론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메나허리 박사는 “오미크론 변이가 덜 심각한 이유가 (백신 접종 등으로) 면역력이 더 좋은 사람들이 주로 걸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오미크론 변이 자체가 덜 심각하기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의 의학부 학장인 로버트 와쳐 박사는 “백신 접종 여부나 나이, 위험 요소 등이 비슷한 사람들을 비교하면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도는 델타 변이보다 60∼70% 정도 낮다”며 “사망률이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이 낮아도 감염자 수 자체가 많이 늘어나면 절대적인 입원환자가 늘어나 미국 병원들을 압박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보스턴대학의 신종전염병 정책연구센터 책임자인 나히드 바델리아 박사는 “확진자가 폭증하는 기간에는 입원 환자 수도 절대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적어도 앞으로 6∼8주 동안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의타임즈 기사제휴지 e-헬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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